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층 이상 주택·공공건물에 지하 ‘방공호’ 설치 의무화

지난해 말 개정 '행정처벌법' 입수해 세부내용 확인…민간반항공질서위반행위 처벌 강화하기도

 

려명거리
북한 려명거리 공사 현장. / 사진=서광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3층 이상 주택과 공공건물에 방공호를 설치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전시상황을 염두에 두고 상당수 건물에 방공호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데일리NK가 입수한 북한의 2020년 개정 행정처벌법에 따르면 북한은 동법 제56조 ‘민간반항공질서위반행위’에 방공호의 건설·관리·이용질서를 어긴 행위 등을 명시하고 이에 따르는 구체적인 처벌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법령은 지난해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지시로 수정보충(개정)돼 올해 3월 1일부터 시행됐다. 현재 국가정보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북한법령집에는 2016년 수정보충된 행정처벌법의 내용만 반영돼있으나, 본지는 지난해 말 수정보충된 최신 행정처벌법 법령집을 입수하면서 제56조 조문에 담긴 상세한 내용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행정처벌법 제56조에서 ▲방공호의 건설, 관리, 이용질서를 어긴 행위 ▲공습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행위 ▲불빛막이훈련질서를 어긴 행위 ▲대피훈련, 소개훈련질서를 어긴 행위 등을 ‘민간반항공질서위반행위’에 속하는 위법행위로 다루고 있다.

이 중 ‘방공호 건설, 관리, 이용질서를 어긴 행위’와 관련해서는 ▲3층 이상의 살림집, 공공건물을 건설하면서 지하 방공호를 설계하지 않았거나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았거나 ▲기관, 기업소, 단체들에서 방공호를 건설하지 않았거나 ▲수용능력을 보장하지 못했거나 ▲방공호를 제때에 보수정비하지 않아 오물, 오수가 차 있어 종업원, 주민들이 대피할 수 없게 했거나 ▲다른 용도에 이용한 것 등을 예시로 들었다.

즉, 3층 이상 주택과 공공건물에는 반드시 지하 방공호를 설치하고 이를 철저히 관리하며 본래 목적 외 거주나 창고 등으로 쓰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21 사태 등 무장공비 침투 사건으로 1970년 건축법을 개정해 단독 및 다세대 주택 지하에 반드시 지하층을 설치하도록 했다. 당시 건축법상 지하층에는 거실 설계가 금지됐고 사람이 거주할 수 없었다. 다만 이 같은 사실상의 방공호 의무설치 규정은 이후 경제발전에 따른 도시화로 주택 부족 문제가 나타나면서 삭제됐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말 행정처벌법을 개정하면서 ‘민간반항공질서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개정된 법령의 해당 조문에는 ‘민간반항공질서를 어긴 자에게는 경고, 엄중경고처벌, 벌금처벌 또는 3개월 이하의 무보수노동처벌, 노동교양처벌을 준다.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3개월 이상의 무보수노동처벌, 노동교양처벌 또는 강직, 해임, 철직처벌을 준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개정 전 조문과 비교하면 ‘노동교양처벌’이 새롭게 추가됐다.

북한 행정처벌법에 명시된 행정처벌의 종류는 ▲경고, 엄중경고처벌 ▲무보수노동처벌 ▲노동교양처벌 ▲강직, 해임, 철직처벌 ▲벌금처벌 ▲변상처벌 ▲몰수처벌 ▲중지처벌 ▲자격정지, 자격강급, 자격박탈처벌 등 총 9가지다.

이 가운데 ‘노동교양처벌’은 형사적 책임에까지 이르지 않은 위법한 행위를 한 주민을 시(구역)·군 단위로 조직된 노동교양대에 보내 어렵고 힘든 노동을 시키는 행정법적 제재로, 북한은 행정처벌법상 노동교양처벌의 기간을 5일 이상 6개월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무보수노동처벌’이 속해 있는 단위가 아닌 다른 어렵고 힘든 부문에 가서 육체적 노동을하는 것이라면 ‘노동교양처벌’은 노동교양대라는 별도의 구금시설에 들어가 노동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무거운 처벌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