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자체, 지난해 목선·시신 급증하자 급히 대응 매뉴얼 제작
시신 대부분 ‘신원불명’ 처리돼 장사…사찰 등이 유골 관리하기도
DNA 감식 어려워 신원 확인 불가능…”죽은 것만도 안타까운데…”

한반도에서 온 것으로 추측되는 표류·표착 목조선 등의 확인상황-일본 해상보안청 자료 제공. / 그래픽=데일리NK 특별취재팀

일본 해상보안청의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온 것으로 추측되는 표류·표착 목조선 등의 확인상황’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일본 해안에서 표류·표착선이 확인된 건수는 총 104건으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목선 내에서 혹은 목선 근처에서 발견돼 한반도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시체는 지난해 총 35구로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한반도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추정되는 목선과 시체가 일본 해안가에서 발견·확인되는 사례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15일까지 표류·표착 목선이 확인된 건수만 벌써 42건, 시체는 9구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목선과 시체가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일본 서쪽 중앙부에 위치한 이시카와(石川)현으로, 이곳은 오징어 황금어장이라고 불리는 대화퇴(大和堆, 야마토타이)어장을 사이에 두고 한반도 동해와 마주하고 있다.

한반도발 목선과 시체가 유독 이곳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지역의 해양수산을 연구하는 시카타 타카후미 이시카와현 수산종합센터 연구주간은 “최근 몇 년간 해류가 크게 바뀐 상황은 포착되지 않아, 해류에 의해 떠내려 오는 배의 수가 많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목선의 표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해양환경적 요인으로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증명할만한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이시카와현의 어민들은 최근 몇 년 새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있는 대화퇴 어장에 북한 오징어잡이 목선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일본 해안에서 발견된 목선과 시체의 수가 이전에 비해 현저히 증가한 것도, 올해 대화퇴 어장과 인접한 지역에서 목선과 시체가 자주 발견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 어민의 말이다.

일본 해안으로 떠내려 오는 목선과 시체가 늘어나면서 한편에서는 이에 대한 처리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통상 ‘연안 표착물’로 취급되는 목선은 발견 지역을 관할하는 현(県)이나 시(市) 등 지자체 또는 수산청이나 항만국 등 해양관리자가 처분한다. 또 시체의 경우는 일본 경찰 또는 해상보안청에서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을 실시, ‘사고사’로 잠정 결론이 나면 국내법에 따라 지자체에서 장사를 치른다.

사실상 각 지자체가 목선과 시체의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견·확인 건수도 늘어나자, 지난해 12월 동해 연안에 위치한 몇몇 현지사(우리의 도지사)들은 정부에 보조금 지급을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 일본의 본토라 불리는 혼슈(本州)지방 북부에 있는 야마가타(山形)현의 오모리 도루 환경에너지부 생활안심국 위기관리과 과장보좌는 지난 5월 16일 취재팀과 만나 “현지사들이 합동으로 정부에 요청을 했고, 그 결과 보조금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야마가타현의 경우에는 85~95%까지 정부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게 오모리 과장보좌의 설명이다.

특히 야마가타현은 지난해 연안으로 떠내려 온 표류·표착 목선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급히 상황 대처 및 처리 방법이 담긴 매뉴얼을 만들기도 했다. 오모리 과장보좌는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수많은 배가 표착되는 바람에 태세를 갖추게 됐다”며 “처음에는 어떻게 처리할지 어쩔 줄을 모르다가 안 되겠다 싶어 지난해 12월 말에 첫 번째 매뉴얼을 만들었고 올해 4월에 한 번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야마가타현이 만든 ‘쇼나이 연안의 표류·표착선 등에 관한 대응 매뉴얼’에는 표착물 등이 연안에 도달했을 경우의 대응 흐름과 연락체계, 순시·순찰 강화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야마가타현에서는 지난해 11월 21일 배의 형태가 남아있는 목선 1척이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12월까지 한 달간 연이어 4척의 목선이 해안가에서 포착됐다. 과거 이 지역에서 목선의 파편이나 잔해물이 발견된 경우는 있어도 배가 통째로 표착한 경우는 지난해가 처음이라 통계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내기 시작했다는 게 야마가타현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목선과는 별개로 야마가타현에서는 지난해 12월 한 달 간 한반도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추정되는 시체도 총 11구가 발견됐다.

야마가타현은 올해에도 목선이나 시체가 떠밀려오는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존자가 상륙한 경우나 생존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경우 등 보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대응방안을 정부 및 관계기관과 협의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 측에 대화퇴 어장 주변에서 불법적으로 조업하는 선박에 대한 단속과 해양경비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지자체 측은 시신을 장사한 뒤 관할 지역 내 사찰 등에 관리를 의뢰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5월 15일 취재팀이 찾아간 일본 아키타(秋田)현 오가(男鹿)시 소재 도센지 사찰에는 신원불명 시신의 유골함이 안치돼 있었다. 1960년대부터 시의 요청에 따라 시내에서 발견된 신원불명 시신의 유골을 임시 관리하고 있다는 게 도센지 사찰의 주지 고지마 료센 스님(62)의 설명이다.

실제 사찰 내 한쪽 공간에는 유골함을 올려둔 제단이 별도로 마련돼 있었으며, 북한 주민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함 10기는 하얀 천으로 감싸져 제단 맨 앞줄에 놓여 있었다. 제단 위 유골함을 조용히 응시하던 고지마 스님은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타깝지만 사망 후에도 이렇게 조국의 품,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한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며 “우리 사찰의 절차대로밖에 장례를 치르지 못하지만, 그래도 성심껏 모셔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제단에 모셔진 유골은 더 이상의 공간이 없어 새로운 유골이 들어올 수 없게 됐을 때, 사찰 뒤편 공동묘지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무연고 묘지에 합장된다. 합장 전 유골의 신원이 밝혀지면 본국으로 송환하는 절차를 밟을 수도 있겠지만, 해상보안청 홍보담당에 의하면 지금까지 일본 해안에 떠내려 온 북한 주민 추정 시신의 신원이 밝혀진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일부 시신은 김일성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북한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일본 정부 측의 입장이다.

해보청 측은 “신원이 밝혀지면 지자체가 적십자사를 통해 북한과 협상해 시신을 인도하겠지만 여태까지 신원이 밝혀진 경우는 없다”며 “북한인이라고 단정하기 위해서는 DNA 감식을 하고, 가족이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사실상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인으로 특정하기도 어렵지만, 특정할 만한 단서가 나온다 하더라도 북일 간 국교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나 노력 없이 신원 확인이나 시신 인도를 위한 정부 간 교섭 절차를 밟기 어려운 실정이다.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은 부패 정도가 심해 신원 확인은 차치하고,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실제 해보청 측은 시신에 대한 부검 소견과 관련, “조선반도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보이는 시신의 사인은 대부분 ‘불명’이거나 ‘익사’이고, 대체적으로 사망한 지는 한달 혹은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데일리NK 특별취재팀=김정 PD, 양정아 기자, 하윤아 기자)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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