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레드라인’ 넘은 김정은…조만간 7차 핵실험도 감행 가능성↑

전문가들 "소형 핵탄두 개발도 필연...대화 기조는 ‘비핵화’ 아닌 ‘핵군축’ 협상에 초점 둘 것"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직접적인 지도에 따라 전날인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전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필 명령에 따라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최대 성능으로 발사하며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을 깨버렸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빠른 시일 내에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4일 발사체는 고각(高角)으로 발사돼 고도 6200km까지 솟구쳤으며 이후 동해상으로 1080km를 비행했다.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했다면 워싱턴DC와 뉴욕 등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북한이 이 시점에 스스로 추가 핵실험과 ICBM을 발사하지 않겠다는 모라토리엄을 깨버린 것은 대외적으로 남측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기 전 남북관계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서 ‘핵군축’ 대화를 시작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기술적으로 ICBM을 완성하고 핵군축 대화로 판을 뒤엎을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린 것”이라며 “북한은 비핵화나 모라토리움으로 더 이상 얻을 게 없다는 걸 이미 계산하고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이러한 시그널을 보냈지만 바이든 정부가 무반응으로 일관하면서 미국의 대외정책에 있어서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난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는 현 시점을 적기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한미가 북핵공조를 강화하기 전 양국의 전략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가 있다”면서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북정책 수립 전까지의 정책적 공백을 활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북한이 더 이상 ‘비핵화’가 아니라 완전한 핵보유국으로서 ‘핵군축’ 협상을 시작하려 한다는 점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본지에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라는 단일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전략 무기를 고도화한 후 대미 대화를 핵군축으로 전환해 협상력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기 위해 취했던 지난 4년간의 모든 대화와 조치가 백지화된 셈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전날인 24일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발사와 관련한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현장에 참관해 발사 전과정을 지도했다고도 전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은 핵탄두 소형화 작업에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 7차 핵실험까지 밀고 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을 만든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의 과제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KN-23, 북한판 에이태킴스 KN-24 또한 극초음속활공체(Hypersonic Glide Vehicle, HGV)안에 넣을 수 있는 소형 핵탄두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7차 핵실험은 필연적 과정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도 취임 나흘 뒤 화성-12형을 발사했다”면서 “빠르면 윤석렬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1주일 이내에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홍 실장도 “향후 한미의 태도 등을 보고 하반기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전술핵무기용 소형화를 위한 핵 실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예상되는 시점에는 차이가 있지만 핵탄두 소형화를 위해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그러나 북한이 극한의 도발로 긴장을 강화시킨다 해도 대화나 협상의 완전히 문을 걸어 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고 같은 해 6월 12일에는 첫 북미정상회담에 응한 바 있다. 

박 교수는 “북한은 강대강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대화의 문을 열고 나왔다”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자위적 국방력을 갖췄다고 판단된다면 북한으로서는 대화에 나올 준비가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북한이 받을 수 있는 카드의 실효성이 반감된 상황이어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 교수는 “결국 북한은 제재 해제를 요구할텐데 코로나로 인해 제재가 완화돼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당분간 북한은 전략무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