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애민 정신?… “호화 다락식 주택, 지방에도 건설하라”

소식통 “내각 ‘비탈면·산지에 문화 주택 건설' 지시문 하달”...주민들 “뙈기밭은 어쩌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보통강변에 건설한 800세대의 다락식주택구 건설 예정지를 현지지도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월 보도에서 주택구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며 김 위원장이 지난주에 이어 또 다시 이곳을 찾았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최근 평양판 ‘유엔빌리지’로 평가되는 보통강 호안 다락식(테라스식) 주택 건설을 본 떠 지방에도 유사한 살림집 건설을 설계·진행하라는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4일 내각은 ‘당의 웅대한 5개년 건설계획의 남은 4년간’ 각 도에서도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지시문을 하달했다.

구체적으로 ‘도별 다락식 주택구 건설은 대부분이 산지인 우리나라(북한) 지방 실정에 맞는 건설 정책 집행에서 중요한 문제’ ‘(그동안) 건설을 하지 않은 비탈면과 산지들을 확보해 현대적인 문화 주택을 건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양엔 보통강이 내다보이는 ‘리버 뷰’를 꾀했다면 지방엔 숲이 어우러지는 ‘마운틴 뷰’를 시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혁명의 도시’ 평양만 신경 쓴다는 비난에서 탈피하면서도 호화로운 살림집 선물을 통해 ‘애민 지도자’를 선전하려는 의도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시문에서는 ‘지방 산지별 자연 기복에서의 건설공법과 건축설계도 발전시켜야 한다’ ‘현대적 다락식 주택들을 잘 건설하면 풍치도 일신하고 지방 인민들의 부족한 살림집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앙의 이 같은 지시에 함남도는 즉시 준비 작업에 착수했고, 올해 말까지 주택 건설 비탈면 산지 확보, 종합설계 총기획안을 완성해 비준받는다는 방침이다.

소식통은 “비탈면에 건설될 다락식 주택의 특성에 맞는 설계, 기술, 조사 자료, 연관 부서 인원 모집이 벌써 끝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내각 건설건재공업성과 국가건설감독성도 도에 인원을 파견해 기술 설계 실무진이 꾸려졌다고 한다.

이처럼 다락식 주택구 건설 상무가 조직된 데 이어 건설부지 확보, 등고선 계측, 지형조건 조사, 주변 환경 도로 미화 사업까지 빠르게 완료할 계획이다.

지방 주민들의 평가는 다소 냉소적이라고 한다. 이는 ‘다락식 주택구 건설도 좋지만 수많은 농경지 비탈밭, 개인 뙈기밭(소토지)을 너무 침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또한 “낟알농사를 지어 배불리 먹는 게 현재는 선차적인데 너무 당에서는 건설에 집착한다”는 비난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

한편 본지는 지난 4월, 평양 호안 다락식 주택에 각 부문의 노력혁신자, 공로자와 과학자, 교육자, 문필가 보다는 원래 이 지역에서 거주하던 간부들이 주로 입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방 다락식 건설도 간부용 선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