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민생 안정’ 외친 김정은, ‘계획’ 아닌 ‘시장’에 눈 돌려야

북한이 지난 15일부터 진행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3차 전원회의가 폐막했다고 19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열린 노동당 제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의 핵심 주제는 다름 아닌 ‘민생 안정’이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직접 인민 생활 실태 자료와 개선책을 살펴본 데 이어 생활고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명령서’까지 내놓았다.

이는 대북 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경제난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민심 이반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진정 인민들에게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고, 애로를 제때에 풀어줄 수 있을까?

먼저 현재 인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기업소의 활성화로 인한 월급 현실화 및 활발한 시장 활동을 통한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가 절실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아직 시대착오적인 망상에서 벗어나고 있지 않은 듯하다. 먼저 재화가 턱없이 부족한 기업 환경에서 여전히 자력갱생과 일방적인 계획 규율 강조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기업들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몇 개월 사이 지방공업관리국 내 행정 관료들이 사표를 내는 경우가 늘었다.

표면적으로는 ‘건강’ 등의 사유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주는 것 없이 계획과 성과만을 강요하는 당국에 어쩔 수 없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전언이다. 잔뼈 굵은 행정 관료들도 더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현재 북한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은 계획 경제제도의 지배로부터 탈피다. 이는 계획과 시장의 원만한 공존을 만들어 내는 필수요소다. 김정은 정권이 이 과제를 완수해야 계획경제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고, 경제난을 극복하면서 정상국가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고 본다.

필자는 당국이 정한 몇 가지 핵심적인 부문(에너지와 인프라 등)에 대한 계획적 투자를 보전하면서 동시에 시장경제의 안정성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도 국영기업 대다수가 의무적인 생산량을 할당받고 있지만 계획생산으로 만들어진 산출물은 국정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거래하고 있다. 다시 말하여 계획과 시장의 공존은 국영기업의 경영방식에서도 작동하는 것이다.

이처럼 거의 모든 공장이 시장을 도입했고, 적응 과정에 있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자력갱생이나 계획규율 강화가 아니라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국영 기업도 시장과의 거래를 허용하여 경직되지 않고 유연성이 보다 확대 적용되어야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재 북한 경제는 계획 부문의 비중이 지속 축소되고 있다. 2000년 이후 중앙에 의해 배분되는 재화의 비율이 감소되고 있고 생산량의 거의 모든 부문이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계획의 밖에서 성장한 셈이다.

노동당 지도부는 일방적인 계획 규율 강조보다는 기업과 조세 계획을 체결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더 재정이 확충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산업에 대한 중앙의 독점을 완화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자율성이 보장되면 시장에서 사업하는 수많은 기업들, 특히 지방과 농촌산업이 이익을 챙기게 될 것이며, 경쟁이 격화되고 전반적 경제가 성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