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이 당중앙? 그는 과연 ‘후계자’인가 ‘2인자’인가

北 매체에 '당중앙' 표현 등장하자 후계자론 '솔솔'…소식통 "공식적 2인자 굳히기 작업"

지난달 1일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옆에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앉아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국정 전면에 나서는 과정에서 ‘당중앙’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해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 지위에 오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거 북한 후계구도 구축 시기마다 나타났던 개인 우상화 작업이나 위대성 교양 등 내부의 정치적 선전사업은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뤄 현재로서 김여정을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북한 내부 소식통의 주장이다.

당중앙이라는 표현은 과거 북한이 후계자를 내세울 때마다 등장했는데, 1974년 김일성의 후계자로 김정일이 내정됐을 때와 2008년 김정일의 후계자로 김정은이 내정됐을 때에도 이 같은 표현이 자주 사용됐다. 물론 당중앙은 최고지도자의 별칭으로도 당 중앙위원회의 준말로도 쓰이지만, 이 같은 역사적 배경 때문에 북한에서 당중앙은 곧 후계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김여정이 대남공세의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다시 당중앙이라는 표현이 북한 매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김여정 후계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10일 회고록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사실 확인은 못 했지만 최근 김여정을 당중앙이라고 부르라고 했다는 지시가 들릴 정도”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노동신문이 당중앙이란 용어를 썼을 뿐 김여정 동지를 당중앙이라고 부르라는 공식적인 지시나 포치가 내려온 적은 없다”면서 “과거에는 지도자로서의 준비 과정 중에 당중앙이라는 용어가 나왔다면, 지금은 김정은-김여정 동지를 통칭하는 당중앙이라는 데서 의미가 다르다”고 말했다.

위대성 학습자료 제작 등 통상적 ‘후계자 띄우기’ 작업 無

과거 북한의 후계 구도 형성 시기에는 후계자인 김정일과 김정은의 업적을 내세워 위인상을 칭송하고, 위대성을 학습하도록 하는 작업이 내부적으로 진행됐다.

1974년에는 당 유일사상체계 확립과 김일성주의의 정식화를 제시한 김정일의 업적을 강조해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위대성’이라는 학습자료가 당 문헌으로 만들어져 내려졌고, 이후 ‘주체혁명의 대가 이어진 것을 열렬히 지지하며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만을 믿고 따르며 충성으로 받들어나가겠다’라는 내용의 당 조직별 충성의 편지가 올려졌다.

당시 ‘당중앙의 꺼지지 않는 불빛’이라는 표현이 편지마다 담겼는데 이는 김정일 집무실의 불이 밤에도 늘 켜져 있다는 의미로, 그만큼 김정일이 주체혁명의 위업을 이어갈 지도자로서 인민들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0년대 말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내정된 시점에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선군정치 시기였던 당시에는 GPS 체계에 의거한 육해공군 지형지도를 새롭게 정립했다는 김정은의 군사적 업적을 강조해 ‘존경하는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의 위대성’이라는 학습자료가 당 문헌으로 만들어져 인민군 정치부에 가장 먼저 내려졌다.

이후에는 마찬가지로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를 무장으로 받들어나가겠다’라는 인민군 총참모부의 충성의 편지가 올려졌다. 특히 당시 군은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를 중심으로 하는 당중앙을 목숨으로 사수하자’라는 구호를 선봉에서 추켜들며 김정은 후계 체제 확립에 앞장섰다.

이와 별개로 후계 구도 구축 과정에서는 김정일과 김정은의 위인상을 칭송하는 노래도 만들어졌다. 실제 김정일이 후계자로 내정된 뒤에는 ‘대를 이어 충성을 다하렵니다’라는 노래가,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뒤에는 ‘발걸음’이라는 노래가 만들어져 보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월 25일 삼지연극장에서 열린 설 명절 기념공연 당시 김경희와 김여정의 모습. /사진=연합

명실공히 2인자 지위 굳히기… “후계자로서의 당중앙은 아냐”

소식통에 따르면 일단 현재로서는 김여정의 위인상이나 위대성을 부각하는 정치선전자료 제작이나 관련 사업들은 북한 내부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3일 내각과 성 중앙기관, 사법기관, 군의 부장급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백두혈통과 당의 결정’이라는 제목의 문헌 학습 강연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 동지의 지시를 결사관철하는 것은 곧 당중앙의 사상과 영도를 충성으로 받들어나가는 길임을 명심하고 우리 혁명의 참모부인 당중앙을 신념과 양심, 의리로 받들어나가자’라는 내용의 3쪽짜리 해당 문헌을 두고 현재 내부에서는 김여정에 대한 전당·전군·전민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사상을 주입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금의 김여정 동지를 따르는 것이 당중앙의 영도를 받드는 것이며, 김여정 동지가 김정은 동지와 한마음 한뜻의 영도를 충실히 해나갈 수 있는 완전한 2인자라는 점을 밝힌 것”이라며 “김정은 동지의 아들이 후계자로 준비해 나설 때까지 내부 간부들이나 인민들의 지지를 응당 끌어내기 위한 업적 쌓기, 실력 쌓기의 작업일 뿐이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후계자로서의 당중앙은 아니다”고 했다.

본래 당중앙이라는 용어가 후계자로서의 김정일과 김정은을 우상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공식적인 2인자이자 대리자, 후견인으로서의 김여정이 그에 걸맞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금은 당과 군대가 김여정 동지의 영도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게 유일무이한 2인자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이는 심혈관 난리 때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위기를 느꼈기 때문으로 간부들은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관련기사 보기: 김여정, 왜 갑자기 대남 총책? “빠른 시일 내 혁명 업적 필요”)

전반적 사업 지도·지시…처벌 없는 ‘절대권력의 길’ 들어서

그렇다면 현재 김여정의 위상은 어느 정도이며, 그의 권력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일까? 한편에서는 김여정이 13일 담화에서 ‘다음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군 총참모부에 넘기려 한다’며 예고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자 군 동원력, 군 지휘권까지 장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당 조직지도, 선전선동은 물론 대남이나 경제 사업은 김여정 동지가 진행할 수 있으나, 핵과 미사일 등 국방 사업이나 대미 사업과 같은 핵심적인 문제들에서는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고 김정은 동지와 함께 보조를 맞추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으로 간부들은 보고 있다”며 “사실상 전반적인 부분을 다 아우를 수 있는 구도이고 이를 김정은 동지도 암묵적으로 찬성했다는 것이며, 당과 군대, 인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실천 단계에 들어갔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김여정 동지를 신성불가침의 영역에서 하나의 신적인 존재로 상승 도약시키고 있다”며 “나라의 전반 사업에 모두 참여해 지도도 하고 지시도 내릴 수 있으나 그것이 잘못됐다고 해서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는 일반적인 간부들과는 철저히 분리해 오류를 범하지 않는 위인이자 지도자로서 절대권력의 길을 걷게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상단에 ‘당중앙결사옹위정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중앙결사옹위정신은 최고영도자 동지의 신변안전과 권위, 사상과 업적을 목숨 바쳐 견결히 옹위해나가는 우리 인민의 정신을 반영한 시대어”라며 “준엄한 혁명의 길에서 원수들의 온갖 책동으로부터 들놀지 않는 성새가 되고 방패가 되어 경애하는 원수님(김 위원장)의 사상과 노선, 안녕과 권위를 목숨으로 지키는 투철한 혁명정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