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개최한 가운데, 전람회장에 걸린 한 대형사진이 당과 군 간부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람회장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단독 사진은 물론 김 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걸려 있는데, 그중에서도 박정천 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단둘이 찍은 사진에 당과 군의 간부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15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국방발전전람회에 참가한 당과 군의 간부들은 원수님(김 위원장)과 박정천 동지의 사진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며 “이것으로 지금 중앙당과 군 내에서는 원수님께서 박정천 동지에 대해 하신 말씀들이 입소문으로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전람회에 참가한 당 군수공업부 일꾼들, 국방과학원과 국방대학 연구자·과학자·기술자들, 총정치국·총참모부·국방성 간부들, 군단장 및 사령관 등은 전람회장 한편에 내걸린 김 위원장과 박정천의 대형사진을 보고 놀라워하며 ‘수령님(김일성)과 김책 동지 사진 같다’는 말을 쏟아냈다.
이를 계기로 현재 북한 당과 군 내부에는 “수령님께 김책 동지가, 장군님(김정일)께 오진우 동지가 있었다면 원수님께 박정천 동지가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박정천은 총참모부 본부를 무조건 거쳐야 총참모장이 된다는 오랜 관례를 깨고 지난 2019년 육군포병대장에서 곧바로 총참모장에 발탁돼 이미 한 차례 북한군 내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례적인 인사에 당시 내부에서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포를 전공한 김 위원장의 각별한 ‘포 사랑’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박정천은 이후 2년여간 김 위원장의 의도에 따라 화력무기 편제화, 실전화, 고도화를 일궈낸 유능한 지휘관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며 군 최고 계급인 원수 칭호를 받았다.
그러다 지난 6월 말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방역과 관련한 중대 사건으로 일계급 강등되는 등 문책을 당했지만, 약 두 달 만에 핵심 요직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중앙위 비서에 선출돼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이런 상황에 이번 국방발전전람회장에 김 위원장과 박정천이 함께 찍은 대형사진까지 내걸리자 당과 군의 일꾼들은 김일성시대 김책, 김정일시대 오진우까지 소환해가며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책은 김일성 집권 당시 군수산업에 힘을 쏟아 국방력 강화에 앞장선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일성은 그런 김책을 하나밖에 없는 친근한 동지, 뜻을 나눈 혁명전사, 가족을 초월한 정치적 생명 융합체라 칭할 정도로 그에게 두터운 신뢰감을 가졌다고 한다.
소식통은 “수령님 서거 후 개인 금고에는 한 장의 사진만이 남아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김책 동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고,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한 장의 사진’이라는 노래도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김일성에게 김책이 있었다면 김정일에게는 오진우가 있었다. 김정일의 입당 보증인이기도 한 오진우는 김일성 후계 구도 형성 당시 항일 투사들을 앞세워 김정일을 전적으로 밀어준 인물로, 북한 주민들에게는 ‘주체혁명 위업 계승완성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둘도 없는 장군님의 동지’로 알려져 있다.
현재 북한 중앙당과 군 간부들은 이렇듯 김일성과 김정일의 측근들을 거론하면서 김 위원장과 박정천의 관계를 두고 여러 가지 뒷말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소식통은 “원수님께서 현지지도를 다니시면서 박정천 동지를 가리켜 ‘내겐 수령님의 동지 김책 같은 사람’이라고 말씀하셨고, ‘김책형(形)의 전선사령관감’이라고 호평하기도 하셨다는 말이 간부들 속에 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간부들은 원수님께서 평소 박정천 동지를 꾸밈과 가식이 없는 충직한 일꾼으로 여기고 계신다고 이야기하면서 박정천 동지는 현대전은 화력무기 전쟁이라는 원수님의 말씀을 받들어 특히 포 무력 강화에 한 몸 바친 국방, 군사 일군(일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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