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에서 박주신 MRI로’ 의혹 권하는 한국사회

1. 의혹 권하는 사회


한국은 ‘의혹 권하는 사회’다. 국민을 근거 없는 의혹으로 자극하여 지지세력을 넓히려는 시도는 정직한 노력 없이 돈을 벌려는 사기행위와 다름없지만, 정권창출이나 국회의원 당선을 지상명령으로 믿는 한국의 정치인들, 그리고 이들과 한통속이 된 지식인, 언론인들이 가장 손쉽게 선택하는 정치공학적 수단이다.


가까이는 미국산 쇠고기를 독극물로 둔갑시킨 한국좌파 정당-시민단체-언론 및 자칭 전문가들의 선동은 전 국민의 80%를 세뇌시켜 2008년 봄에서 가을까지 서울의 심장 세종로를 밤마다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2010년 3월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한국정부의 조작이라고 우겨댄 좌파 선동집단의 의혹제기는 전 국민의 25~30%의 뇌를 마비시켜 같은 해 가을 김정일-김정은이 백주에 연평도 포격을 자행하도록 부추겼다. 조금 멀리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이끌던 참여연대와 사기꾼 김대업이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의원의 차남에 대한 병역비리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하여 2회 낙선시킴으로써 김대중, 노무현 정권 탄생에 지대한 기여를 하였다.


오죽 근거 없는 의혹제기의 효과가 짭짤하고 좋았으면 민주통합당은 강령에 ‘2008년 촛불민심’을 포함시켰겠는가? 고구려의 중국 복속(服屬)을 목적으로 한 역사날조 프로젝트인 동북공정을 역사교과서에 집어넣는 것과 다름없고, 1923년 관동대지진 시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는 조작된 낭설에 흥분한 일본인의 조선인 학살을 ‘일본민심의 발로’라고 추앙하는 것과 다름없는 행태이지만, 그것이 한국 선동정치의 수준이자 현실이다.


이런 의혹제기는 예외 없이 강한 정치적 이념 지향성을 업고 있기 때문에, 정파적 추종자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인지부조화’ 현상에 반드시 빠지게 된다. 결국 그 어떤 반론이나 증거제시에도 반응하지 않는 일종의 집단망상에 사로잡히고,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부추기고 지지하면서 스스로를 ‘집단지성’의 일원이라 부르는 등 회복 불능상태가 된다. 의처증이나 의부증이 난치성 질환인 것처럼, 정치적 사기와 다름없는 의혹제기에 넘어간 추종자들의 사고구조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왜곡되기 마련이다.


이런 집단망상에 걸린 개개인을 확실하게 치료하는 방법은 없다. 바로 이런 이유로 어느 나라에나 ‘정치적 음모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황당한 의혹제기나 음모론은 정치적 영향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냥 방치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이념갈등이 극심하고, 선동에 민감한  20∼40대에 SNS가 거의 완벽하게 갖추어진 나라에서는 집단망상이 일어나기 극히 쉬워, 의혹제기를 방치하는 것으로는 꼼수가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천박한 정치현상을 막을 수가 없다.


이런 의혹제기의 구조는 항상 동일하다. 시작은 그 어떤 자칭 전문가라는 인간들이 공적권위를 집요하게 공격하면서 각종 의혹을 제기한다. 문제가 점점 커지면 의혹제기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정당과 언론, 시민단체가 가세하고 여기에 인터넷과 SNS가 순환도로망을 제공한다. 트위터에서 범람하는 단문의 정보제공, 특히 거대한 추종자 군을 거느리고 있는 인기 작가, 논객, 연예인들의 전자 전단살포는 문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을 빠르게 결정하면서 순식간에 사회의 무의식을 장악한다. 그리고 바로 이 사회적 무의식을 바탕으로 ‘국민이 이렇게 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데…’라는 집단적 분노가 용솟음치게 되고, 의혹제기를 놓고 벌어지는 싸움은 순식간에 정의의 투쟁이 되지만 이에 응하지 않는 상대방을 보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아 아님을 뼈저리게 통감하며 유모차를 밀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이른바 ‘촛불민심’을 형성하게 된다.


2. 부러진 화살


2012년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실시되는 해의 벽두에 영화 한 편이 화제를 모았다. 김명호 교수의 석궁사건 혹은 ‘석궁테러’를 영화로 만든 <부러진 화살>이 그것이다. 이 영화의 핵심도 재판부의 사실판단에 대한 강한 의혹제기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영화제작자는 사법부라는 ‘수구보수집단’에 항거하는 한 교수의 외로운 싸움이 선거의 해에 투사되어 좌파정권교체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또 <부러진 화살>은 영화에서 판사역을 맡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문성근의 제안에 의해 제작되었고, 또 배우들이 무보수로 출연하였다는 점에서 이념투쟁을 목적으로 한 정치영화의 한 종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제기된 의혹은 광우병이나 천안함의 경우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혹자는 이 영화는 허구이므로 굳이 재판과정이나 사건 즉 사실과 연계시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김명호 교수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영화에서 대부분 정확하게 전달되고 있다. 따라서 문제는 석궁사건의 피고인으로서 김교수가 제기한 의혹을 재판부가 심각하게 보고 해소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그렇다면 석궁사건에서 제기된 의혹의 핵심은 무엇일까? 간략하게 요약하면, 피해자 판사 복부에 맞은 화살로 인해 생겼다는 상처로 인한 출혈이 ‘내의→내복→와이셔츠→모직조끼’의 순으로 된 의복의 층위에서 놀랍게도 와이셔츠에서만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점은 와이셔츠를 깨끗하게 세탁한다 하여도 검출 가능한 혈흔 반응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른 한편 김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피해자 판사가 옷을 갈아입으면서 자해를 하고, 다음날 이 옷에 타인의 피를 묻혀 증거조작을 하였다는 것 역시 상식적으로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판사의 옷에 남은 혈흔이 정말 피해자의 것인지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피해자의 유죄, 무죄 여부의 판단에 결정적인 이 의혹을 상식적으로 매우 설득력 있는 증거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고, 동시에 이 의혹은 매우 쉽게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법원에서 조차도 이점을 무시하였다. 그러니 판결문이 항상 순환논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법원이 김교수의 범죄행위 입증을 위해 인정한 ‘ 증거들의 입증능력’은 객관적으로 ‘와이셔츠 무혈흔 의혹의 해소’를 전제하는데, 법원은 앞의 ‘증거들의 입증능력’이 압도적이기에 ‘와이셔츠 무혈흔 의혹의 해소’는 불필요한(이루어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즉 전제와 결론 사이의 도치가 이루어져 두 논증을 합치면 순환논증이 발생한다.


문제는 ‘와이셔츠 무혈흔 의혹의 해소’가 매우 쉬움에도 재판부는 왜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 이유도 영화에서나 재판기록에 나와 있다. 도대체 현직 부장판사의 피를 어떻게 얻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어려움의 이유가 단지 어떤 살아있는 사람에 있는지 현직 부장판사라는 점에 있는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개인의 인권보호 및 법적 강요가 불가능하다는 점과 관련이 있음은 분명하다.


피해자인 판사의 입장을 고려할 때, 만일 김교수의 행위로 인해 복부에 부상을 당한 것이 사실이라면, 판사의 억울함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 피의자 김교수는 ‘석궁테러’로 인해 10년 구형을 받아 4년 징역을 살았다. 한 사람의 자유를 4년이나 제한하는 형벌과, 그 정당성을 완벽하게 확인할 수 있는 ‘판사 피 한 방울의 채취’가 가져오는 인권침해 혹은 불편함을 비교할 수 있을까?


석궁사건 의혹은 김교수라는 개인이 사법부라는 공적권위의 판단을 공격함으로써 시작된  것이고, 일부 좌파 지식인들이 이런 의혹제기를 지지하여 왔으며, 영화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 일면 광우병이나 천안함 의혹과 유사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가 있다. 광우병이나 천안함의 경우에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나 폭침의 원인에 대하여 ‘확신을 주는’ 규명작업이 있었다. 석궁사건의 재판과정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3. 부러진 허리?


강용석 의원에 의해 약 두 달 전부터 제기된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 점차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되고, 그의 블로그에는 열성 지지자들이 모이기 시작하였으며, 트위터에서도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하였다. 결국 강의원은 박시장 아들이 병무청에 제출하였다는 MRI를 확보해 공개하였고, 여기에 유명 의대교수를 비롯한 상당수 의사들이 MRI상의 두터운 피하지방층으로 보아 상대적으로 날씬한 박시장 아들의 것일 수 없다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였다.


한국에서 젊은이의 징집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공적권위는 병무청이다. 이런 점에서 강의원과 의사집단의 의혹제기, 그리고 인터넷과 SNS를 통한 의혹전파는 광우병 촛불시위의 경우와 흡사한 점이 있다. 또 강의원은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모욕적 표현으로 한나라당에서 제명당한 후, 정치적 재기를 위해 유명 정치인의 약점을 폭로할 수밖에 없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의혹제기의 개인적 동기도 상당부분 분명하다.


나아가 박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제기를 지지하는 층의 정치적 편향성도 명백하며, 그런 점에서 인지부조화와 집단망상이 발생할 환경적 요소를 갖추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파 정당이나 언론,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광우병 촛불시위나 천안함 폭침의 경우 볼 수 있었던 한국좌파의 선동적 경향과는 달리 한국우파는 상당히 이성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다른 한편 지난 2월 19일 병무청에서 박시장 아들이 제출한 MRI의 주인공과 신검장에서 촬영한 CT의 주인공이 동일인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타인에 의한 대리신검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강용석 의원의 박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다. 그것은 대표적 시민운동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양심을 믿어서가 아니라, 결코 적지 않은 사람이 관여해야만 가능할 수 있는 병역비리 의혹이 이처럼 정치적으로 큰 파괴력을 지니게 된 상황에서도 그 흔한 양심선언 한 번 불러일으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문제는 박시장 아들의 공익근무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병무청이 절차상의 위법을 범했다는 강용석 의원의 주장은 객관적으로 사실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 위법성이 내부고발자가 제공했다는 MRI가 박시장 아들이 병무청에 제출하였다는 MRI와 동일할 것이라는 강의원의 주장에 상당한 신빙성을 부여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MRI에 대한 의사집단의 소견이 갖는 설득력을 극적으로 높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박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의 경우는 광우병이나 천안함 폭침보다는 <부러진 화살>의 경우와 훨씬 더 흡사하다. 특히 비리의혹 당사자의 하나인 병무청의 주장과 의혹제기자인 강용성 의원의 주장이 극단적으로 상충하지만, 그 의혹을 해소하는 매우 손쉬운 방법이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즉 의혹을 해소하는 간단한 방법은 박시장의 아들이 ‘확인신검’ 절차를 밟는 것이며, 절차상의 하자를 볼 때 이런 절차가 불법적 강요라고 할 수는 없다.


물론 박시장 아들이 정상적으로 공익근무 결정을 받았다면 확인신검과 같은 절차를 매우 억울하게 강요된 것으로 느낄 수 있으며, 나아가 사생활 침해에 의한 인권유린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공인으로서 박원순 시장은 지도층 인사 자제의 병역비리가 젊은이들에게 끼치는 박탈감을 고려해서라도, 특히 그가 2002년 정치적 의도에서 이회창 의원의 차남에 대한 병역비리의혹을 잔인할 정도로 제기하여 공개신검을 받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억울하다’는 표현을 쓸 자격은 없다.


또한 박시장 측이 병무청에 제공한 MRI와 병무청이 제공한 CT를 변호사를 통해서 공개하겠다는 것은 사태 해결에 거의 도움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병무청도 박시장 측도 의혹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무청 역시 이처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투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의혹 권하는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는 데에 이바지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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