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기금은 국민 혈세…정말 제대로 써야 한다

▲ 육료로 수송되는 대북 차관 쌀 ⓒ연합

남북협력기금이 투명성, 경제성, 효율성, 계획성 그리고 기금조성 및 집행, 자금운용 등에서 문제가 많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어 이와 관련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991년부터 2006년까지 15년 동안 사용된 남북협력기금 4조 1253억원 중 94.2%인 3조 8845억원이 사실상 통일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집행돼 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남북협력기금법에 규정된 기금용도 조항 중 자의적 집행 가능성이 높은 기타 조항(법 8조5항)에 근거해 인도적 지원 (1조602억원), 민족공동체 회복 대출(7933억원), 교류협력 기반조성(5656억원), 이산가족교류 지원(324억원) 등의 명목으로 지원됐다고 한다. 이중 무상지원은 1조6582억원, 유상지원은 2조2264억원이었다.

올해는 협력기금이 1조원이 넘게 대폭 증액되었고, 대북 식량지원, 개성공단 기반시설 공사 등 30여개 사업에 기금이 쓰여지고 있다.

그동안 남북협력기금 사용과 관련, ‘묻지마 지원’으로 백두산 관광 추진 과정에서 약 98억원의 기금을 허공에 날린 사례, 특정기업과 단체에 대한 특혜성 기금지원과 전용 및 유용의혹 그리고 교역경협지원보다 소모성 혹은 이벤트성 성격이 강한 행사 위주로 지원돼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의 투명성과 효율성 및 경제성에 대해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또 이른바 ‘매칭 펀드’로 불리는 지원방식, 즉 대북지원을 하는 민간단체의 모금액에 비례하여 기금에서 지원을 해주는 문제, 그리고 북한의 합의이행도 지켜보지도 않고 서둘러 중유 지원용 선박부터 계약했다가 36억원의 혈세를 날린 사건 등 기금이 얼마나 잘못 사용 되었는지 밝혀야 할 때이다.

지난 12년 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가 북한에 지원한 금액은 총 6조5899억 원에 이르며, 노무현 정부 4년간 북한에 제공한 지원 금액은 총 3조970억 원으로 전체 대북 지원 규모의 46%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남북협력기금이 제대로 사용되어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을 변화와 개방으로 이끌어 내는 데 얼마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할 때이다.

통일부 장관의 정치논리로도 집행 가능

남북협력기금은 통일부가 지원의 정책적 결정을 하면 남북교류협력추진위가 형식적 승인절차를 하고 기금을 위임받아 운용해온 한국수출입은행이 지급한다. 남북협력기본법에 의하면 통일부장관이 기금 사용자에게 사용계획 및 결과를 보고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일 기금지출 목적 외에 사용된 경우에는 지출된 기금 전부를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철저하게 관리감독이 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특히 대부분 북한지역에서 진행되는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사업이 지원돼 집행내역을 추적하거나 검증할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유용 및 부실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백두산관광 추진과정에서 묻지마 원자재 제공으로 기금이 잘못 쓰여진 일 등을 교훈삼아 협력기금의 사용처에 대한 투명성과 효율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지난해까지 정부 관료들로만 구성되었던 남북교류협(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은 정치논리로 대부분 서면심의만을 통해 대북 지원사업에 대한 졸속승인을 함으로써, 기금 일부가 낭비 혹은 비생산적으로 사용되었으나 국민들은 정보부족과 남북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비판을 자제해 왔다. 백두산관광 추진과정에서 묻지마 원자재 제공으로 수십억원의 기금이 허공으로 날아갔는데 국민에게 사과 없이 또 추가지원을 서둘러해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실책을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DJ 정부 때부터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통일부장관이 남북교류협 위원장을 맡고 있어서 비생산적으로 기금이 잘못 쓰여지고 있어도 제어장치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둘째, 남북협력기금이 일회성, 소모성, 이벤트성의 성격이 강한 경비에 과다 지출된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성격의 경비는 주로 주민왕래, 사회문화협력지원, 이산가족지원, 인도적 지원 등에 지원된 경비이다.

셋째, 민족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출의 무계획성이 지적된다.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기본계획이 부재한 상태에서 남북교류협력기반 조성사업을 위해 7933억원의 기금이 지원되었다. 넷째, 유상지원(2조2264억원)과 대출에 대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다섯째, 남북협력기금을 운용하는 근본 목적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하는데, 북한의 일방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오히려 북한의 전략전술에 농락당하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따라서 기금운용의 신뢰성은 합리성과 투명성, 일관성과 검증 가능성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 원칙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협력기금은 남북관계의 개선과 민족공동체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기금운용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남남갈등과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금운용은 투명성, 경제성, 효율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통한 인도적 지원, 민족공동체 회복사업 그리고 교역경제협력사업 등이 한반도의 긴장 수준을 낮추는데 실제 얼마나 기여해왔는지, 그리고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실제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국민들은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