북한, 민속명절 청명도 조용히… “성묘도 가족식사도 말라”

북한 추석 성묘
북한 평양시 해외동포애국자묘에서 북한 주민들이 추석 성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북한 당국이 4일 청명(淸明)을 맞아 코로나19 발생과 확산을 막기 위해 주민들의 이동과 가족행사를 금지하도록 지시했다고 내부소식통이 5일 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비루스(바이러스)가 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로 주민들의 이동 문제와 가족끼리 제사나 술판을 벌이는 행위들을 극렬히 피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청명은 북한의 대표적인 민속명절이다. 한식(寒食)과 하루 이틀 사이지만 북한 정부가 중국식 문화라며 한식 대신 청명을 지내라고 권장해왔다. 2014년부터 공휴일이 됐다. 

청명에는 조상들의 묘를 찾아 벌초와 성묘를 하고, 간단한 제사를 지낸다. 가족들이 모여 시루떡이나 나물 음식을 먹으면서 식사를 즐긴다. 

소식통이 전한 정부 지시에 따르면, 청명에도 주민들은 평소처럼 거주지에서 타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하루를 지내도록 했다. 친척들이 모여 산에 성묘를 가거나 한 집에 모여 공동으로 식사를 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특히 노인과 아이를 동반해 두 가정이 한 집에 모여 식사를 하지 않도록 법기관이 감독을 철저히 하고, 인민반장이 보안원과 가정방문을 하도록 했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대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도 높게 시행하고 있다. 북한도 거리두기의 연장선에서 청명에는 ‘집에서 조용히 명절을 쇠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벌초를 할 때도 단체로 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산불 방지의 일환으로 라이터나 성냥 같은 발화물질은 휴대하지 않도록 했다. 입산 시에는 산림감독원이 휴대품을 검사한다. 

위반 시 처벌 방침도 명시했다. 청명에 지시를 어기고 술판을 벌이거나 여러 친척이 모여 식사를 하다가 적발되면 당의 방역방침을 거역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엄벌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북한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종식될 때까지 국가 비상방역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이 국가 보위 차원의 정치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위생 선전 활동도 끈기있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이 장기화 되면서 국가운영을 정상화할 필요성도 점점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