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북미회담 언급 없이 김정일 ‘통일유훈’만 외치는 북한

김일성과 김정일의 모자이크 벽화
김일성과 김정일의 모자이크 벽화. /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일의 생일을 기념하는 ‘광명성절’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제2차북미정상회담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매체들은 광명성절 선전 및 홍보하기에 급급하다. 어제(14일)도 노동신문은 ‘광명성절경축행사 여러나라에서 진행’, ‘영원한 태양으로 높이 받들어모시리’, ‘열렬한 흠모의 대하 굽이쳐흐르는 혁명의 성지’ 등 광명성절과 김정일을 다룬 기사를 무려 16편이나 쏟아냈다.

그 중에 베트남외무성 대표단이 금수산태양궁전을 13일에 방문해서 경의를 표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제2차북미정상회담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방북한 베트남 대표단임에도 불구하고 대표단 관련 어느 기사에서도 제2차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물론, 김정은의 베트남 국빈방문 관련 내용도 없었다. 단지, ‘의례방문’, ‘친선적인 분위기속에서 담화’라는 추상적 용어만 내세우며 위대한 선대지도자들인 김일성, 김정일 동지를 참배했다는 것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었다. 베트남 대표단이 왜 방북했는지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다 아는 마당에 유독 북한 주민들만 모른다. 이만큼 북한은 주민통제가 가능한 사회이고 여전히 폐쇄된 사회이다.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입맛대로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회이다.

지난 6일에서 8일까지 미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이 이끄는 실무협상팀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방북했을때에도 북한 매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당시에도 여전히 모든 언론매체들은 김정일과 광명성절 선전에 열을 올렸다. 특이점은 ‘통일’이라는 키워드를 이 둘과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 오늘의 기사도 역시나 그랬다. 14일자 노동신문은 ‘위대한 장군님의 념원대로 통일조국의 새 아침은 반드시 밝아오고야말 것이다’는 제목의 반제민족민주전선 평양지부 대표와의 기자회견의 내용을 실었는데, 그 핵심은 김일성의 통일유훈을 필생의 사명으로 여긴 김정일, 그 통일유훈을 현실로 꽃피워가는 김정은으로 인해 통일조국의 새아침이 반드시 밝아온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2019년을 ‘통일의 전성기’로 만들자는 구호를 내세운 이후 1월, 2월 북한전역에서는 광명성절과 짝을 이루어 ‘통일’의 구호가 파도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당장 코앞에 두고서도 말이다.

아무리봐도 제2차 미북정상회담과 북한 내부에서 들끓고있는 ‘통일조국건설’과는 왠지 매칭이 안되어진다. 한미 당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이번 북미정상회담 의제가 빌딕이 될지, 스몰딜에 그칠지 주목하며 미국이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주문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통일조국대업완성’이라는 구호만 외치게 하고있는 김정은 정권이다. 그것도 김정일의 유훈통일을 앞세우면서 말이다. 국제사회와는 상반된 정서다.

이 전략에 대해 오늘 학술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여한 북한 출신 박사에게 물어보니 ‘종전선언’과 연관해서 설명해주었다. 그는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는 한 세트라고 덧붙여 주었다.

미북정상회담 북측 협상실무팀들도 계속해서 체제보장을 요구하며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체결이라는 상응조치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시설의 50%도 못 미치는 영변핵시설 폐기를 가장 큰 상수로 두면서 말이다. 종전선언이야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하지만 평화협정체결은 법적 구속력이 뒤따른다. 미국 의회에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라 미 협상팀에서는 새로운 개념으로의 느슨한 형태로의 종전선언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 행정부는 북한이 핵동결로 그칠 수 있는 단계별 비핵화 방안을 제시할 것을 염두하면서도 제재완화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비핵화-평화로드맵’을 모토로 두면서 말이다.

그런데, 북한 내부에서는 이와는 상당히 결이 다른 ‘통일’을 외치고 있다. 한참 앞질러 간다고 볼 수도 있을까. 그런데 그것이 어느 방향이냐가 관건이다. 문재인정부는 제2차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협상으로 인해 남북관계 발전 및 남북경협을 고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평화담론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말이다. 그런데 북한은 계속해서 ‘통일’을 말하고 있다. 그것도 반제, 반미를 앞세우면서 말이다. 앞서 밝혔지만 노동신문이 인터뷰한 인물이 바로 <반제민족민주전선> 평양지부 대표이다. 의도성이 다분하다. 그들이 말하는 ‘통일’의 개념은 바로 미국을 여전히 제국주의로 보며 타도할 대상으로 여기는 반미, 항미주의이다.

이러한 현상을 단지, 북한내부단속, 통제의 성격으로만 간주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김정은 정권의 야욕의 그림자로 볼 것인가. 광명성절을 앞두고 김정일의 ‘통일유훈’을 내세우며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통일대업완성’을 부르짖게 하는 김정은의 진의는 과연 무엇인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2019년을 ‘통일의 전성기’로 내세운 것이 아무래도 꺼림찍하다. 김정은이 그렇게 목매달고있는 평화협정체결과 ‘통일’을 대입하니 어두움만 드리워진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