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단체장들 “‘북한 비핵화’ 아닌 ‘한반도 비핵화’ 우려스럽다”

김정은 평양 출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면서, 양측이 도출해 낼 비핵화 합의문에 과연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회담의 결과물로 채택될 ‘하노이 선언’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담길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 탈북민 단체장들 사이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특히 탈북민 단체장들은 북한이 여전히 ‘한반도의 비핵화’를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북한은 비핵화의 범위를 한반도 전체로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곧 ‘주한미군 철수’ 논리를 뒷받침할 근거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주활 탈북자동지회 회장은 2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시종일관 강조하는 것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며 “주한미군이 전략자산을 가지고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 북한이 이야기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금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제재나 압박이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한 발 양보하는 척하면서 제재완화 또는 해제를 유도하는 쪽으로 회담을 끌고가려하지 않겠나”라며 “그러나 결국 종착점은 주한미군 주둔의 근거를 없애는 평화협정 체결이 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도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성과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 본다”며 회담의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대표는 “본래 회담의 목적이 북핵문제 해결이었는데, 점점 북핵은 희망사항이 되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만 나오고 있다”면서 “북한이 전술을 조금 바꿨을 뿐, 핵은 보유하면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전략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은 북한 내부적으로 핵무장이 완성됐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기 때문에 기존의 핵 실험장들이나 시설들을 폭파하는 것에 거침이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에도 영변핵시설을 풍계리처럼 폭파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핵 신고나 검증과 같은 진전된 조치에 합의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보장하기 전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한국의 안보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기차를 타고 하노이를 가면서 관심을 모았던 김정은이 이번 회담에서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이벤트를 만들려고 할 텐데, 한반도 비핵화를 기어이 해보려는 김정은에게 모두가 속아넘어갈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