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외 파견 일꾼에 IPTV 셋톱박스 강매… “사상교육에 활용”

코로나 장기 해외 체류로 인한 사상 이완 방지 목적...소식통 "시청 여부 일일이 확인"

북한IPTV
북한 다매체열람기(IPTV) 만방 화면. /사진=조선의오늘 홈페이지 캡처

북한 당국이 최근 사상교육 강화를 위해 해외 파견 일꾼들에게 IPTV를 강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대북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중국주재 조선(북한)영사관이 다매체열람기(IPTV)를 공관원, 무역 대표부에 1개에 2,000위안(한화 약 32만 원)에 팔고 있다”며 “강매식이어서 요즘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016년부터 실시간 TV와 VOD(주문형 비디오)를 시청할 수 있는 다매체열람기 ‘만방’을 개발·보급해왔다.

북한선전 매체 ’조선의오늘‘은 당시 만방을 “국가망에 가입한 기간 기업소나 가정에서 중앙 TV나 룡남산, 체육, 만수대 방송을 실시간 시청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방영된 편집물도 다시 볼 수 있는 정보통신 기재”라고 소개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이 해외 거주자들에게 자체 제작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셋톱박스를 강매하는 데는 금전적 이익보다 사상교육 강화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는 게 소식통의 지적이다.

소식통은 “조선 당국이 다매체열람기를 통해 중국에 나와 있는 주재원, 무역 일꾼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며 “코로나 때문에 임기가 다 찼어도 돌아오지 못해 사람들의 사상과 충성심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해 입국이 제한된 이들의 사상적 이완을 우려해 IPTV의 콘텐츠를 교육자료로 활용한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해외 거주자들이 북한 당국의 눈을 피해 외국 TV를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를 근절하기 위해 북한 방송만 시청할 수 있는 기기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북한 당국은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각종 사상교육 방송 시청 여부 등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조선 당국은 다매체열람기를 (생활) 총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실제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당일자 방송이나 학습 내용을 물어보고 확인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만방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정을 소개하는 ‘혁명활동보고’,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와 ‘주체사상학습’ 등의 콘텐츠가 있다. VOD로는 김 씨 일가의 일대기를 다룬 영상 ‘조선기록영화’가 별도의 카테고리로 서비스되고 있다.

만방은 북한 국가망을 통해 각종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해외 거주자들의 경우 국가망에 접속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사용해 IPTV를 시청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