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군인들은 시큰둥한데…北 “수령님이 조국 해방 위업 실현”

[8·15 군 정치학습자료 입수] "14살 어린 나이에 조선 독립 뜻 품었다" 주장

총정치국에서 광복절 75주년을 맞아 전군에 배포한 정치학습자료. /사진=데일리NK 군 내부소식통 제공

최근 북한 군(軍) 당국이 광복절(8·15, 북한에서는 ‘조국해방의 날’로 선전) 75주년을 맞아 “수령님(김일성)이 조국 해방의 역사적 위업을 실현했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치학습자료를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이 그동안 김일성의 주도하에 항일유격대가 “일본 군국주의를 물리치고 조국광복을 이룩했다”는 주장을 해왔다는 점에서 관련 ‘사상 선전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또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강화에 따른 국경봉쇄로 인해 인민군 내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수령에 대한 충성심’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즉, 북한이 대내외 어려운 정세 속에서도 인민군대만은 추호의 흔들림 없이 이른바 ‘수령님이 창건하신 군대, 수령님께서 찾아주신 조국’이라는 충성심을 통해 결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데일리NK 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10일 총정치국은 ‘조국 해방의 역사적 위업을 실현하신 절세의 애국자’라는 제목으로 김일성의 항일 혁명업적과 수난사를 담은 4쪽의 정치학습자료를 하달했다.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당국은 ‘김일성 동지는 14살 어린 나이에 조선이 독립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맹세를 다지면서 압록강을 건너 20여 년간 혁명의 폭풍우를 헤치며 조국 해방의 역사적 위업을 실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는 또 “수령님은 갈길 몰라 헤매던 2천만 조선 동포들을 항일의 기치 아래 하나하나 묶어 세우시며 주체의 혁명역량을 튼튼히 다졌다”면서 “전민(全民)을 반일항전으로 불러일으킨 (김일성의) 호소는 국내의 인민무장대들과 무장봉기 조직들, 광범한 인민들을 최후결사전에 나서게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총정치국에서 광복절 75주년을 맞아 전군에 배포한 정치학습자료. /사진=데일리NK 군 내부소식통 제공

여기서 김일성이 항일 빨치산 투쟁을 한 점은 맞지만, 북한이 이를 과장·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일성도 생전에 “우리가 항일무장투쟁을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안 한 것보다는 나은데 왜 (사람들이) 우리를 깎아내리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술회한 바 있다고 한다(고(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증언).

하지만 북한은 해방 후 70여 년 동안 지속 항일무장투쟁에 정권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체제 유지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정치학습 강연자는 “수령님께서 찾아주시고 최고사령관(김정은) 동지께서 계승 발전시켜 나가시는 주체의 사회주의 조국을 철옹성같이 보위해 나가기 위한 길”을 강조하면서 “조국을 해방해주신 수령님의 업적을 대를 이어 빛내여 나가기 위한 충성의 한마음을 간직하고 군사복무의 순간순간을 충성과 위훈으로 새겨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 강연자는 또 “일부 사관들 속에서 만 16세 때 군대에 갓 입대한 신입 병사들을 애처롭다고 하지만 우리 수령님께서는 14살의 어리신 나이에 혁명의 길에 나서시어 조국광복의 대사변을 안아오신 절세의 애국자”라고 하면서 일당백의 싸움꾼들로 준비해야 한다는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올해는 75주년이라는 점에서 기념학습, 강연, 토론 외에도 기록영화 ‘조국광복을 위하여’ 영화 문헌 학습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젊은 군인들 속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들었던 내용’이라는 반응과 함께 “올해는 꺾이는 해인데, 식사메뉴가 뭐냐”는 데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