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 남북 연락선 재가동 前 ‘한류 경계’ 사상교양 돌입

소식통 "'핵강국 바로 서도 청년 군인 교양 소홀시 붕괴 면치 못해' 학습 자료 배포"
'南노래 삽입된 메모리 반입 군인 처벌' 공포 유도하기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4~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1차 조선인민군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를 주재했다고 같은달 3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오늘(4일) 9시부로 일방적으로 차단했던 남북 통신연락선을 재가동한 가운데, 최근 인민군대 내에서 ‘한류(韓流) 확산을 경계하라’는 사상 교양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데일리NK 평양시 군 소식통에 따르면, 총정치국은 지난달 30일 전군(全軍)에 ‘제국주의 사상 문화적 침투 책동을 단호히 짓부시고 혁명적 군풍을 확립하자’는 집체학습 자료를 배포했다.

또한 이번 정치학습은 전군 부대 선전부, 청년사업부 주관하에 청년 군인 대상으로 1주일간 독보, 강연, 학습, 비판, 문답식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건 바로 학습 자료 배포 날짜(30일)로, 북한 군 당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월 초 남북통신선 복원’ 의사를 대내외 매체를 통해 공식 밝힌 다음 날 사상 교양에 돌입했다.

이는 남북 대화 및 관계 복원에 나서기 전(前) 북한 군대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상적 해이를 다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자료는 ‘우리 공화국 무력인 인민군대가 최고도의 핵강국으로 현대적 무장장비를 갖추고있다해도 청년 군인 교양을 소홀히 하면 하루아침에 사회주의는 물먹은 담벽처럼 무너진다’고 했다.

또한 ‘조국과 인민의 안녕을 수호해야 할 인민군대 주력인 청년 군인들이 아직도 혁명적 군풍 확립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다’면서 이른바 ‘부르주아 사상문화’에 눈이 멀어 있는 사례를 열거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갓 입대한 총참모부 통신국 산하 신병대대에서 신입 병사들이 ‘군중문화오락’ 시간 괴상망측한 춤을 춘 것도 모자라 이 부분이 부대 내 유행으로 돌았다고 자료는 지적했다.

이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등 아이돌 춤을 모방했다 적발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방탄소년단 춤췄다”…軍 보위국, 백두산 답사대 군인 3명 체포)

특히 자료는 부대별 처벌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즉 ‘2군단에서는 적지 물자 신고처리 방법을 준수하지 않은 초소 8명 인원이 처벌받았고 7군단에서는 휴가 다녀온 군인이 몰래 군복 깃 속에 넣어 반입한 메모리(USB나 SD카드)에 남조선(남한) 노래가 삽입돼 있어 법적 처벌을 받았다’는 점을 적시했다.

향후 유사한 처벌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 당국에 각 부대는 청년 군인 교양사업에 더 박차를 가할 입장이라고 한다. 공포정치를 강화하고 있는 당국의 움직임을 지켜본 간부들이 책임자 처벌을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정치부, 조직부, 선전부, 청년부에서는 이번 당 창건일(10월 10일)까지를 청년 군인들 대상 집중사상 검토기간으로 정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차에 시정연셜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한편, 군 당국은 개별 사상 동향을 상세히 적은 생활평정 기록 기간을 기존 1년에서 분기로 당기기로 했다. 더 면밀히 감시해서 사상적 변화 기록을 남겨두라는 뜻이다.

또한 대열부에게서는 매해 2차 학교추천 대상들의 개인 제대문건에 추천서와 함께 정치부 평정자료 기록철(차트)을 사회조직에 이관하기 위한 행정조직사업을 내년 봄가을 제대과정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이전에는 군 복무기간 생활 평정 자료에서 사상 문제가 제기돼도 서로 묵과하곤 했었다”면서 “이제는 추천대상에서 제외는 물론이며 제대문건에도 사상적 감시 딱지를 빨간줄로 붙여서 사회조직으로 인계하라는 내부 방침이 확고해져 다들 긴장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