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칼럼] 북한 감시카메라와 사격표적지

초소 감시카메라
북중 국경지역에 있는 초소와 감시카메라 모습. 사진은 지난 1월 촬영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중접경지역에 감시카메라 설치가 완료되었다는 보도다. 데일리NK 기사<“국경지역 감시카메라 설치 완료: 감청, 검열, 감시 3중망 완성”(2019년 3월 11일자)>에 따르면 “그동안 일부 중요 구간에만 설치했던 카메라가 2월 16일부로 전 구간에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약 1,700킬로미터에 이르는 북중접경 구간에는 중국측에서 설치한 철조망이 강변을 따라 세워져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촘촘히 막아선 경계선이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 지역쪽에도 철조망과 감시카메라 작업이 완료된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압록강과 두만강에는 철조망과 감시카메라가 하나둘 설치되기 시작했다. 열악한 상하수도 시설로 물을 구하기 어려운 북한주민들에게 압록강과 두만강은 그야말로 생명의 젖줄기다. 그런데 감시초소에서 허락해 주는 시간에만 드나들 수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감시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하고 통제한다.

지난 1월 필자가 직접 촬영한 북녘마을은 그야말로 과거를 사는 오늘이었다. 디딜방아와 소달구지가 거름을 옮기고 여성들은 우물에서 물을 길렀다. 우리의 60-70년대 시골마을의 풍경인데 다른 한쪽 초소에는 최첨단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21세기 문명과 야만일까. 우리에게 ‘방아찧기’라는 말은 국어사전에서 찾아봐야 할 만큼 생소한 단어가 되었다. 한가로운 농촌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라 말한다면 그들에게 또 다른 죄를 범하는 것이리라. 세상 그 누구도 그리 살아가야 할 이유는 없다. 독재자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행복이 고통으로 찧어지는 현실이다.

사격표적지
북한 철조망에 설치된 사격표적지.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또 하나 놀라움을 금치 못한 건 철조망에 설치된 사격표적지 때문이다. 군인들의 사격연습용 표적지(북한에서는 목표물이라고 함)는 손과 발이 뒤로 묶인 채 기둥에 매달린 사람의 모습이었다. 일반 주민들이 다니는 길목과 철조망에 그런 표적지를 세워 두었다는 건 무언의 경고이자 억압의 상징이다.

북한 정권은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다”, “우리식대로 살아나가자”며 인민생활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다. 최근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서 김정은은 “전체 인민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평생 염원”이라고 했다. 4차산업혁명을 말하는 시대에 여전히 쌀밥에 고깃국 수준의 경제가 회자되고 있다.

경제발전을 강조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자유는 더욱 구속받는다. 지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이라도 제재해제를 요구했다. 마치 북한정권이 주민들의 생활과 인권을 걱정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대북제재가 북한주민들의 삶을 곤궁하게 만드는 것처럼 호도하는 여론몰이에 불과하다. 북한주민들의 생활 향상은 대북제재 완화가 아니라, 북한정권의 주민에 대한 제재와 통제를 풀면 해결될 일이다. 가두고 억압하고 막아서는 절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김정은은 베트남을 오가면서 무엇을 보았을까? 개혁개방과 인권개선이야말로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의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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