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 추정 목선 3척 발견된 日 이시카와현 해안가 탐방   
北선박, 곳곳 찢기고 부서질 정도로 ‘허름’…현지 주민들 “안타까워”

2월의 어느 날 일본 서해 중심부에 위치한 이시카와(石川)현 하쿠이(羽咋)군 시카(志賀)정의 작은 해안가 마을. 이 곳 이장인 카나모리 미츠오 씨는 여느 때처럼 어민들의 본격적인 김 수확을 앞두고 해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해변을 둘러보던 카나모리 씨는 무언가 시커먼 물체가 파도에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직감적으로 북한에서 떠내려온 어선이라는 생각이 든 그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검은 물체에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제법 멀쩡한 상태로 보이는 텅 빈 목선이 뒤집힌 채로 큰 바위에 걸려 있었다. 한글로 보이는 글씨와 숫자가 적힌 목선을 이리저리 훑던 그의 머릿 속에는 ‘어떻게 이런 배로 바다에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12일 데일리NK와 만난 카나모리 씨는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목선 3척을 연이어 발견했을 당시의 상황과 심정을 세세히 털어놨다. 그가 올해 2~3월께 발견한 각기 다른 크기의 목선 3척은 여전히 사이카이 지노우라구(西诲千ノ浦区) 해안가에 방치된 상태다. 이곳은 일본 서해 중심부에 툭 튀어나온 반도에서도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한반도 동쪽과 바로 마주하고 있다.

작년 가을께부터 이시카와현 내 해안에서 표착된 북한 선박 문제를 취재해왔다는 혹코쿠(北國)신문의 반나이 요시아키 기자를 통해 시카정 해안가에서 만난 카나모리 씨는 본보의 취재에 매우 호의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응했다. 팔을 이리 저리 휘저으며 방치된 목선 3척의 위치를 가리키던 그는 이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무판자가 떠내려온 적은 있지만, 비교적 온전한 형태를 갖춘 목선이 3척이나 떠내려온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반나이 기자도 “가을 이후에 일본 서해쪽에 북한 배가 떠내려오는데,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그 수가 상당히 많았다”며 “원래 이시카와현이 바람부는 방향이나 해류의 방향으로 봐서 북한 어선의 표류가 제일 많은 곳인데,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야마가타나 훗카이도까지 표류 현상이 나타난데다 사체 발견 사례뿐만 아니라 북한 어민이 상륙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카나모리 씨의 설명을 들은 뒤, 곧바로 반나이 기자와 함께 방치된 북한 선박 추정 목선을 찾아나섰다. 하얀 등대가 세워진 부지 옆으로 풀이 무성하게 자란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가니 바위와 자갈로 된 해변이 눈 앞에 펼쳐졌다. 페트병과 스티로폼, 비닐 등 널브러진 쓰레기들도 곳곳에 깔려있었다. 해안가를 따라 10분쯤 걸어가자 길이 3m, 폭 1m 미만의 조그마한 목선이 눈에 들어왔다. 이 목선에는 하얀 바탕에 빨간색 글씨가 적힌 표식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고, 갈기갈기 찢긴 나무판자 사이에는 녹이 슬어 색이 노랗게 변한 못이 툭툭 튀어나와 있었다.

너무나도 작고 허름한 모습에 놀랍기도, 씁쓸하기도 한 마음을 뒤로하고 그로부터 약 50m가량 떨어진 곳에 방치된 두 번째 목선을 찾아 나섰다. 갯바위 위에 걸려있던 이 목선 주변은 배에서 떨어져나온 것으로 보이는 나무판자들이 각종 해안 쓰레기들과 뒤엉켜 무잡했다. 바다 조업에 쓰인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빈약한 목선을 가만히 지켜보던 반나이 기자는 말을 잃은 듯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20여 년의 선원 경력이 있는 카나모리 씨에게 이런 목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 조업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단호하고도 분명한 어투로 “말도 안 된다, 불가능하다”며 연신 손을 저었다. 밑 바닥이 평평한 배는 파도에 쉽게 뒤집어져 강이나 호수에서나 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것은 스스로 죽음으로 향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죽음을 각오하고서야 바다에 나올 수 있다는 카나모리 씨의 말은 참으로 납득할만 했다.

이어 100m 이상 한참 떨어진 곳에 방치된 세 번째 목선으로 향했다. 이곳 해안가에서 비슷한 시기에 발견된 총 3척의 목선 가운데 크기가 가장 큰 배였다. 이 배는 저장고로 보이는 빨간 아이스박스가 내장돼 있는 것으로 볼 때 오징어잡이 배, 그 중에서도 모선(母船)으로 추정해볼만한 목선이었다. 길이 15m, 폭 3m 정도의 세 번째 목선은 뒤집어진 채로 커다란 바위에 걸치듯 올라와 있었다. 덕분에 밑에서 목선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저장고 옆에 덕지덕지 붙은 방수용 비닐이 바닷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었다.

특히 이 배에는 한글이 포함된 표식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앞선 목선에서는 볼 수 없던 스크루(screw)도 달려있었다. 그러나 목선의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작고 하찮은 플라스틱 재질의 스크루는 금방이라도 떨어져나올 듯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카나모리 씨는 “이런 스크루는 너무 유연하고 가벼워서 금방 깨지기도 하고 속도도 잘 나오지 않는다”며 “장난감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이 목선 역시 바다 조업은 상상조차 어렵다는 그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일본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서해안에서 북한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선박이 발견된 건수는 총 104건으로, 이는 앞선 3년(▲2014년 65척 ▲2015년 45척 ▲2016년 66척)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 가운데 올해는 5월(15일 기준)까지만 해도 벌써 42척의 북한선박 추정 어선이 발견됐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한해 역대 가장 많은 북한 선박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해상보안청 홍보담당은 최근 몇년새 일본 해상에서 불법적으로 조업하는 북한 선박이 눈에 띄게 늘어나, 일본 당국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어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데일리NK에 전하기도 했다.

실제 이시카와현 노토(能登)정에서 만난 어민 야마시로 요시히로 씨(70세, 경력 50년)는 북한 선박이 4년 전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해 작년에 특히 많이 보였다고 증언했다. 매년 오징어철이 되면 황금어장이라 불리는 ‘대화퇴'(야마토타이) 부근에 북한 어선이 대거 출몰한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해마다 30톤급 오징어잡이 배에 9~10명의 선원을 태우고 바다로 나간다는 선장 야마고시 도시카츠 씨(71세, 경력 55년) 역시 “400~500척 되는 작은 북한 어선들이 밀집해 어업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최근의 상황을 전했다.

본보의 취재 소식을 듣고 노토정 소재 오기지소(小木支所) 어업협동조합 사무실로 모인 이 지역 일본 어민들은 직접 목격한 북한 선박의 오징어잡이 실태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북한 선박에 타고 있던 어민들의 모습도 생생히 묘사했다. 다만 놀랍게도 취재에 응한 일본 어민들은 모두 북한 어민들에 대해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 영해에서 불법적으로 조업하는 북한 어민들로 인해 오징어 수확량이 줄어 피해를 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안전장비나 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작은 목선을 타고 바다에 뛰어든 북한 어민들을 보면 자연스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야마시로 씨는 “보통 북한 선원 7~8명 정도가 한 배에서 조업을 한다. 배가 작아 도무지 한꺼번에 다 탈 수 없는 인원인데도 다 타고 있었다”며 “그 정도면 목숨을 걸고 바다에 나와야 하는데, 차라리 전쟁터로 가는 게 생존율이 더 높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야마고시 씨 역시 “배가 최소 30톤 정도는 돼야 어장이 있는 먼 바다로 나갈 수 있다”면서 “작은 목선을 타고 바다로 나오는 것은 스스로 죽음으로 나왔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야마시로 씨는 자신이 모는 30톤급 오징어잡이 배를 소개하며 직접 목격한 북한 어선과 비교하기도 했다. 어업협동조합 사무실 바로 앞 항구에 정박해있던 이 배는 앞서 시카정에서 본 북한선박 추정 목선의 족히 10배 이상은 돼 보였다.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승선하고 보니 ‘작은 목선으로는 바다 조업이 불가능하다’는 일본 어민들의 말이 새삼 더 와닿았다. 조타실부터 취사실, 침실, 작업실까지 모두 갖춰진 이 튼튼한 철재 오징어잡이 배는 기항 없이도 한 달 가까이 바다 위에서 생활이 가능하다는 게 야마시로 씨의 설명이다.

북한 선박에 대한 취재를 시작한 뒤 여러 지역의 일본 어민들을 만나봤다는 반나이 기자는 “배를 타는 분들 역시 전문가들이라 작은 목선을 타고 북한에서부터 야마토타이까지 멀리 나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결 같이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개월간 3명의 동료 기자와 함께 북한 선박 문제를 취재해오며 총 36편의 연재 기사를 실었다는 그는 “최근 야마토타이로 나오는 북한 어선의 수가 많아지면서 조난을 당해 일본 해안으로 떠내려 오는 선박의 수도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개인적 견해를 덧붙이기도 했다. (데일리NK 특별취재팀=김충열 PD, 양정아 기자, 하윤아 기자)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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