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매입 거부한 탄광 실소유주 ‘말반동’으로 체포돼 처형

소식통 "체포·처형 하루에 이뤄져"…공채 강매 불만 억누르기 위한 '시범껨'인듯

제남탄광
평안남도 개천시 제남탄광(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중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17년 만에 공채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공채 매입을 거부한 평양의 한 탄광갱 실소유주가 공개체포 및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강동지구탄광연합기업소에 이름만 걸어두고 있던 탄광갱의 실제 주인 리모 씨가 6일 기업소 노동자회관에서 공개 체포된 뒤 바로 실내처형된 사건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리 씨는 앞서 지난달 말께 강동지구탄광연합기업소 소속 판매과장의 부름을 받아 다른 탄광갱 소유주들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공공연히 공채 매입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출한 것이 문제가 돼 강도 높은 처벌을 받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기업소 판매과장은 탄광갱주들을 불러모아놓고 ‘딸라(달러)를 내고 기업소 국가공채 매매계획을 일률적으로 수행해야한다’는 포치를 전달했다. 그런데 이 같은 지시를 군말 없이 들은 다른 탄광갱주들과 달리 리 씨는 ‘공채를 안 사면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기업소 판매과장이 ‘그렇다면 당 정책을 관철 안 하는 반동이 아닌가’라고 답하자 리 씨는 즉각 ‘국가나 기업소는 내가 일해서 탄광을 먹여 살릴 때 보태준 것이, 해준 것이 뭐냐’며 반발했고, 이것이 곧 싸움으로 번지면서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는 것.

소식통은 “판매과장은 그날로 즉시 이 일을 기업소 당위원회에 보고했고, 당위원회에서는 안전위원회를 열어서 이 사람(리 씨)을 보위부에 꽂아 넣었다”고 말했다. 안전위원회는 도·시· 군 각급별로 당위원회 위원장과 인민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보안기관 총책임자 등이 모여 긴급 사안을 논의·의결하는 회의체로 알려졌다.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상황이 잠잠해진 듯 했으나 지난 6일 국가보위성이 돌연 기업소 노동자회관에 전체 노동자들을 모이게 한 뒤 이른바 ‘말 반동’으로 리 씨를 공개 체포하고, ‘당 정책 비난죄’라는 죄목을 씌워 예심 등 재판 절차도 모두 생략한 채 그를 즉결 처형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체포와 처형이 이처럼 같은 날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는 공채 판매라는 당국의 조치에 반발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내부의 불만을 억누르려는 일종의 ‘시범껨’(본보기)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번 처형으로 탄광갱주들 사이에 공포감이 조성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금 탄광주들은 ‘우리가 관리소(정치범 수용소)에 가려고 외화를 벌었나’ ‘이래도 저래도 죽기는 마찬가지니 목숨만은 부지하자’ ‘죽은 뒤에 돈이 무슨 소용이겠나’라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업소 공채 매매계획을 받아들이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이번 처형 이후 리 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탄광 갱들을 모두 회수했으며, 그가 개인 돈으로 사들였던 대형 상용트럭들도 무상 몰수해 국가에 귀속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북한 당국은 처형이 이뤄진 당일 저녁 리 씨가 살던 가정집에 들이닥쳐 기본적인 살림살이들을 걷어가고, 그의 아내와 두 자녀를 관리소로 끌어갔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리 씨 아내의 친정에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이혼하겠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기본적인 절차인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며 당국의 조처에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안해(아내)의 본가엄마(친정엄마)는 ‘나도 딸이랑 같이 관리소로 데려가라’고 말한 죄로 지금 강동군 보안서 대기실에 들어가 있다”면서 “이 사람에 대해서는 단련대 6개월 정도의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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