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전력난 예년보다 심해져… “전기 하루에 2시간 들어오기도”

北 주민 "군수공업 분야 공급 전력 1/6만 인민들에게 제공했으면..."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양강도 혜산시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양강도 혜산시. /사진=데일리NK 대북 소식통 제공

북한 당국이 군수공업 분야에 전력을 하루 18시간 이상 우선 공급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현재 일반 가정집에는 하루 2시간만 전기가 공급되는 날도 많은 것은 알려졌다. 만성적인 전력난이 최근 더 심화됐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요즘 전기 공급 시간이 더 줄었다”며 “양강도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6시간 정도 전기가 들어오지만 한심할 때는 2시간도 안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함경북도나 함경남도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북한은 일반적으로 겨울철 전력 공급량이 여름철보다 적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문제가 심각했다고 한다.

북한의 전력난은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고질적인 문제지만 최근 몇년 사이 북한 전력 공급의 불균형 문제는 더 심각해진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6일 새로 개편된 ‘CIA 월드 팩트북’에서 북한 주민의 전력 접근성(총인구 중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인구 비율)이 2019년 기준으로 26%였으며, 농촌 지역은 1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도시 지역의 전력 접근성 또한 36%에 불과했다.

북한 전체 주민 4명 중 1명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하루 전력 공급량이 적어진 데다 공급 시간도 일정치 않아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하루 전력 공급량이 매우 적은 데다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도 일정치 않아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하루에 12시간은 들어와야 냉장고 같은 전기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니 권력있고 돈 있는 간부집에서는 배전소 전기를 뇌물주고 끌어다 쓰는 것”이라며 “지금은 전기가 들어와도 전등에 불이나 밝혀주는 용도로 사용할 뿐”이라고 전했다.

추운 겨울철에도 일반 주민들은 전기 난방을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냉장고나 세탁기 등 전기 제품을 구비해 놓은 가정집이 꽤 있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압록강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북한 주민의 모습. 극심한 전력난으로 세탁기를 사용할 수 없는데다 수도 공급도 원활치 않아 북한 주민들은 겨울에도 강에서 빨래를 하곤 한다. /사진=데일리NK

세탁기를 돌리지 못하는 데다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집 근처 강에서 물을 길어와 빨래를 하는 주민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국경지역의 경우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연선지역 접근 금지를 선포한 상황이어서 강에 물을 길러 나가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당국은 생활용수 목적으로 물을 긷는 경우에만 정해진 시간 안에 연선지역도 강에 다녀올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 당국은 전력 생산량 확대 지시와 함께 군수공업 분야에 하루 18시간 이상 전력을 우선 공급할 것을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백성을 하늘같이 소중히 여긴다’는 뜻의 ‘이민위천’을 선언하며 애민정치를 강조했지만 결국 인민생활보다 국방력 강화를 우선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에게 군수공업 분야 우선 전력 공급 지시 소식을 전하자 그는 표리부동한 당국의 정책을 비판했다.

소식통은 “군수 공업 분야에 제공할 전력(18시간) 중 3시간 만이라도 인민들에게 제공하면 생활이 훨씬 편해질 것 같다”며 “무엇이 이민위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도 이례적으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8~11일) 보고를 통해 “탄광·광산에서도 전기가 보장되지 않아 생산이 중지되는 애로가 존재한다”며 사실상 전력난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