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대미협상국 신설로 보는 향후 북미대화 판도는?

전문가들 "핵 전문가 확충한 조직개편 가능성에 무게...북미 대화 입장 변화는 아냐"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났을 때의 모습. / 사진=노동신문

오는 10일로 예고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 회의에서 신설 조직인 외무성 대미협상국의 윤곽이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대미협상국은 외무성 대북라인의 개편일 뿐 비핵화 협상의 기본 전략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의 기대처럼 대미협상국 신설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오겠다는 태도변화의 신호탄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명을 밝히지 않은 대미협상국장은 지난해 30일 담화에서 “미국으로부터 받은 고통을 갚아주기 위해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며 “최근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 의욕을 더 확실하게 접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대미 비난 담화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밝힌 마이클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대응으로, 대화 재개 불가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에 불과하지만 대미협상국장이라는 신설 직위에 이목이 쏠렸다.

일각에선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대화불가론을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론 새로운 대미 전담팀을 조직해 대화재개를 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데일리NK에 “외무성 내부의 조직 정비이지, 북한의 북미 대화의 입장을 바꾼 건 아니라고 할 수 있다”면서 “기존 북아메리카국이 담당해 온 업무의 개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 연구위원은 “북한 외교에서 대미협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고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대미 협상 인력과 함께 핵군축 관련 전문가 집단이 집결하는 방식으로 확대·개편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외무성 북미 대화 인력이 미국과의 협상을 담당하는 외교관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신설 조직엔 핵 관련 전문 인력까지 편입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은 공개되지 않은 핵군축 관련 엘리트들을 여러 조직에 포진시켜 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북한 대미협상라인에 핵군축 전문가 집단이 새롭게 배치됐다 하더라도 실무책임자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데일리NK 내부 취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정면돌파전’을 전면에 내걸었던 올초부터 최 부상을 책임자로 한 대미협상팀이 가동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보하며 대미협상 조직을 새로 꾸리고 기존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복병으로 작용하면서 북한으로선 ‘정면돌파전’을 이끌 경제적 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이다. 때문에 코로나19 방역지원을 마중물 삼아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지원책은 말그대로 인도주의적 지원에서 이뤄져야하며 지렛대로 활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 교수는 “우리 정부는 코로나19에 대한 대북 지원을 통해 남북 간 접촉을 늘릴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지만 북한은 절대 그런 카드를 받지 않는다”며 “인도주의적 지원과 정치적 접촉면 확대는 다른 차원의 정책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도 “남북한 코로나 관련 대화나 지원 협력이 이뤄진다해도 방역 차원의 협력에만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인도적 지원이 북핵 대화로 이어진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연내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을 이룰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박 교수는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의 끈을 확실하게 붙잡고 간다는 입장”이라며 “미국이 일관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가 유연해지지 않으면 협상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오 연구위원도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대미협상국을 개편하면서 향후 북미 대화를 준비한다 할지라도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 공조를 통해 대북제재를 강하게 유지하고 북핵에 대응하는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