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난파 선박에 대한 기사가 연재 중이던 지난 7월 중순. 취재팀은 한 탈북민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북한에 남아있는 딸과 얼마 전 통화를 하게 됐는데, 이달 초 사위가 오징어잡이를 위해 야마토타이(대화퇴)까지 조업을 나갔다 나흘 만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놀란 가슴을 쓸어안고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돈벌이가 좋아도 다시는 먼바다로 나가지 말아라. 죽으러 가는 길이다.”

지난해 이 지역까지 조업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배가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는 목숨을 건 오징어잡이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될 것이라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취재는 올해 오징어 조업 철이 시작되면 북한에서 다시 이런 비극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시작됐다. 일본 해안에서 발견된 북한 난파 목선의 흔적은 무엇이 이들을 이 거친 바다로 이끄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취재팀이 10여 일 간 일본의 이시카와(石川)현, 야마가타(山形)현, 아키타(秋田)현에서 만난 현지의 어민들과 전문가, 기자,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몇 년새 야마토타이에서 대거 출몰하고 있는 북한 선박과 표류 선박 증가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어민들이 직접 목격한 북한의 목선은 먼바다 조업에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조업 방식도 매우 위험했다. 먼바다까지 나오는 배가 늘어난 만큼 풍랑에 사고를 당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지 않았을까라는 추정도 제기됐다.

탈북자들이나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한 취재를 통해서는 북한 선박이 먼바다로 조업에 나서는 원인을 추측해 볼 수 있었다.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북한 내 경제 사정이 악화됐고, 바다로 나가는 일이 돈벌이가 된다고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나 북한 연안의 조업권이 중국에 팔린 상황에서 먼바다로까지 조업을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외화벌이 사업소의 경우 당국으로부터 부과되는 할당량이 있기 때문에 이를 채우기 위한 무리한 조업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북한 내에서도 최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목선을 건조할 때부터 안전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거나, 조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돈벌이를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배를 탄다든지, 수용인원을 넘어서는 사람이 한배에 무리하게 탑승한다든지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걱정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북한 당국이 자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선박 점검이나 입출항 관리에 집중하는 대신 출항증을 발급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는 등 공공연하게 돈벌이에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북한의 목선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는 대부분 바다에서 거친 풍랑을 만날 때이다. 이들이 출항 전에 기상 정보만 제대로 알 수 있더라도 지금과 같은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자체적으로 기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도 의지도 없을 뿐 아니라 어민들이 유일하게 정확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외부 라디오 청취마저도 통제하고 있다. 매년 바다에서만 수천 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자체적으로 정확한 기상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협조를 받아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 아키타(秋田)현 오가(男鹿)시에 위치한 사찰 ‘도센지’ 스케치. / 사진=데일리NK 특별취재팀

취재팀은 일본 오가(男鹿)시의 도센지 사찰에서 북한인으로 추정되는 유골함 앞에서 이름 없이 잊혀질 그들의 죽음을 누군가는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그들을 기억하고, 기다리고 있을 북한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에 누군가는 답해야 한다. 북한 당국은 일본 등 제3국에서 발견되는 북한인 사망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협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 자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저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일본 언론을 통해 접한 현지의 반응은 북한의 배가 자꾸 밀려오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취재팀이 만난 일본의 어민들은 생업에 대한 타격을 염려하기는 했지만 같은 어민으로서 안타깝다는 반응이 더 컸다. 특히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목선에 의지해 거친 바다로 향하는 그들을 향한 연민이 깊게 느껴졌다. 바다는 모두의 것이라는 어민들의 이야기처럼 북한 어민들의 희생을 막을 책임도 우리 모두에게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일본 현지에서 북한 난파 선박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취재를 해 온 혹코쿠(北國)신문의 반나이 요시아키 기자, 야마가타(山形)신문의 카와시마 미호 기자와 더불어 본 취재를 위해 협력한 데일리NK 도쿄지국 김현 기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데일리NK 특별취재팀=김정 PD, 양정아 기자, 하윤아 기자)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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