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은밀히 ‘코로나’ 집계 中… “유사증세 사망자 23명”

소식통 "중앙 비상방역지휘부 면밀 체크...의심 격리자는 82명으로 진단"

북한 당국이 집계하고 있는 코로나19 의심 사망자 및 격리자 수. /데일리NK

북한 당국이 매체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의심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사람이 2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는 의심 증상으로 사망했거나 격리 치료를 받는 주민에 대한 통계를 집계하면서도 관련 정보를 기밀로 통제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내부 고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중앙 비상방역지휘부에서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급성 페염(폐렴)으로 사망한 사람이 전국적으로 23명으로 집계했다”며 “이는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다 사망한 인원을 지속 집계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같은 증상으로 각 지역에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주민은 총 82명”이라며 “증상이 완화돼 퇴원한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증상자가 지속 나오면서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식통이 전한 중앙 비상방역지휘부 집계 자료에 따르면 25일 현재 지역별 사망자는 평양 7명, 평안북도 신의주 8명, 평안북도 룡천 4명, 라선 2명, 황해남도 해주 2명 등 모두 23명이다. 발열, 기침 등 의심 증상을 보여 격리 조치된 의진자(의심환자)의 경우 평양 16명, 신의주 32명, 룡천 12명, 라선 15명, 해주 7명 등 총 82명으로 집계됐다.

평양과 해주를 제외한 라선, 신의주, 룡천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북한 보건당국은 평양의 경우 중국 유학생이, 해주의 경우 신의주를 오가며 중국산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망자와 격리 치료자 모두 유학생 및 무역일꾼 등 중국 방문자이거나 이들과 접촉 후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였다는 특징이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코로나19 감염자이거나 의심자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급성 폐렴’으로 진단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휘부에서 지역별 급성 페염 사망자와 격리 조치자 관리 상황을 논의하면서도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자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인민들에게 한 명의 감염자도 없다는 것을 알리고 지속해서 철저한 방역도 강조해야 한다는 지침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한이 전파가 빠른 전염병 발병 여부를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건 바이러스 전파 사실을 공개할 경우 내부 동요와 체제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은 과거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에도 자국 내 발병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었다.

북한이 국제보건기구에 감염병 발병 사실을 자진 신고한 것은 2009년 신종플루(H1N1)가 유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방북했던 외국인과 단체를 통해 발병 사실이 알려진 후 뒤늦게 신고해 비난을 받았다.

한편 노동신문은 27일 “남조선(한국)에서 신형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자가 1261명으로 증가하고 12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국내 코로나19 발병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