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강화된 길거리 장사 통제에 주민 불만이 늘어나자, 최근 북한 당국이 이를 ‘반(反)인민적 범죄행위’로 규정하면서 주민 사상 교양 사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데일리NK는 이와 관련 정치사업자료를 입수했다. 북한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가 작성한 ‘시장 주변과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행위를 하는 현상을 철저히 없애자’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지난달 초부터 중순까지 각지 공장‧기업소와 인민반에서 강연을 진행했다고 한다.
일단 자료는 서두에서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전파되어 국제사회의 커다란 불안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으며 변이 비루스까지 발생하여 세계적인 대재앙을 가져오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어 “비루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국가비상방역 상태가 선포되고 국경이 봉쇄되자 일부 각성되지 못한 주민들 속에서 일시적인 난관 앞에 동요하면서 시장 주변과 길거리에서 무질서하게 장사행위를 하여 방역 사업에 저해를 주고 있다”고 했다. 길거리 장사 통제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본지는 지난 3월부터 북한 당국이 사회안전부(경찰)을 내세워 메뚜기장사(길거리 장사) 상품 강제 압류에 나서는 등 통제를 강화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이후에도 관련 주민들을 노동단련대에 끌고가는 등 단속의 강도를 조금씩 높여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소탕전’에도 코로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단속원들의 감시를 피해 길거리 장사에 나서는 주민들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왜 장사도 마음대로 못 하게 하냐”는 울분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런 불평불만이 높다는 사실을 인지한 당국이 주민 사상 교양 사업에 나선 셈이다.
이와 관련 자료는 “적지 않은 주민들 속에서 사회와 집단보다도 저 하나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면서 몇 푼의 돈에 환장이 되어 시장 주변과 길거리에서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무질서를 조성하면서 위생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음식들을 손님들에게 봉사하여 방역 사업에 위험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비상방역 기간을 돈벌이 공간으로 이용하고 생활상 어려움을 빗대고 시장 주변과 길거리에서 장사행위를 하는 것은 우리 내부에 불평‧불만을 야기시키고 민심을 소란시키는 의식적인 반인민적인 범죄행위, 우리(북한) 제도를 위험에 빠뜨리는 이적 행위이다”고 선전선동했다.
지난 6월 중순 북한 최고지도자(김정은 국무위원장)가 직접 특별명령서를 통해 식량 문제 해결을 강조했지만,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평양 일부 특권 계층을 제외하곤 정기적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당국은 강연회를 통해 식량 문제를 해결보다는 식량난에 극복하기 위해 길거리 장사에 나선 주민들을 ‘반동분자’로 몰아세우면서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식량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 주변과 길거리, 골목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사실상 굶어 죽으라는 얘기나 다름 없다”면서 “(이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한편, 식량난으로 불거진 주민들의 불만을 강압적인 방법으로 억누르려는 속셈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지어 자료는 “저 하나의 이익과 몇푼의 돈에 환장이 되어 거리에서 장사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길거리 장사꾼 타도에 모든 주민들이 떨쳐나가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주민들 속에서는 “먹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들면, 아들이나 조카 벌 되는 청년들에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길거리와 골목에서 장사를 하겠는가”라는 온정주의적 목소리가 많다고 소식통은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