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비료 생산 차질의 책임은 자력갱생에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서 “사회주의 농촌에 더 많은 비료를 보내주기 위해 생산을 다그치고 있다”라고 1면에 보도했다. 사진은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 쌓여 있는 비료. /사진=노동신문·뉴스1

평안남도 안주에 위치한 남흥 청년화학연합기업소 비료공장이 부품 고장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매년 비료와 농약이 부족한 마당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국경봉쇄까지 취해진 조건에서 내부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중앙 간부들까지 총출동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북한 주체농법에서는 봄철의 비료 1kg은 가을에 쌀 10kg을 담보한다고 말한다. 김정은은 농업부분을 주타격 대상으로 삼아 과학농법을 틀어쥐고 다수확열풍을 일으키라고 지시했다. 그 첫걸음인 비료확보부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요소비료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주요 부품의 마모가 심해 교체가 필요하지만 신규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품들은 정밀 가공기술이 요구돼 북한의 자체 기술로는 생산이 어렵다. 

3월부터 기업소의 생산 차질 보고를 받은 내각은 화학공업성, 기계공업성, 농업성 관계자들을 소집해 부품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고 한다. 비료공장 가동 중단의 책임을 지고 기업소 기술부기사장과 무역관계자가 중앙당에 불려가 비판을 받고 해임·철직됐다. 

당국의 이러한 조치에 남흥청년화학기업소 노동자들은 “잡아먹을 것은 돼지 뿐”이라는 말로 기술행정일꾼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정부의 처사에 불만을 가졌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유연한 기술 및 상품교류가 부족한 폐쇄적 국내 경제현실에서 비롯되는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생산 중단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않고 책임을 하부단위에 전가하는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조건에서도 여전히 자력갱생을 외친다. 폐쇄적이고 기술력도 없는 국가의 자력갱생이 얼마나 허망한 구호인지 이번 비료생산 차질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북한지도부는 무슨 숨겨놓은 돈이나 기술이 있는 것처럼 원대한 목표와 구상을 남발하고 있다. 자력갱생 정신이 부분적인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에너지와 물자, 기술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없다. 그런데도 ‘자력갱생과 간고분투 정신’만 내려 먹인다. 

국가의 일방적인 통제와 계획에 입각한 경제 질서는 필연적으로 비 자율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는 여전히 자율적이지 못하고 불합리한 폐쇄경제가 지배한다. 권력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나름대로 기능하고 있는 시장질서의 본질적인 요소도 무시한 채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 

현재 북한지역에서 공장·기업소들의 생산과정은 성문화될 수 없는 일련의 비공식적 관행과 임기응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내리는 지침과 원칙으로는 생산을 유지하기 힘들다.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각종 편법으로 자금과 물자를 조달하고 시장을 이용해 물건을 판매한다. 

현지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정밀가공 부품은 원료가 없고 기술도 부족하여 자력으로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입 부품이 비싸지 않은 데도 국제사회 제재, 무역 중단, 외화 부족 등으로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북한 경제는 대북제재 와중에 터진 코로나19로 크게 어려워진 상태다. 그런데도 최고지도자의 입맛에 맞는 일방적 계획의 강제로 기진맥진한 상황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기업소 지배인과 기술 책임자들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체제 유지상 불가피한 경직된 시스템은 유연하게 대응하고, 시장은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제사회와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