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위부, 외부와 ‘코로나’ 문자 주고받은 혜산시 주민 체포

불시 가택 검열, 中 휴대전화 회수…소식통 "코로나 관련 정보유출이라며 엄히 다뤄"

2013년 8월 촬영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지난 8일 양강도 혜산에서 국가보위성의 불시 검열로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해 돈을 이관하는 일을 하던 주민 3명이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보위성의 불시 검열은 공휴일 저녁 긴장이 풀린 때를 틈타 이뤄진 것으로, 특히 붙잡힌 이들 중 2명은 회수된 휴대전화에서 문제가 될만한 내용이 발견돼 도(道) 보위성으로 즉각 이송됐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8일 저녁에 이뤄진 보위부 10국(전파탐지국)의 불시 가택 검열로 돈을 이관해주는 일을 하던 강안동 남자 1명과 여자 2명이 붙잡혔다”며 “보위부가 그 자리에서 이들이 쓰던 중국 손전화기(휴대전화)를 회수했는데, 여성 2명이 쓰던 손전화기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에 대한 문자 내용이 발견돼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 3명은 중국이나 한국에 사는 탈북민들에게서 받은 돈을 북한 내 탈북민 가족에게 전달해주는 일을 하는 일명 ‘브로커’들로, 북한 당국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해 외부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보위성의 감시 대상에 올라있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최근 보위성 10국이 돈 이관 브로커들에게 감시의 눈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속에 걸렸다는 후문이다.

북한 국경 지역에서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해 외부와 접촉하는 이들은 크게 밀수꾼과 브로커로 부류를 나눠볼 수 있는데,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개인 밀수를 엄금하고 있는 상황에 밀수꾼들의 활동이 줄면서 보위성의 감시망이 자연스럽게 브로커들에게로 좁혀졌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실제 보위성 10국은 북한 당국의 국경 폐쇄 이후 전파차단기와 전파탐지기를 싣고 브로커들이 활동하는 지역을 돌면서 감시활동을 벌여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당일인 지난 8일 주민들의 경계심이 허물어진 저녁 시간에 외부와 연락하는 주민 색출에 나섰고, 신호가 걸린 한 남성 브로커의 집에 들이닥쳐 현장에서 그를 붙잡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다른 집에서 중국과 통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왔고, 이에 보위성은 곧바로 해당 살림집에 대한 가택 검열을 벌여 현장에서 발견된 여성 브로커의 중국 휴대전화를 즉각 회수했다.

이 여성 브로커의 휴대전화에는 한국 말투를 사용하는 이들과 문자를 주고받은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그 문자 중에는 북한 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상황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위성 10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평소 주시해오던 또 다른 여성 브로커의 집에도 임의로 들이닥쳐 가택 검열을 했다고 한다. 이 여성의 집에서도 중국 휴대전화가 발견됐고, 역시 그 안에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내용이 담겨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그 여자들은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안부를 묻다가 코로나 비루스 전파 상황을 살짝 문자로 알려준 것인데, 보위부는 공화국의 중요한 정보를 유출했다면서 상황을 심각하게 끌고 갔다”며 “이번 보위부 10국 검열에 걸린 3명 중에서도 비루스 내용을 주고받은 여자 2명은 현재 도 보위부로 이송된 상태“라고 말했다.

보위성은 이 여성들이 ‘검은돈’을 받았다는 점을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내부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적용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국가보위성은 앞서 당국의 국경 폐쇄 이후 즉각적으로 함경북도와 양강도, 평안북도, 나진-선봉 등 국경 지역에 ‘외부와 접촉해 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를 차단·단속하며,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유출한 경우에는 엄정히 대응하라’는 내적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확진자 발생 등 북한의 전염병 관리 실태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관련 사실을 철저히 은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소식통은 “일단 긴급 내적 지시가 떨어지고 월말 총화 날자(날짜)도 다가오니 보위부로서는 껀덕지(성과)를 만들기 위해 비루스 정보를 조금이라도 유출한 자들을 어떻게든 잡아내려 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중국 손전화기를 쓰는 사람들이 최대한 조심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