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문제 해결 본격돌입 의미”

▲ 10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갖는 양국 정상

한국 시간으로 6월 11일 새벽 0시 25분부터 약 한 시간 정도 한미 정상 회담이 백악관에서 개최되었다.

2003년 5월 노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한 이후 2년 1개월 만에 다시 워싱턴을 찾았으며, 양국 정상이 만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러나 이번 한미 정상 회담은 부시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최초로 열렸다는 데, 특히 부시 2기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본격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열렸다는 데 그 중요성이 있다.

단 몇 시간의 만남을 위해 한국의 대통령이 왕복 비행시간이 30시간 가까운 워싱턴까지 날아갔다는 사실만으로 이 회의의 중요성은 증명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두 나라가 이견을 조정하고 타협안을 도출하기 위한 회담이기보다는 양국이 북한 핵과 한미 동맹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는 회담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양국 정상은 회담 이후 가진 짧은 인터뷰에서 기존의 원칙들을 재확인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관해 양국은 기본원칙에 완벽하게 합의하고 있으며 한미 동맹은 공고하게 발전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한미관계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을 인식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간에 혹시 무슨 이견이 없는지 그런 걱정을 많이 했는데 (부시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우리 사이에는 이견이 없었다. 기본 원칙에서 완전히 합의하고 있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고 말했다.

미국 6월 제안(June Proposal) 유효 천명

부시 역시 “한미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완전히 해체하고 제거하는 것이다” 고 말했다. 부시는 2004년 6월 열렸던 6자 회담에서의 미국 측의 제안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부연했다.

미국은 작년 6월 열렸던 제 3차 6자 회담에서 북한을 향해 소위 6월 제안(June Proposal)을 제시한 바 있었다. 그 내용은 북한이 (먼저) 핵 포기 선언을 하고, 그 직후부터 3개월 동안 핵 프로그램 공개, 가동 중단, 국제모니터링 착수, 그리고 공개리에 모든 핵무기 장치 및 부품의 파기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그 경우 미국을 제외한 한, 중, 일, 러 등은 북한에 에너지 공급을 재개한다. 나아가 북한의 약속 준수가 확인되면 미국 등은 북한에 잠정적인 군사 안전 보장 제공, 대북 경제제재 및 미국이 지정한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철회하는 것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북한은 이 제안을 일축했고 그 후 1년 동안 6자회담이 다시 개최되기는커녕 북한의 핵 보유 선언(2월 10일) 및 핵무기 보유량 증가 등을 말함으로써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 측의 인내심 역시 소진되어 가는 마당에서 한미 양국 정상은 의전 절차에 비추어 볼 때 파격적인 모습의 이번 긴급 정상 회담을 개최한 것이다.

논의된 내용이 모두 공개 되지 않았지만, 공개된 내용만을 볼 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내용은 2003년 5월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이미 2003년 5월의 정상 회담에서도 북한 핵 불용 원칙, 평화적 해결 원칙과 그리고 한미 동맹 관계가 양호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평화적인 방안만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경우, 그 다음 조치를 생각한다는 수준까지도 논의된 바 있었다.

미국, 북핵 해결에 발 벗고 나서는 시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미 정상 회담이 가지는 중요성은 미국이 본격적으로 북한 문제의 해결에 발 벗고 나서는 시점에서, 그 동안 미국과는 차이가 나는 것처럼 인식되었던 한국 측이 북한 핵에 대한 입장이 미국과 같다는 것을 밝혔다는 사실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한미 동맹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는 점 역시 이번 회담의 중요성이다. 동맹은 친구를 의미하지 않는다. 한미 동맹은 공통의 적, 적어도 북한의 핵 개발을 한미 양국이 함께 인식하는 위협이라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이라크 문제 해결에 정신을 뺏기고 있었고 2004년 내내 부시 대통령은 재선을 위한 힘겨운 선거전의 와중에서 북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해결할 여유는 없었다. 그래서 그 사이 나타났던 한미간의 불협화음은 잠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더 이상 한미간의 불협화음은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미국 측은 평화의 대안이 효과를 낼 수 없는 경우 강압 정책을 사용할 것임을 여러 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5월 27일 아나폴리스 해사 졸업식에서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 과학기술 발달은 미국으로 하여금 국가가 아니라 정권을 타격할 수 있게 했다고 언급하고, 미국은 죄 없는 사람들을 보호할 것이며 죄지은 자(The Guilty)를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선언했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한국도 역시 그동안 나타났던 미국과의 불협화음을 더 이상 끌고 가면 안 된다. 이모저모로 따져 볼 때 한미 동맹이 돈독하게 유지되는 맥락에서 북한 문제가 해결 되는 것만이 우리나라와 민족에게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춘근/ 객원칼럼니스트


– 미국 텍사스오스틴대학 정치학 박사

– 자유기업원 부원장

– 이화여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