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국, 추수 끝나자마자 농장·농가 돌며 쌀 반강제 수매 나서 

소식통 "농민들, 국가 수매 피하려 서둘러 시장에 쌀 내놔...가격 하락에 영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평안남도 문덕군 풍년협동농장 제7작업반에서 올해도 또다시 높은 수확을 거두었다고 보도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최근 본격적인 쌀 수매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애국미 헌납이라는 이름으로 초과 생산분 납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양정사업소가 각 지역 협동농장과 농가를 돌며 양곡 수매를 진행 중이다.

1차적으로 단위마다 계획량만 내도 되지만 양정사업소는 초과분 수매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애국농민이 되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애국미를 내야 한다’거나 ‘영도업적을 세운 기관이 되기 위해 무상에 가까운 헐값으로 국가에 쌀을 헌납해야 한다’는 등의 정치적 선동 분위기도 조성하고 있다.

심지어 양정사업소에서 나온 직원들이 농민들 살림집까지 들어와 숨겨둔 양곡이 없는지 샅샅이 살펴보기도 했다고 한다.

국가가 반강제적인 쌀 수매에 적극 나서자 농민들은 서둘러 시장에 쌀을 내다 팔고 있다.

일단 국가에 쌀을 수매하면 시장 가격의 1/3의 수준으로만 보상받기 때문이다. 당연히 농민들 입장에서는 시장 상인에게 쌀을 수매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다.

더욱이 비용을 현금이 아닌 책정된 가격 상당의 비료, 농약, 비닐 박막 등 현물 보상을 받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최소한의 할당량만 국가에 수매하려 한다.

이 같은 양상이 북한 시장 쌀가격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쌀 가격(1kg)은 평양 4500원, 신의주(평안북도) 4550원, 혜산(양강도) 42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9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쌀값이 최근 들어 4000원 중반대로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보통 예년에도 가을걷이 이후에는 감자, 옥수수, 쌀 등 양곡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시장에서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또한 햅쌀, 햇옥수수의 등장에 묵은쌀과 강냉이(옥수수)를 판매하는 상인들이 많아진 점도 쌀 가격 하락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당국이 농민들의 초과 수확분까지 반강제 수매에 나설 경우 내년 초 쌀이 부족해지는 시기에 쌀값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 당국이 충분한 양의 쌀을 수매해 국가식량판매소를 통해 적당한 가격으로 쌀을 판매한다면 쌀값이 갑자기 상승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관건은 식량판매소가 어느 정도의 쌀을 확보할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나라에서는 국경을 봉쇄해 주민들의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진 상황에서 쌀값까지 상승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어떻게 해서든 농민들을 쥐어짜서 쌀을 확보하려는 이유가 쌀값이 갑자기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