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배꾼 아닌 사람도 바다로 밀려나가…원인은 생계 때문”
일본 EEZ 내 北 불법조업 증가세…일본 당국, 단속 강화 방침
日 어민들 “북-일 당국 간 대화로 문제 해결했으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황금어장’이라 불리는 대화퇴(大和堆, 야마토타이) 어장. / 그래픽=데일리NK

동해와 맞닿은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에서 서쪽으로 300km 정도 떨어진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는 ‘황금어장’이라 불리는 대화퇴(大和堆, 야마토타이)어장이 형성돼 있다. 1924년 옛 일본해군의 측량선인 야마토호에 의해 발견돼 그 이름을 따 불리고 있는 이 어장은 평균수심이 300~500m로 주위보다 얕은 데다, 남하하는 리만 한류와 북상하는 쿠로시오 난류가 만나 뒤섞이면서 수산자원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오징어가 많이 잡혀 해마다 철이 되면 조명을 환히 밝힌 일본 오징어선들이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조업에 나선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북한 지역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작은 목조 어선들이 이곳 대화퇴어장으로 대거 몰려와 불법조업을 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북한 어민들이 가까운 바다에나 겨우 나갈 수 있는 작은 나무배에 몸을 싣고 이렇듯 먼바다까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눈여겨볼 점은 북한 당국이 당 통치자금 확보를 위한 외화벌이 수단으로 중국에 연안 조업권을 팔아넘겼다는 것이다. 북한 어민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물고기를 잡으려면 목숨을 담보로 먼바다에 나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2016년 7월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북한이 평년의 3배에 달하는 1500여 척 규모의 어업 조업권을 중국에 팔아 3000만 달러 정도를 벌었다”며 “북한 주민들은 당국이 조업권을 팔아넘겨 어획량이 주는 데 대해 불만이 많다”고 보고한 바 있다.

대북제재 여파에 따른 경제난으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비교적 큰돈을 벌 수 있는 직종인 수산업이 주목을 받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특히 오징어잡이는 다른 어종에 비교해 수입이 좋아 조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오징어잡이에 뛰어들고 있다는 게 탈북민들의 전언이다. 실제 청진 수산조합 출신 탈북민은 “점점 해마다 배꾼이 아닌 사람들이 바다로 밀려 나온다”며 “원인은 생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디서 듣기에 바다에 나가 낙지(오징어)잡이를 하면 금값이라고 하니, 바다로 나가는 것”이라며 “낙지가 비쌀 때 팔면 1년은 산다. 1년벌이를 하려고 낙지잡이를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동해의 오징어 자원이 감소하는 경향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정에 위치한 수산종합센터의 시카타 타카후미 연구주간은 지난 5월 11일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이 지역(동해)의 오징어 수산자원이 과거에는 고위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중위 수준으로 내려왔고 계속 낮아지는 추세”라며 “실제 이 지역에서의 일본과 한국의 오징어 합계 어획량도 감소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자원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오징어를 조금이라도 더 잡아 돈을 벌고자 북한 주민들이 무리하게 조업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 가운데 일본오징어잡이 어민들 사이에서는 북한 어선의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11일 이시카와현 노토정 소재 어업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야마시타 히사야 오기(小木)지소 운영위원장(62)은 “북한 어선의 어업은 작은 오징어든 큰 오징어든 관계없이 다 잡아들이는 유망어법이라 피해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유망 어법이란 대형 그물망을 바다에 던져 끌어올리는 어업 방식으로, 무차별적인 어류 남획이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에는 국제적으로도 이를 금지하는 추세다.

이어 “재작년에는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조업을 했는데, 작년에는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12월에 조업을 중단했다”며 이에 따라 오징어잡이 수익도 재작년(35억 엔)에 비교해 크게 줄어 지난해 수익은 20억 엔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야마시타 위원장은 “과거에도 북한 어선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북한에서는 오징어선을 타면 1년에 벌 수 있는 돈을 한두 달에 벌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이기도 했다.

북한 어선에 의한 피해를 호소하는 것은 이시카와현의 어민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5월 14일 야마가타(山形)현 사카타(酒田)시에 위치한 야마가타현 어업협동조합 본소에서 만난 니시무라 사카리 참사 역시 “원래는 올해 2월 말까지 조업을 계속할 예정이었는데, 북한 배가 너무 많아 오징어가 없어지는 바람에 작년 12월에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그만큼 오징어 어획이 줄어 액수로 따지면 재작년에 비해 약 3억엔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야마가타현 어협이 제공한 ‘전년도 어획금액 대비표’에 따르면 올해 3월 31일 기준 오징어 어획 수량은 전년과 비교해 17만kg이, 어획액은 3억 5000엔이 줄었다.

니시무라 참사는 “북한 어선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갑자기 늘어난 것이 재작년이고, 일본 어선이 조업을 못 할 정도로 북한 배가 많다는 정보가 들어온 게 지난해 6월경”이라며 “(북한의 조업은)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그물로 새끼 오징어까지 다 잡아들여서 ‘싹쓸이’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목선이 너무 작아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계가 불량한 야간 조업 중에 자칫 일본 어선과 북한 어선이 충돌하기라도 하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부실한 북한 목선이 뒤집히는 등 큰 사고가 날 수 있어 위험하다는 것이다.

사카타의 한 부두에서 만난 50년 경력의 오징어잡이 선단장 사토 초에츠로 씨 역시 “북한 배는 전기가 없어 조명을 켜도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일본 배가 켠 조명에 의존해 오징어를 잡으려고 하므로 아주 가까이 접근하기도 한다”며 선박 간 충돌 위험성이 높다는 데 의견을 보탰다. 지난해도 어김없이 오징어선에 몸을 싣고 바다로 나갔다는 그는 “작년 10월 말 조업 중에 북한 배를 본 적이 있는데, 전부 목선에 오징어잡이 배였다”며 “3년 전부터 북한 배가 늘었는데 작년이 제일 많았다”고 말했다.

해상보안청 홍보담당에 따르면 최근 일본 어민들은 진정서 형태로 다수의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일본 당국은 EEZ 내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북한 어선을 향해 경고방송을 하거나 물대포를 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불법조업에 대한 감시 빈도 또한 더욱 높일 계획이다. 특히 해보청 측은 현재 감시와 단속 외에도 불법조업 어선 나포 등 법적으로 가능한 대응 방안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일본 취재 도중 만난 일본 어민들은 나라의 주권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일본 당국의 더욱 엄격한 대응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북한 어선의 불법조업과 싹쓸이식 어획이 지속한다면 결국 일본 EEZ 내 수산자원이 고갈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본 어민들의 이익과 자원 보호를 위해서라도 더욱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 어민은 일본과 북한이 당국 차원에서 대화와 교섭을 통해 대화퇴어장에서의 조업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토정 어민 하리야 카츠미 씨(70세, 경력 40년)는 “일본의 오징어잡이 방법은 자원을 보호하는 이상적인 방법인데, 북한은 그물을 크게 펼쳐놓고 다 잡기 때문에 수산자원이 고갈될 우려가 있다”며 “북한 어선의 조업은 불법 행위로, 이것은 나라의 주권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당국이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일 간) 빨리 대화를 해서 규율을 세우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경력 55년의 현직 선장 야마고시 도시카츠 씨(71세) 역시 “(북한 어선의) 어구를 몰수하는 등 단속은 단호하게 하되, 대화와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야마가타현 어협 소속 니시무라 참사는 “북한 어선이 올해에도 내려올지 몰라 정부에 대비책을 세워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일본과 북한 사이에 국교가 없다 보니 대책을 세우기에도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며 “일본과 북한의 바다 경계선마저도 모호한데, 앞으로 북일관계가 좋아지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NK 특별취재팀=김충열 PD, 양정아 기자, 하윤아 기자)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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