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략 실패 인정한 김정은, 당·기업소 간부 대대적 경질 예고

최고지도자 권위 세우기 위한 조치...소식통 "성과 미진 간부들, 자진 사퇴 양상도 나타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 하에 지난 8월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가 열렸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제8차 노동당 대회(내년 1월 예정)를 앞두고 대대적인 인사 조치를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기 전(前) 내부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평양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당국이) 경제 계획에 도달하지 못한 집행자와 책임있는 자들을 경질하기 위해서 인사 집행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번 인사 조치는 당의 권위를 강화하고 경제 실패에 대한 대중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전했다.

즉, 이번 인사 정책은 일부 간부들에게 경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새로운 인물을 기용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꾀하기 위한 의도라는 설명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8월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공표한 바 있다.

당 대회를 전후로 한 고위급 간부들의 인사 조치는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행정적 관례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수해 등 3중고에 따른 위기 상황이 닥치면서 전국의 당 및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대대적 인사를 단행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다만 대규모 인원을 한꺼번에 교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말단 간부들은 연말 전에 교체 조치를 완료하고 고위급 간부들의 경우 당 대회와 함께 인사 작업이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부 단위 일꾼들에 대한 인사는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 이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이번 조치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관이나 기업소 중 경제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 곳들은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제 목표 미달성에 책임 있는 간부로 판단될 경우 단순한 해임 조치가 아니라 사법적 처벌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에 눈치 빠른 간부들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자진해서 사퇴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해임되기 전 스스로 물러나면 자신의 기반이 있는 지역에서 추방될 위기는 모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간부들에 대한 대규모 해임과 처벌이 이뤄질 경우 내부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국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경제 실패에 대한 최고지도자(김 위원장)의 권위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선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조선(북한)에선 당의 유일사상체계가 군중 기본 로선(노선)이기 때문에 당에서 결심하면 무조건 집행해야 한다”면서 “일부 반발이 있어도 인사 조치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당 일군(일꾼)들의 수준이자 사업에서의 실적이다’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당 일군들 속에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새 세대 당 일군일수록 당 사업을 처음부터 참신하게, 혁신적으로 해나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대적인 인사 조치가 시행되기 전 당 간부들의 관료주의를 지적하고 쇄신을 강조하는 이 같은 주문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