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北 최대 명절 ‘김정일 생일’ 행사에도 영향 미칠까?

소식통 "중앙과 지방에서 하는 공연은 다 준비 중…행사 취소 여부는 김정은에 달려"

광명성절
김정일 생일 경축 중앙보고대회가 2019년 2월 15일 평양체육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돌발 악재에 북한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김정일 생일(2월 16일·광명성절) 행사 동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 당국이 감염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각종 기념행사를 축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관련 준비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방역 문제 때문에 최종적으로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회는 취소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고 있다”면서도 “중앙급에서 하는 공연과 주요 지방에서 하는 2·16 공연은 다 준비돼 있다”고 전했다.

통상 북한에서는 김정일 생일을 전후해 중앙기념보고대회와 단위별 충성의 노래모임, 영화문헌학습, 조직별 집체강연, 김정일화축전, 충성의 선서모임 등 대규모 군중이 참여하는 기념행사가 진행된다.

소식통은 “일단 15일에 진행되는 중앙보고대회는 할 것으로 보이고, 도(道) 소재지들에서도 분위기 조성을 위한 여러 가지 행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치행사들이 취소될지는 좀 더 (상황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무서운 확산세에 북한 내부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별도 지시가 내려지기 전까지는 각종 행사가 예정대로 준비될 것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평양에서 정치행사가 진행된다 해도 여러 지방에서 평양으로 들어오는 인원에 대해서는 철저한 예방적인 의학적 검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안남도 소식통 역시 “현재 (행사) 준비는 하고 있다”며 “시(군)급 기관에서 체육경기 예선이 치러지고 있으며, 예술단들에서는 2·16 예술축전과 경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위별 충성의 노래모임도 원래처럼 준비되고 있고, 장군님(김정일) 탄생일을 높은 생산적 성과로 맞이하자고 강조하고 있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2017년(김일성 생일, 上)과 2019년(김정은 생일, 下)에 어린이들에게 공급한 선물.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평양시민들에게 내려질 국가 명절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평양 소식통은 “2·16 명절공급 물품은 90% 이상 중국을 통해 들여왔는데, 비루스로 인해 항공편도 배편도 모두 끊긴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며 “이 점이 가장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최근 중앙당 최고위급 간부가 중국으로 급파됐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해결됐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소식통이 언급한 ‘최고위급 간부’는 최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북한 내부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김성남이 ‘15일쯤에 국가 간 무역을 시작하자’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단독] “김정은, 시진핑에 북중 간 국가 차원 무역 요청”)

김일성 생일(4월 15일, 태양절)과 김정일 생일, 양력설, 음력설 등 북한 4대 명절에는 평양의 당 중앙 정권기관 간부들에게 국가 명절공급이 내려지며, 공급품목은 1~7부류에 따라 각기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올해는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물품 유입 통로가 막히면서 간부들에게 공급될 명절공급의 가짓수가 확연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평양 내에서는 ‘명절공급이 아예 없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평안남도 소식통은 “도에서는 국가적인 명절공급이 없어진지는 꽤 됐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기관이나 생산품이 있는 공장기업소 등에서 주는 자체 명절공급은 있다”며 “주로 기름이나 밀가루, 돼지고기, 술 이런 종류를 준다”고 말했다.

이밖에 11세 미만의 전국의 어린이들에게도 매년 명절마다 당과류 선물이 내려지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1월 중순 도별 식료공장에서 전량 생산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