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김정은, 무엇이 두려워 南 노래까지 통제하나

그룹 BTS(왼쪽부터 뷔, 슈가,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 북한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연합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아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지난 15일 데일리NK가 단독으로 보도한 “南 영상물, 대량 유입 유포 시 사형”이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전원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했다.

이번에 데일리NK가 입수한 해당법 설명자료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질서를 침해한 범죄’의 처벌규정을 상세히 명시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남조선 관련 콘텐츠를 시청, 유포한 경우 5년 이상 1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그리고 유입 및 유포한 자는 무기노동교화형이나 사형 등 최고형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21세기 어떤 국가에서 다른 나라의 영상물과 정보를 유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에 처할 수 있을까. 기존의 북한 형법 194조는 “퇴폐적이고 색정적이며 추잡한 내용을 반영한 음악, 춤, 그림, 도서, 전자다매체”라고 규정해 왔다. 그런데 이번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남조선(한국)의 영화나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으로 남조선을 명확히 표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남조선식 어투나 글쓰기는 물론 남조선식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남조선 서체로 인쇄물을 만드는 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북한 당국이 외부정보 유입, 유포에 대해 사형이라는 최고형까지 규정한 건 그만큼 외부정보가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북한 주민들은 외부정보를 통해 남한의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비교하며 북한체제에 대한 반감도 가진다.

북한은 이번 8차 당대회를 ‘특기할 정치적 사변’이라고 선전한다. ‘백성을 하늘같이 여긴다’는 이민위천이 8차 당대회의 기본정신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백성을 그토록 위한다면서 외부정보를 유입, 유포했다고 사형까지 처하는 게 과연 이민위천인지 되묻고 싶다.

김정은은 또 8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남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3년 전 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도 했다. 마치 평화의 전령사인 것처럼 판문점회담에서 평화의 손을 잡았던 그이지 않은가. 그런데 정작 남조선(한국) 관련 콘텐츠를 엄격히 통제, 단속하면서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주민들을 옥죄인다. 평화를 운운하는 그의 행동이 얼마나 가식적이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중 국경지역에 설치된 전기 철조망.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과거 구소련 시절 젊은이들이 비틀즈 음악에 열광하자 소련 당국은 외부 정보를 엄격히 통제했다. 그때 소련의 젊은이들은 생각했다. “그토록 자랑하는 사회주의라며 왜 노래 한 곡조차 통제하는가”라는 자각이었다. 북한 당국 역시 ‘사회주의 제도 만세’를 외치지만 정작 자유 세계의 노래 한 곡조차 철저히 단속해야 할 만큼 그 제도는 허울에 불과하다.

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수위가 높아질수록 북한 주민들의 저항의식은 반대로 더 커지리라 확신한다. 그들도 진실을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건 이제 우리의 몫이다.

사족을 하나 달면, 필자가 북중 국경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어느 마을 앞에 전기 철조망이 처져 있다. 그것도 모자라 철조망 앞에는 뾰족한 죽창을 촘촘히 설치해 놓았다. 외부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인민들의 낙원, 바로 평양공화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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