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김정은 앞에 놓인 베트남 경제개혁의 교훈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26일 베트남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했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이 베트남을 갔다. 미북정상회담을 위해 갔지만 그 동안 참모들을 통해 보고를 받아왔던 개혁개방을 통한 베트남의 경제발전을 직접 확인차 간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위장인지 벤치마킹인지 현재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만일 후자라면 김정은은 1979년 ‘신경제개혁’을 채택한 베트남의 역사의 현장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김일성 사망 후 북한 전역에 몰아닥친 엄청난 자연재해로 북한의 경제가 곤두박질친 것처럼 1970년대 후반 베트남도 똑같은 위기에 직면했었다. 통일 베트남(1976.12)은 30여 년의 ‘민족해방전쟁’을 승리로 이끈 여세를 몰아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노선 위에 ‘위대한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의욕적인 경제계획을 수립했었다. 그러나 기반산업인 농업에 치명적 피해를 입힌 기후조건(1977-80년 4년간의 홍수, 태풍, 가뭄의 자연재해)과 캄보디아 침공 및 중·월전쟁이라는 외생적 원인과 농업부진, 공업발전 부진, 소비재부족이라는 대내적 저발전 악순환에 휘말려 제2차 5개년계획이 좌초될 지경에 이르렀다. 벼랑으로 내몰린 당 지도부가 구원의 밧줄로 움켜쥔 것이 자유화 개혁으로 일컫는 ‘신경제개혁’(1979년)이었다. 이때부터 베트남 경제에 청신호가 켜지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로 인해 북한경제는 회기불능상태에 돌입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오늘도 ‘자력갱생’이라는 구호를 북한 주민들에게 목터지게 외치게 하고 있지만, 임계점에 다다른 것은 사실이다. 핵을 들고 서 있는 김정은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살기 위해서는 핵을 내려놓고 베트남이 1979년에 열었던 문으로 주저없이 들어가야 한다. 물론, 김정은은 그 문이 자신의 운명을 사지로 모는 것이 아닌가라는 염려의 끈을 놓지 못한 채 베트남 땅을 밟았을 것이다. 자신이 핵을 내려놓지 않고 단지 뒤돌아만 서도 뭔가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까라는 기대심리를 높이면서 말이다. 미국과 한국이 잘못 보낸 시그널 때문이다. 오직 한 방향으로 몰며 퇴로를 차단해야 했었는데, 김정은이 궁리할 구석을 주었으며 다양한 선택지까지 제공해주었다. 혹여, 이번에 김정은은 핵을 손위에서 발등에 내려 놓을께라며 한미 당국을 더욱 현혹시킬지도 모른다.

얼마 동안은 속아 넘어가겠지만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북한에게 베트남의 경제부흥은 한낱 그림의 떡이다. 분명, 김정은은 베트남 경제특구들을 시찰을 하면서 획기적인 그 발전 앞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베트남의 발전을 북한에 현실화시킬 방법을 깊이 숙고해볼지도 모른다. 김정은은 자신이 풀어야 될 숙제를 이미 먼저 잘 푼 호치민의 묘 앞에 설 것이다.

당시, 호치민에게 당면한 숙제는 베트남 남부지역의 시장경제체제를 북부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로 통합하는 작업이었다.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남부지역에 대한 사회주의 개조작업으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앞서 기술한 대로 여러 가지 악제로 인해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무산되었다. 당 지도부는 1979년 6월과 9월에 당중앙위원회 총회를 잇달아 열면서 제2차 계획을 폐기하고 제3차 계획을 수립하는데, 그 핵심은 바로 개인(국민)의 이익을 국가와 집단과 나란히 배치한 것이다. 즉, 인민생활개선 및 민생안정을 경제발전 목적에 있어 하나의 꼭지점으로 두었던 것이다. 경제기반이 어느 정도 구축된 1986년 베트남은 확실히 새로운 옷을 입게 된다. 경제체제의 개혁과 대외개방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도이모이(Doi Moi)라는 쇄신 정책을 과감히 시행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급속한 경제성장을 맛보게 되었다.

과연, 김정은은 인민생활개선을 얼마나 염두해 두고 있을까. 베트남의 호치민처럼 인민 개개인의 이익을 세 꼭지점 중의 하나로 설정하려는 의지가 있을까. 만일 있다면 핵을 끝까지 움켜쥐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핵을 쥔 상태로는 민생파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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