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이 지방공업공장 건설 중심에서 보건시설과 종합봉사소를 함께 짓는 생활 인프라 확충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당초 이 정책은 지방공업공장을 세워 지역별로 식료품과 기초 소비품을 생산·공급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품 생산을 위한 제조 기반뿐 아니라 주민 편의와 유통, 문화생활을 담당할 종합봉사소 건설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북도 선천군, 평안남도 맹산군, 남포시 대안구역, 황해남도 은률군과 송화군, 개성시 판문구역, 함경북도 무산군 등 여러 지역에서 종합봉사소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현지에서는 “원료가 없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공장만 짓는 것보다는 주민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종합봉사소가 낫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종합봉사소 건설이 실질적인 지방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고, 주민들의 삶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을까.
노동당의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외부 의존 없이 지역 자체의 원료와 자원을 활용해 식료품과 기초 소비품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지방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지방공업공장과 원료기지 건설, 생산 공정 현대화, 지역별 특화 생산이 강조돼 왔다. 문제는 이러한 구상이 현실의 제약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지역의 산과 바다, 들에서 나오는 농산물, 목재, 산열매, 약초 등만으로 식료품과 기초 소비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특히 밀가루, 사탕가루(설탕), 식용유, 포장재, 연료, 부품처럼 경공업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와 자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면 공장 건물과 설비만으로는 생산을 지속하기 어렵다. ‘자력갱생’이라는 구호만으로 지방의 기초 경공업을 성장시키기는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당이 지방발전 20×10 정책에서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생산 시설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방 주민들이 당장 겪고 있는 생활난과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 폐쇄적인 경제 구조 속에서 지방 주민의 생존 문제와 도농 간 격차를 줄이려면 원료, 자재, 에네르기(에너지), 물류, 유통망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북한 지방의 현실은 이러한 조건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중앙의 통제가 낳는 비효율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북한 당국은 국영 상업망이 장마당을 압도해야 한다며 개인 도매상과 장마당 유통을 강하게 단속하고, 물자를 국영상점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을 행정적으로 누르고 유통을 국가가 독점하려 하면 물자는 공개 유통망에서 사라지고, 상인들은 물건을 숨기거나 비공식 거래 시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 결과 국영상점에는 충분한 물건이 공급되지 못하고 장마당 가격은 오히려 뛰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중앙이 유통을 틀어쥐려 할수록 주민 생활은 더 불안정해지고, 지방경제의 자생력도 약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국영 상업망이 장마당을 압도해야”…3월은 ‘상업 혁명의 달’)
결국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성패는 건물을 얼마나 많이 지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주민 생활이 얼마나 개선되느냐에 달려 있다. 겉으로 보기 좋은 공장과 종합봉사소를 세우는 것만으로는 지방 발전이 완성될 수 없다. 공장에는 원료와 자재, 전력이 필요하고, 종합봉사소에는 충분한 상품과 합리적인 가격, 주민을 위한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건물은 또 하나의 선전용 성과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책의 주안점이 체제 안정과 중앙의 재정 수입 복원, 그리고 최고지도자의 치적 선전에만 머문다면 지방발전의 본래 목적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북한 당국은 온실과 공장, 살림집, 봉사시설 건설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생활 개선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지방발전 정책이 진정으로 평양과 지방의 격차 해소, 지방공업과 농촌의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성과 선전보다 실제 운영 능력을 먼저 따져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종합봉사소가 필요할까. 종합봉사소는 단순한 봉사시설이나 전시용 건물이 아니라 지방 주민들의 열악한 일상 편의와 문화적 결핍을 직접 해소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생필품 판매, 수리 서비스, 식당, 목욕, 이발, 문화공간, 주민 편의시설 등이 실제 수요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소외됐던 지방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간 생활 수준 격차를 줄이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지난 30여 년 동안 생존을 위해 의존해 온 시장과 자생적 상업 활동을 억누르지 않는 것이다. 종합봉사소가 주민 편의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장마당을 국영 유통망으로 흡수하고 통제하기 위한 장치가 된다면 주민 생활은 오히려 더 불편해질 수 있다. 국영 상업망을 강화하더라도 시장의 기능과 주민들의 자율적 경제활동을 인정하고, 이를 합법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제도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북한 노동당이 고집하는 중앙 통제 경제는 중앙이 필요로 하는 중공업, 채취산업, 사회간접자본에는 자원을 우선 배분하면서도 경공업과 농업, 지방 서비스 부문에는 충분한 자원과 권한을 주지 못해 왔다. 이러한 불균형은 지방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장기 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방발전은 중앙의 지시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지역의 수요를 가장 잘 아는 지방과 기업, 주민에게 더 많은 권한과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
최선의 방향은 시장의 기능을 현실로 인정하고, 경제관리 권한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국가에서 기업과 주민에게 단계적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와 기업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지역별 자원과 수요에 맞는 생산과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지방발전은 구호나 건설 속도 경쟁이 아니라, 주민들이 실제로 더 나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제도와 운영 방식의 변화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래야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이루기 어려운 지방발전의 꿈이 비로소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