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 강화…北, 러시아 정제유 해상서 환적 방식으로 수입?

전문가 "서로 매력적 고객 아냐...北,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주요 카드는 노동력일 것"

북러 정상회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러 간 밀착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러시아산(産) 원유를 저가에 매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 유류를 수입한다 하더라도 중국에서 제공되는 유류보다 저렴하게 수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최근 데일리NK에 “북한이 러시아에서 원유를 수입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북한은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정제시설을 단 한 곳 밖에 가지고 있지 않고, 이 시설은 수년째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원유 정제시설의 가동이 오랜 기간 중단됐을 경우 재가동을 위한 설비 보완 및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고 정제 효율이 정상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북한 당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북한 당국이 이미 정제된 휘발유나 경유를 수입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외의 북한경제전문가도 “북한은 과거 공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 방식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러시아산 정제유를 반입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방식으로 유류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2019년 총 3만 180t의 정제유를 북한에 수출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2만 2730t의 정제유를 북한에 보낸 것으로 보고해 북한에 가장 많은 정제유를 수출하는 나라로 러시아가 지목되기도 했다. 

다만, 현재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하락한 러시아 유류라 하더라도 북한이 가격면에서 메리트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출신의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경제 협력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두 나라 간 무역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유상 교역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북한에 무상이나 국제유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정제유를 제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북 송유관 단둥(丹東) 기지 내의 가압시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중국은 러시아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북한에 대한 정치전략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에 원유나 정제유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지만 러시아는 경제 안전성이 낮은 데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국가 부도 사태에 빠질 위험에 처해있어 북한에 정제유를 싼 값에 제공할 유인이 없다는 설명이다. 

스탠거론 선임국장도 “북한이 러시아산 정제 석유를 수입한다면 할인 수준과 접근성 등 두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가 인도에 저렴한 값에 원유를 수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배럴당 25~35달러 밖에 할인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북한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서방의 경제 제재로 외화난이 심화된 러시아에게는 북한이 매력적인 고객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 협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22일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신홍철 주러시아 북한대사를 만나 “국제정세 변화의 맥락에서 상호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 모두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완벽한 교역 파트너가 아니라 할지라도 무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과 러시아는 경제 호환성이 낮아 북한이 러시아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경제적 카드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내 중동아시아 및 우크라이나 인력이 유출된 상황이어서 북한의 노동자 파견 카드가 러시아에게 유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이 수출할 수 있는 항목은 대부분 러시아에게 큰 가치가 없지만 노동력 제공은 러시아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고 앞으로 건설이나 벌목이외에도 여성 경공업 노동력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고위급 대화에서 어떠한 경제적 유대를 논의했는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동자 파견 문제는 반드시 포함돼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