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후계’ 역정보라면 북한에서 단속해야 맞다

1) 후계 관련 정보 왜 중요한가?

김정운으로 후계가 확정되었다는 국회 정보위원 발 보도가 있은 뒤 북한 후계 관련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 어지러울 정도다.

하지만 북한 후계 문제에 대한 세인의 높은 관심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후계자 문제는 북한의 미래를 좌우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결국 한국의 미래도 좌우하는 문제이다. 때문에 북한의 후계자 문제에 대한 언론과 국민들의 높은 관심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관심은 높으나 제대로 된 정보를 획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일반 독자들은 쏟아지는 김정운 후계 관련 정보들 속에서 무엇이 팩트(fact)이고 무엇이 팩트가 아닌지 구별해내기 어렵다. 일반인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그것을 구별해내기는 쉽지 않다. 북한이 그만큼 비밀스러운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사실인지 구별해내기 어렵다고 해서 진실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 진실을 알아내려는 노력을 더욱 배가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운명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난무하는 김정운 후계 관련 보도만을 보고 “역시 언론은 문제야”하는 태도만을 보이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언론은 신중해야 하지만 관심을 줄여서는 안된다.

아래 글은 필자가 올 초부터 김정운 후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추적해온 나름대로의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물론 필자가 확인한 사항도 틀릴 수 있다. 하지만 독자들이 북한의 후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개괄적으로 판단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6월 12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필자의 잠정적인 결론은 이렇다.

“김정운 후계는 김정일 측근 그룹들 사이에서는 내정되었다. 그리고 군과 보위부를 시작으로 김정운 후계자 이름이 공식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전체 북한 주민들에게까지 공식화되지는 않았다.”

2) 김정운 후계가 확실함을 말해주는 내부 소식들

올 1월 15일 연합뉴스의 김정운 후계 보도가 있은 뒤 필자가 운영하는 ‘열린북한통신’도 후계 관련 징후를 연이어 포착했다. 구체적 내용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지난 2월 17일 북한의 내부소식통은 북한 노동당의 도, 시, 군당위원회 부장 이상 급의 간부들은 김정일의 후계자로 셋째 아들이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함경북도 회령시 당위원회의 간부의 말을 통하여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간부들의 입에서 ‘김정운’이라는 이름은 모른 채 ‘셋째 아들’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북한의 지방 당 부장 이상 급들이 아는 정도면 전 주민이 아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한 현재 주민들은 이 내용이 유언비어라면 김정일의 가계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당국의 탄압이 상당 정도로 강화될 것인데 그런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사실로 믿고 있다고 한다.” (열린북한통신 제3호)

“지난 2월 19일 입수한 북한 소식에 의하면 북한 군 일반 병사들 사이에서 김정일의 아들에 대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이는 평안북도와 함경북도의 소식통들이 해당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로부터 전해들은 것으로 북한군 소좌 이하의 장교들과 사병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 내용은 후계와 관련된 내용으로 “김정일의 아들 중 하나가 ‘새별장군’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그의 어린 시절은 김정일의 어린 시절과 같다. 혁명 활동 역시 김정일이 당 조직부에서 활동했던 것처럼 비범한 영도력, 담대한 담력을 지니고 눈부시게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 그 ‘새별장군’이 우리 당과 군대를 통솔하고 있다.”는 것이다.(열린북한통신 제3호)

3월 11일 북한의 신의주소식통에 의하면 선거가 끝난 직후 지난 9일 신의주지역 당 외화벌이사업소들에서 당원강연회가 있었는데 여기서 김정일의 아들에 대한 호칭을 공식적으로 포치(통보라는 뜻)하였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기관내의 모든 당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강연회 강사로 나선 초급당 비서가 상부의 지시에 의해 김정일의 아들(몇 번째 아들인가는 밝히지 않았다고 함)을 “친애하는 김대장, 친애하는 김장군”으로 불러야 한다고 포치하였다고 한다.” (열린북한통신 제6호)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호칭 문제이다. 북한에서는 수령급 호칭이 있다. “친애하는”과 “장군”이란 호칭은 오직 현직 수령이나 미래의 수령, 즉 후계자에게만 붙이는 호칭이다. 때문에 김정일 아들을 “친애하는 김장군”으로 부르라고 공식 통보한 것은 세습 방침이 확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2월, 3월 당시만 해도 간부들까지 김정일 아들이 후계자가 되었으나 김정운 이름까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3) 5월 이후부터 김정운 이름 서서히 확산

그러나 5월 이후부터는 후계자 이름이 ‘김정운’이라는 사실이 확산되고 있다. 열린북한통신에 따르면 6월 현재 김정운 이름은 주로 군대와 보위부 산하 조직들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당 기관, 내각, 일반 주민들은 여전히 김정운 이름을 잘 모르고 있었다.

“지난 (6월) 3일 함경북도 회령시의 국경 경비대 소식통은 현재 회령의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김정운이 후계자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이 공개되었다고 전해왔다. 또한 그의 위대성과 혁명 업적에 대한 강연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군 사병들 사이에서는 김정운에 대한 노래가 보급되어 대열을 지어 행진할 때 마다 합창곡으로 부르고 있다. 이로 인해 회령시내 주민들은 김정운의 후계 지정설을 확고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

또한 양강도의 내부 소식통은 혜산시 주변에 주둔해있는 북한군 병사들 사이에서도 김정운의 후계자 지정과 관련한 상부의 강연을 받았다고 전해왔다. 그들은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사상과 영도를 온몸으로 구현하고 계시는 젊은 장군이신 김정운 동지가 우리 혁명무력을 이끌고 계시기에 우리는 백전백승한다.”라는 식의 강연내용을 들었다고 말했다.(열린북한통신 제 16호)

그러나 같은 양강도에서도 군과 보위부를 제외하면 민간 당 조직에서도 김정운 후계 사실을 잘 몰랐다.

“9일 양강도 혜산시의 당 세포 비서에 의하면 도내 교육기관의 당 조직들에는 김정일의 후계문제와 관련한 그 어떤 당적 지시나 강연이 없었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혜산시에서 현재 김정일의 후계자 문제는 군이나 보위부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일반사회 전반에 걸친 조직적인 포치나 강연 같은 것은 없다고 한다.” (열린북한통신이 6월 9일 입수한 정보)

여기서 알 수 있듯이 6월까지는 아직 김정운 후계 사실을 북한 전 기관에 통보한 것 같지는 않다. 군대와 보위부 등 핵심 체제 수호 기관에만 통보한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김정운 후계 문제는 올 1월 나오기 시작해서 점차 북한 주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로 볼 때 아직 김정운 후계 문제가 대외적으로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점차 공식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역정보일 가능성은 없는가?

이와 같은 김정운 후계 관련 첩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북한에서 흘리는 역정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6월 11일 미국 해군분석센터 연구이사인 켄 고스는 RFA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마지막까지 진짜 후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잘못된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된다”는 주장을 했다.

북한 같은 폐쇄 사회의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이와 같이 역정보의 가능성도 한번 짚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것이 역정보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북한 주민들은 김정운 후계 사실을 모르고 오직 외국에서만 김정운 후계 이야기가 떠돈다면 이는 역정보일 가능성도 충분이 있다. 그러나 위 글에서 보듯이 후계자가 김정운이라는 이야기가 북한 상층부는 물론 일부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 당국이 이를 단속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김정일 가족 관련한 이야기는 초특급 기밀이다. 때문에 틀린 사실이 유언비어처럼 유포된다면 그 유포자를 반드시 색출하여 처벌한다. 그런데 후계자 관련 정보는 북한의 운명을 결정짓는 소식이다. 때문에 후계자 관련되어 유언비어가 떠돈다면 북한 당국은 반드시 단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북한 주민들은 김정운 후계자 이야기가 떠돌아 다님에도 이를 단속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빠르면 1년 안에 김정운 후계 소식은 북한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다.

북한이 아무리 독재 국가이지만 후계와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최소한 북한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사전 홍보 작업을 한다. 만약 거의 전체 북한 간부와 주민이 김정운 후계를 사실로 믿고 있고 김정운 노래까지 퍼져 있는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후계자는 김정운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다는 공식적 주장이 나오면 북한 주민은 심적으로 큰 혼란을 겪을 것이다.

때문에 김정운 후계가 역정보라면 북한 당국은 추후 혼란과 후유증을 방지하기 위해 적어도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운 후계 사실이 확산되지 않도록 내부 단속 작업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단속 움직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김정운 후계 사실이 역정보라고 하는 주장은 조심스런 추측에 불과할뿐 근거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