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봉쇄령 하달되면 대량 아사 사태 도래할 수도”

[봉쇄령 하달 지역 주민 인터뷰③] '굶주림' 공포 커진다..."봉쇄 대비도 어려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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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국경지대의 한 마을 살림집 사이에 영생탑과 김일성김정일 모자이크 벽화가 눈에 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지난해 11월 초 양강도 혜산시에 봉쇄 명령이 하달됐다. 봉쇄는 20일간 이어졌으며 주민들은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20일간 주민들은 추위 속에 굶주림을 견디면서 생활해야 했다. 행여나 명령을 어기고 집 밖으로 나온 사람은 단련대에 끌려가 모진 시간을 보내야 했다.(▶관련기사 : 밀수하다 들킨 군인, 무장한 채 탈북혜산시 ‘20일 봉쇄령)

21일 데일리NK와 연락이 닿은 혜산시의 한 주민은 “당시 당국이 봉쇄를 급작스럽게 했었다”면서 “당시 대체로 밥 대신 죽을 먹었고, 집안 온도는 얼어 죽지 않을 정도로 떼면서 버텼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그는 이어 “한국 드라마나 중국 영화 등을 보면서 견뎠지만, 식량, 부식물 문제는 상당히 곤란했다”며 “당장 집에 식량이나 땔감을 비축해두지 않은 사람들은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북한 당국은 봉쇄령을 어기고 집 밖을 출입하는 사람들을 엄격하게 통제했으며 일부는 단련대로 보내는 처벌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주민은 “봉쇄령을 어기고 집 밖으로 나간 사람이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면서 “부득이하게 집을 나선 한 주민은 일주일간 단련대에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봉쇄 기간이 20여 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재판 없이 임의로 주민을 단련대에 구금시킨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는 이전부터 임의적이고 자의적 관행에 따라 구금이 만연해 있었다.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핑계로 정당한 절차 없이 주민들을 더욱 통제하거나 구금시키는 등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봉쇄 조치는 너무 지나쳤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주민은 “우리나라(북한)는 일단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가 들어오면 검진기구가 없고 치료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되므로 수습할 수 없다”면서 “그런 건 이해하지만 하루 벌어 생계를 겨우 이어가는 조건에서 과도한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 주민들은 하루 벌어 하루를 살기 때문에 언제 나올지 모르는 봉쇄령을 미리 준비하기는 어렵다”면서 “봉쇄령을 대비해 물건을 준비하는 것은 일부 돈주들과 간부 집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를 핑계로 불시에 봉쇄령을 내릴 경우 서민들은 다시 혹한과 굶주림에 시달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이 주민은 “새해에도 봉쇄령이 다시 내려오면 인민 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자칫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후반 대량아사시기) 때보다 몇 배에 달하는 아사자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봉쇄령 이후 쌀값이 하락하면서 주민들이 식량 걱정을 덜었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주민은 “봉쇄령 해제 후 쌀 가격이 조금씩 내리면서 다소나마 힘든 고비를 겨우 넘겼다” 한때 물가가 너무 급등해서 한때 힘들었지만, 국가 조치 때문에 쌀 가격이 내려가니 한숨이 놓였다”고 전했다.

본지 물가 조사에 따르면 봉쇄령 이후 혜산의 쌀가격은 일시적으로 상승하다 고점(지난해 11월 28일 기준) 대비 약 15%(1월 11일 기준) 정도 하락했다.(▶관련기사 : 달러 환율 6000·쌀값 4000원선 붕괴흔들리는 시장)


*편집자 주 :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북한 당국의 비상식적인 코로나 조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육해공 모든 통로를 봉쇄한 것을 시작으로 사상 유례없이 학생들의 방학과 휴교를 수차례 반복하더니 급기야는 사전 공지도 없이 봉쇄 조치를 내려 지역 주민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집 안에 갇혀야만 했습니다. 

이에 본지는 무방비 상태로 ‘락다운(Lock Down, 봉쇄조치)’된 국경지역 주민들의 현지 상황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해드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