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4년 넘게 고정된 북한 전투기…모형으로 기만?

황해남도 과일(온천)비행장에서 실물모형으로 의심되는 전투기 10대 탐지

전장터에서 모형물을 이용하여 적을 기만하는 행위는 고대로부터 있어왔다. 중국의 고전소설 삼국지에 의하면, 제갈량이 병들어 죽자 나무 인형에 옷을 입히고 수레에 태워서 출현시키는데, 총공격을 감행하려던 적장 사마의가 이를 보고 혼비백산하여 정신없이 도망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이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쳤다”는 고사의 배경이다.

현대전에서도 실물과 구별이 거의 불가능한 모형물을 만들어서 적을 기만하는 전술을 쓴다고 하는데, 이러한 모형물을 탐지하고 실물과 구별하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인공위성이나 항공기에서 촬영한 영상을 이용하여 전투기 모형물을 탐지하려는 노력은 국내외 여러 연구진들에 의해 시도돼왔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같은 크기의 모형물에 같은 색상의 페인트로 칠을 하기 때문에 영상의 광학특성만으로는 육안 구분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모형비행기를 탐지하려는 문제에 대하여 본 소고에서는 영상의 광학특성이 아닌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위치정보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주기된 비행기의 위치에 변함이 없고 한 곳에 장기간 고정되어 있다면 모형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구글어스의 영상자료를 바탕으로 황해남도 과일(온천)비행장에서 위치정보를 이용하여 주기된 비행기가 모형물인지 아닌지를 가늠해보았다.

아래 전경 영상에서 과일(또는 온천)비행장은 황해남도 과일군 온천리에 위치하며, 미그-29 전투기가 전진 배치되어 있고 태탄 및 누천리비행장과 함께 우리의 서북 5도를 위협할 공군력이 전개되는 곳으로서, 전투기가 출격 후 서울 상공에 십 여분이면 도달한다고 한다(네이버 검색, 2021.06.15.).

황해남도 과일(온천)비행장 전경. 좌측 주기장에 전투기 10대가 주기되어 있고, 우하단 활주로상에는 곡물을 펼쳐 널어 말리고 있다. /사진=구글어스

한편, 과일비행장 좌측 주기장에 아래 그림과 같이 비행기 10대가 주기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구글어스 자료에 의하면, 전투기 10대의 모습이 처음으로 위성영상에서 촬영된 것은 2016.10.3.이다. 이후 최근에 포착된 2020.10.24.까지 총 6번 구글어스 영상에서 탐지되었는데, 전투기 10대가 별다른 위치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즉, 2016.10.03.~2020.10.24.까지 4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전투기들의 위치변화가 거의 육안으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실물비행기가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주기장에 전투기 10대가 4년 넘게 위치변화 없이 주기되어 있다. /사진=구글어스

전투기가 비행 후 되돌아와서 같은 위치에 정확히 같은 방향 및 같은 자세로 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4년여 기간 동안 전투기들의 주기된 모습에서 거의 (또는 전혀) 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일단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확인을 위하여 공군본부와 국방부 등에 문의 전화를 넣어봤다. 이리저리 다른 전화번호만 안내받다가 가까스로 어느 남자분과 통화를 할 수가 있었다. 답은 실물모형(Mockup)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비행기 연료가 부족해서 비행 훈련 없이 그냥 주기만 해 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과일비행장에서 전투기 10대를 4년여 기간 동안 움직임 없이 그냥 주기(또는 방치)해 놓았다면, 기계장치에 이상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된다. 이때, 그냥 시동만 걸어놓고 정비 (또는 점검) 차원에서 안전관리를 할 수도 있는 것인지 하는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공군 출신이 아니어서인지 잘 모르겠다.

상황을 정리하면, 주기장에서 장기간 움직임이 없는 전투기가 모형물일 수도 있는 반면, 실물이 맞다면 현재 북한 공군이 처한 열악한 유류 상황의 실상을 엿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움직임 없는 전투기는 북한의 다른 비행장에서도 식별이 된다. 황해남도의 태탄비행장에서 전투기 14대가 움직임 없이 장기간 주기돼 있는 것이 탐지되었는데, 이 또한 모형물일 수도 있고, 유류 부족으로 인하여 비행 훈련 없이 장기간 방치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후자인 유류난 때문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경제난과 유류 부족에 따른 북한군 군사동향 파악’ 등 군사연구에 좋은 참고 지표가 될 것 같다.

한편, 다음 그림에서는 과일비행장 활주로상에 노란 물질을 펼쳐놓은 것이 식별되었는데, 곡물(옥수수)을 말리는 모습으로 추정이 된다.

펼쳐진 곡물의 크기는 가로×세로 94.2m×13.2m이며, 촬영일자가 가을(10월 24일)인 점을 감안할 때, 옥수수를 수확한 다음 햇볕에 말리는 것이라고 생각된다(데일리NK 2021.6.8.자 영변 핵시설 곡물말리기 참조).

공군비행장 내 자투리땅 공터에서 군인들이 자급자족과 자력갱생을 위하여 밭농사를 짓는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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