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한총련이 남한 대학생 대표자격 있나?

▲ 북측 학생들과 인사하는 모습 <사진:연합>

일국(一國)의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결정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이번 ‘남북대학생상봉모임’에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과 NL(민족해방)계열의 학생회 간부들, <민노학위>(민주노동당학생위원회) 위원장, <한대련>(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 등이 참석할 수 있도록 결정한 통일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먼저, 그들이 과연 한국 대학생을 대표하는 사람들인가를 생각해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학생들은 NL계열 운동권들의 ‘반미(反美)’와 ‘민족공조’ 주장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다. NL 운동권은 소수이다 못해 ‘극소수’이며, 오히려 그들을 반대하고 경멸하는 대학생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은 결코 한국 대학생의 대표자가 될 수 없다.

단적인 예로, 한총련은 어떻게든 학생들의 지지를 받아보려고 ‘등록금 협상’을 앞세우지만 대학본부를 점거하는 사람들은 십여 명의 학생회 간부들뿐이다. 부산 동아대학교의 경우 학생회 간부들이 제적된 학생들로 채워져 있었고, 심지어 졸업생도 있었다.

한총련 소속 대학축제 주제가 ‘미(美)쳐봐’

한총련의 2005년 학생운동 핵심의제는 ‘주한미군철수’다. 사업은 반미, 반전(反戰) 일색이다. 그들이 주최한 ‘5․13 대학생 반미행동의 날’, ‘5․18기념대회’, ‘대학생 5월 한마당’에서도 온통 반미를 주제로 한 노래와 구호뿐이다. 한총련 소속 서울의 모 대학 축제의 주제는 ‘미(美)쳐봐’였다고 한다. ‘미국을 쳐야 한다’는 의미라고 하니 그들이 얼마나 주한미군철수에 ‘미쳤는지’를 알 수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책임을 미국에게 물어야 한다고 외치며, 1985년 서울 미 문화원을 점거했던 그들의 ‘반미(反美) 선배’ 73명 가운데 이미 60%가 생각이 바뀌었다는 한 일간지의 보도가 있었다. 과거의 극단적 사고를 버리고 지금은 용미(用美)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의 극소수 NL계열 운동권들에게 선배들의 이런 변화는 ‘현실에 타협한 배신자의 변명’일 뿐 아무런 자극도 되지 않는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미치게 만들었는가?

각서 쓴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원인은 그들의 비뚤어진 사회역사관과 가치관에 있다. 북한은 남한과 달리 해방 이후 친일파와 잔재를 척결하였고, 프롤레타리아의 계급독재를 이뤄 노동당을 만들었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주성과 높은 창조성을 발현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케케묵은 주장이다.

한총련을 비롯한 학생운동 핵심간부들은 아직도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교조적 의식을 갖고 있다.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 할 수 있지만, 교조의식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번 70여 명의 한총련 간부들의 방북은 해방 60년, 분단 60년, 6.15 공동선언 5돌인 2005년을 기념하기 위해 법무부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통일부가 허가해 주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북측의 일방적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썼다”고 한다. 동문서답(東問西答)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한총련과 민노학위의 주장이 북한과 동일한데, 각서는 무엇이고, 동조는 무엇인가? 오히려 미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싸워야 한다며 북측에 찬동하거나 오히려 부추길 것이다.

지금, 현실은 북핵 문제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다. 북한은 6자회담에는 복귀하지 않고, 매일같이 입씨름만 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북정책의 변화가 있어야 할 시점에서 정부가 오히려 가식적인 평화 무드 조성 이벤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1박 2일 동안 방북한 남한 대학생들은 이미 각본대로 짜여진 북한 대학생들과 반미니, 민족공조니, ‘민족의 핵’이니 하며 판에 박은 이야기나 하다 돌아올 것이 뻔하다. 그런다고 해서 무슨 진정한 남북 대학생 공동행사가 되겠는가.

그러나 이왕 방북한 일이니 남한 대학생들이 똑똑히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북한 대학생들과 나누는 술 한잔이 김정일 정권이 북한 인민들의 피를 짜서 만든 ‘혈주’이며, 먹는 음식은 인민들의 ‘살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마도 이번 방북 대학생들은 훗날 절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김정일의 독재가 끝나고 북한의 상황이 낱낱이 공개되는 그 날, 2005년 5월 자신들의 언행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똑똑히 알게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잘못된 신념이 한순간에 박살나면서 한동안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들을 거짓의 평화 무드 이벤트에 동원한 현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거짓의 정권에 동조하도록 만든 책임을 어떻게 지려 하는가 말이다.

김소열/ 경희대 대학원생(前 전북대 총학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