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탈북민 운전면허 무료교육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르포] 용인운전면허시험장서 미래의 사회복지사 탈북민 김 씨를 만나다

용인운전면허시험장 장애인운전지원센터. /사진=데일리NK

“(경기도) 용인운전면허 시험장 장애인 센터에서 기초생활 수급자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운전면허교육 및 취득과정을 무료로 지원해 주거든요. 한 번 시간을 내셔서 가보시는 게 좋을 듯해요.”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탈북민 김지순(가명·40대) 씨.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사회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그는 서울동부 하나센터 복지사의 전화 한 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나원에서 운전면허 모의고사 필기시험까지 합격했는데, 기능과 도로주행 시험 등 나머지 과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때였다.

듣자니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운전면허 학원을 등록하려면 최대 100만 원까지 든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 정착한 지 별로 안 된 그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운전면허는 본인의 미래를 위한 필수 요건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불행히도 옆에서 도와줄 가족이나 친구는 곁에 있지 않았다. 반쯤 포기했었는데, 구원의 손길이 찾아온 셈이다.

용인운전면허시험장 장애인 센터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민 김 씨. /사진=데일리NK

며칠 후 그는 복지자가 알려준 대로 용인으로 향했다. 무사히 신갈역을 빠져나온 김 씨는 용인 운전면허시험장 본관 1층에 있는 장애인 운전지원센터로 종종걸음을 옮겼다. 센터 운전면허 교육 담당 선생이 기다리고 있었고, ‘무료지원 가능’이라는 답에 바로 등록 절차를 밟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걸까. 알고 보니, 2017년 용인 운전면허시험장과 서울 동부, 경기 동부, 경기 남부 하나센터와 관련 업무 협약을 맺었고, 탈북민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들에 대한 면허취득 교육 무료지원을 장애인 운전지원센터가 전담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약 80명의 탈북민이 운전면허를 취득한 상태였다. 결국, 탈북민들의 안정적 사회정착을 돕고자 하는 용인운전면허시험장 장애인 운전지원센터 측의 격려에 김 씨도 한국 정착 후 처음으로 운전석에 앉아 교육을 받게 됐다.

탈북민 김 씨가 도로주행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운전면허 교육은 받으면 받을수록 신기했다. 김 씨는 “내가 운전하는 차가 움직인다니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꿈도 생겼다. “사회복지사가 돼서 독거노인, 장애인들을 가족 같이 돌봐 드리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운전면허 취득은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고 김 씨는 말했다.

그는 이어 “세금 내는 평범한 대한국민 국민의 한 사람이 되는 게 또 하나의 희망 사항이다”면서 “무료 지원 프로그램을 받으면서 앞으론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는 정신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도 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도로교통공단에는 총 8개의 장애인 운전지원센터가 있다. 그중 탈북민 면허취득 무료지원 과정(단, 서울 동부-경기 동부-경기 남부 하나센터 추천서 필참)은 용인운전면허시험장에서만 받을 수 있다.

또한 2014년 개소한 장애인 운전지원센터는 장애인들을 위해 면허 취득을 지원해왔고, 지금까지 이를 통해 면허를 취득한 장애인만 640명에 달한다.

김 씨가 용인운전면허시험장 장애인 센터 탈북민 운전면허 취득 무료지원 프로그램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