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영상 분석] 올해 북한의 모내기…지난해와 비슷하게 진척

[객원칼럼] 5월 30일 기준, 지난해 70.8% vs 올해 71.2%...평안도 및 남포 유난히 저조

유럽우주청(ESA)에서 운영하는 센티넬-2호 위성으로 촬영한 컬러영상(해상도 10m)을 이용하여 북한의 올해 봄철 모내기 진척 상황을 살펴보았다.

북한의 주요 곡창지대인 서부지역 논에서 표본으로 5개소를 선정하고, 논에 물을 대는 모내기 상황을 파악한 결과, 황해남도와 황해북도에는 모내기가 양호하게 진행되는 반면, 평안남도·평안북도 및 남포특별시는 지난해보다 다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대표적인 벼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재령평야 일부를 센티넬-2호 영상에서 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지난해(좌측)에는 모내기 논에서 일부 듬성듬성 바닥을 보이고 있다(옅은 청색). 반면, 올해 영상(우측)에서는 물이 고르게 채워져 논이 전반적으로 짙은 청색을 띠고 있다. 이 지역에서 지난해 모내기 때 논에 물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림에서 흰색 실선은 논의 외곽경계를 나타낸다. 북한 논 경계자료는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과거 작성한 자료를 귀하게 협조받은 것으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센티넬 영상 위에 중첩하여 논 지역을 구분하도록 나타내었다.

지난해(좌측 영상) 일부 논이 듬성듬성 바닥을 보인 반면(옅은 청색), 올해(우측 영상)에는 논에 물이 고루 채워져 대체로 짙은 청색을 띠고 있다. /사진=센티넬-2호 영상

일반적으로, 논에 모를 옮겨 심은 모습은 벼 모종의 크기가 작아서 위성영상으로는 확인이 안 된다. 이때, 논에 물을 대고 나서 모내기가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영상 분석을 실시하는데 즉, 논에 물을 댄 상황을 위성영상으로 파악하여 모내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센티넬-2호 컬러 위성영상을 활용하여 물 댄 논의 분포를 파악하고 면적통계를 산출하였다. 영상분석에는 대체로 수역분포 파악에 많이 쓰이는 ‘수역지수(NDWI)’ 비교분석기법(Gao 1996)을 활용하였다. 수역지수는 지표면에서 수역(물)의 분포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황해남도 재령평야 표본지역을 대상으로 지난해와 올해 수역지수(NDWI)를 분석하였고, 물 댄 논을 노란 색으로 나타내었다.

올해 재령평야에는 모내기가 충실하게 진행이 되는 반면, 지난해에는 듬성듬성 바닥이 드러나고 모내기가 충실치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 지역에서 70.0%의 모내기를 보인 반면, 올해에는 같은 날짜에 91.8%로 양호하게 진행이 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수역지수 분석으로 파악한 결과(5월 30일 기준), 모내기 진척이 지난해 70.0%인데 비해, 올해에는 91.8%로 양호하다. /사진=센티넬-2호 분석결과

이와 같은 방법으로 5개 표본 중 나머지 4개 지역에 대해서도 올해 봄철 모내기 중간 진행 상황을 살펴보았다.

아래 그림과 같이 황해북도 황주군 포남리에서도 올해 모내기(87.5%)가 지난해(65.7%)보다 양호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

모내기 중간분석 결과(5월 30일 기준), 올해(87.5%)에는 양호한 데 비해 지난해(65.7%)에는 듬성듬성 빈 곳이 많다. /사진=센티넬-2호 분석결과

반면, 남포특별시 은천군 증악노동자구에서는 올해 모내기(48.3%)가 지난해(69.4%)보다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데군데 논에 빈 곳이 눈에 많이 띈다. 올 봄철에는 북한에 비가 자주 왔다는 보도가 있었는데(노동신문 5월 25일 자), 물 부족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올해 남포시 모내기가 부실한 이유는 기타 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이 된다.

모내기 중간분석 결과(5월 30일 기준), 지난해(69.4%)보다 올해(48.3%)가 상태가 안 좋아서 빈 곳이 더 많다. /사진=센티넬-2호 분석결과

평안남도 숙천군 열두삼천리농장에서도 올해 모내기(73.9%)가 지난해(77.9%)보다 다소 불량한 편이다. 군데군데 물 대기가 진행되지 않고 바닥을 드러낸 마른 논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모내기분석 결과(5월 30일 기준), 지난해(77.9%)에 비하여 올해(73.9%)에는 논에 물을 대지 못한 마른 논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사진=센티넬-2호 분석결과

평안북도 철산군 풍천리에서도 올해 모내기(54.4%)가 지난해(71.1%)보다 저조한 모습을 보인다.

모내기분석 결과(5월 30일 기준), 지난해(71.1%)보다 올해(54.4%)가 듬성듬성 논에 빈 곳이 많고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 /사진=센티넬-2호 분석결과모내기분석 결과(5월 30일 기준), 지난해(71.1%)보다 올해(54.4%)가 듬성듬성 논에 빈 곳이 많고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 /사진=센티넬-2호 분석결과

종합하면 올해 북한의 봄철 모내기 중간분석 결과(5월 30일 기준)는 표본 논 지역 5개소에서 평균 71.2%로 진행이 되어 지난해(70.8%)와 0.5%의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와 모내기 진도 측면에서는 유사하게 진행이 되는 것으로 파악이 된다.

하지만,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및 황해북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개소에서 올해 모내기가 더디게 진행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어 지역에 따라 편차를 보였는데, 이에 대해 언론 보도자료에서 그 원인을 좀 더 살펴보았다.

데일리NK의 최근 보도(5월 11일자)에 의하면, 평안남도 온천군에서 근처에 있는 염전에서 소금물이 들어와 볏모가 누렇게 뜨면서 전부 죽어갔다는 보도와 함께 농장일꾼들이 잡혀갔다는 기사가 나왔다. 다른 기사에서는 볏모의 상태가 충실치 못하고 물도 논까지 원만히 들어오지 못하여 모내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호소도 있었다. 또한, 5월 27일자 기사(자유아시아방송)에서는 평안남도 은산군에서 올해 볏모가 턱없이 부족하여 모내기 실적이 크게 못 미치고, 코로나 사태로 중국과의 거래가 막히면서 모판에 필요한 영농자재가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아 볏모가 절반 이상 죽거나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기사를 종합하면, 평안남도 지역에서 물 부족이 아닌 다른 문제로 봄철 모내기가 부진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번 영상분석 결과에서 평안남도·평안북도 지방에서 모내기가 부진한 이유가 이에 설명이 될 것 같다.

한편, 우리나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올해 북한 농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전망하였다. 봄에 잦은 비와 온화한 날씨 덕분에 농사의 시작은 순탄한 듯 보이지만 농자재 확보가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하면서, 비료와 농기계 연료 등 농자재 공급 상황이 부족하여 올 작황도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하였다.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도 작년에 북한 가을 작황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도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였다.

끝으로, 보통 북한의 모내기는 6월 중순이면 마무리되는데 올해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늦어지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견이 되며, 모내기 진행과 벼 생육상황 그리고 향후 장마 및 태풍 영향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북한 농업분석에 위성영상이 쓰이도록 맑고 쾌청한 날 많이 찍히기를 기대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