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목선 포착 시기 인근 해안서 시체 발견…마을 전체 ‘뒤숭숭’
日 주민 “바다 조업 상상할 수 없는 배…그래서 공작선으로 의심”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북한 선박이 작년에 갑자기 늘어났어요.”
“시체까지 떠내려오니 마을이 아주 난리가 났죠.”
“북한 사람들이 물건을 훔쳤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조금 무섭더군요.”

지난달 14일, 데일리NK 특별취재팀과 만난 일본 야마가타(山形)현 쓰루오카(鶴岡)시 아쓰미(温海) 지역 주민들은 북한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목선이 이 지역 해안가에서 발견됐던 당시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낡고 허름한 이 목선은 지난해 12월 발견 당시 곳곳이 찢기고 부서져 있었다고 현지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일본 혼슈(本州)지방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아쓰미는 직선거리로 약 900km 떨어진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와 마주하고 있는 일본 서해의 작은 마을이다. 산산이 조각 난 목선 잔해물이 떠내려온 경우는 있어도 배의 형태로 떠내려온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 놀랍기도 하면서 동시에 무섭기도 했다는 게 이 지역 주민들의 일치된 반응이었다.

지금은 목선이 철거된 상태지만 한동안 큰 바위에 묶여있었다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해당 장소를 직접 찾아가 봤다. 주민들이 언급한 장소에는 실제 무언가를 묶는 데 썼던 것으로 보이는 하얀 밧줄이 마을 앞 해안가에 불뚝 솟은 커다란 바위에 두어 번 감겨 있었다. 이 바위는 해안가를 따라 줄지어 있는 주민들의 집에서도 충분히 보일 만큼 마을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주민들이 집 안에서 바다 쪽으로 나 있는 창문을 열면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목선의 모양이나 상태를 눈대중만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실제 해안가 바로 앞 이층집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여기(일본) 배는 튼튼한 원료로 만드는데 북한 배는 나무 막대기로 간단하게 만든 것처럼 보였고, 많이 부서져 있었다”며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목선의 모습을 설명했다. 또 해안가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주민에게 다가가 목선에 관해 묻자, “아주 옛날에나 탔을 것 같은 목선이었고 옆구리 쪽이 부서진 상태였다”며 “목선에 이어 시체까지 떠내려오니, 한동안 이 주변이 아주 난리가 났었다”고 말했다.

실제 목선이 떠내려온 즈음에 2~3km가량 떨어진 옆 동네 이라가와(五十川駅) 지역 해안가에서는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는 시체도 발견됐다. 이 시체를 보고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토 카즈오 씨(68)는 당시의 상황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곳 이라가와 출신으로 현재 아내와 함께 소바 전문점을 운영하는 그는 “주변을 거닐다가 시체를 발견한 사람이 가게로 와서 알려주기에, 내가 직접 가서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며 “처음에는 마네킹 같아 보였는데, 다리를 자세히 보니 사람 시체였다”고 말했다.

아쓰미에 떠내려온 북한 선박 추정 목선도 가까이서 보았다는 사토 씨는 “그 선박에서 떠내려온 시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시체 주변에 있던 신발로 봐서는 북한 사람인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옆 동네인 아쓰미에서 본 목선을 북한 선박으로 추정할 만한 근거가 있었는지 물으니, 그는 “배에 한글로 보이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고 답했다. 과거에 한국어를 배운 적이 있는 데다 평소 한국에 대한 관심도 많아, 한글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내 사토 카즈코 씨(63)는 “배나 시체가 떠내려오는 경우는 이전에도 없진 않았는데, 갑자기 작년에 많아졌다”며 “아주 옛날에 북한에서 납치하는 배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조금 불안했다”고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이라가와에서 만난 여러 주민도 북한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목선과 시체가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발견된 데 대해 공포심과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작은 슈퍼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던 5명의 주민에게 다가가 목선이 발견됐을 당시의 감정을 물었다. 그러자 이들은 잠깐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내 한목소리로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 중 한 주민은 “북한 어민들이 훗카이도에 떠내려와 현지 주민들의 물건을 훔쳤다는 뉴스를 봤기 때문에 무섭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라가와에서 해안가를 따라 북쪽으로 약 90km가량 떨어진 일본 아키타(秋田)현 유리혼조(由利本荘)시에서는 지난해 말 목선을 타고 떠내려온 북한 남성 8명이 상륙하기도 했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경찰은 이들을 체포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고, 이들이 고기잡이하다 조난한 것으로 판단해 지난해 12월 26일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취재팀은 지난달 15일 북한 남성들이 타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목선이 발견된 요트 선착장 ‘혼조 마리나’를 찾았다. 50여 척의 요트가 정박해 있던 혼조 마리나 주변은 거니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만큼 매우 한적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요트를 닦고 있던 다카하시 씨(59)에게 다가가 목선을 봤는지 묻자, 그는 곧바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어 직접 찍었다는 목선의 사진을 보여줬다.

다카하시 씨는 목선을 목격한 순간 가장 먼저 공포심을 느꼈다고 했다. 바다에서 조업하는 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목선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어선을 위장한 북한 공작선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당시 목선에 타고 있던 8명의 북한 남성들이 상륙해 한밤중에 인근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한동안 주변 마을 전체가 두려움에 떨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한 다카하시 씨의 이야기를 들은 뒤 함께 요트를 타고 북한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목선이 묶여있었다는 지점으로 향했다.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리며 배를 몰던 그는 갑자기 요트를 멈춰 세우더니 방파제 구조물인 테트라포드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는 하얀 밧줄이 진회색의 테트라포드에 걸려있었다. 이 밧줄을 연신 가리키던 다카하시 씨는 “한글이 적힌 목선을 묶어둘 때 사용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도에 출렁이는 요트 위에서 방파제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그때 당시 날씨가 매우 나빴기 때문에 배가 침몰하지 않고 발견된 게 신기할 정도였다. 뒷부분이 약간 부서진 것 외에는 너무 멀쩡해 도무지 표류한 배라고 생각할 수 없었고, 그래서 공작선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던 것”이라며 “배 위 나무틀에 전구가 매달려있는 것을 보면 오징어잡이 배 같았는데,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조금 무서웠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북한인 죽음에 연민 느낀 日 주민들, 유골 안치된 사찰 찾기도

다만 북한 어민들이 치열한 어로 전투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이 돼 일본 해안으로 떠내려오고, 심지어 시신조차 본국으로 송환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움과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일본 주민들도 있었다. 실제 일본 아키타(秋田)현 오가(男鹿)시에 위치한 사찰 ‘도센지’에는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유골함이 안치돼 있었다. 아키타현 측에서는 신원이 불명확한 무연고 시신을 화장한 뒤, 이곳 도센지 사찰에 일부 유골함 관리를 위탁하고 있다.

2003년부터 이 사찰의 주지승으로 있는 고지마 료센 주지 스님(62)은 “절을 찾는 마을 사람들에게 북한 사람의 유골이라고 이야기하면 안타깝게 여겨 따로 기도하고 가는 정도”라며 “재일교포는 물론 일본인도 이곳에서 북한인의 유골을 모시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돕고 싶다며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고, 유골함을 모시는 데 써달라고 20여 명에게서 편지와 함께 현금이 든 봉투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본보 특별취재팀이 방문했을 당시 도센지 사찰 내 유골함을 안치한 제단 위에는 익숙한 글씨가 적힌 초록색의 술병이 놓여 있었다. 아키타현에 사는 한 재일교포가 동포들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겨 직접 한국 소주를 가져다 놓고 위로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고지마 주지 스님은 “지난겨울, 한 일본인이 가족의 유골을 가지고 왔는데 놓아둘 자리가 부족해 제단에 모시지 못했다”며 “그때 여기 놓인 유골함이 북한 사람들의 것이라고 하니 이해하고 ‘잘 지내시라’면서 인사를 하고 가기에 참 따뜻한 마음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데일리NK 특별취재팀=김충열 PD, 양정아 기자, 하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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