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포커스] 바이든 행정부, 참혹한 北인권 개선 드라이브 걸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선 승리 선언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암흑의 겨울에 직면하고 있다며 마스크 착용을 호소했다. /사진=Joe Biden 유튜브 영상 캡처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조 바이든 당선인이 외국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돈’의 관점에서 전통적 동맹관계를 재단했던 행태를 바로잡고, 국제적인 현안에서도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미 행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현 정부와는 커다란 차별성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인들의 관심은 우선 북한의 비핵화 쟁점과 관련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모아지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현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접근이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체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보다 세련된 새로운 접근법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것은 협상 메커니즘과 대북 강경책의 조율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북핵 협상과 관련해서 바이든 당선인의 행정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수했던 탑-다운(top-down) 방식의 정책결정을 지양하고 시스템과 절차를 중시하는 바텀-업(bottom-up) 형식으로 중지가 모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흥적이고 독단적인 결정에 따른 트럼프 스타일의 미북대화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며 의제 조율 단계에서부터 실무진들의 협의와 조정이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실무 단계에서 북한 당국이 현재처럼 비핵화의 의지 없음을 노정하거나 협상 과정에서도 은밀하게 핵개발을 계속하는 경우, 미국의 차기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처럼 그들의 지연전술에 말려들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차기 국무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크리스 쿤스 델라웨어 주 상원의원이나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그리고 여성인 수잔 라이스 전 유엔대사는 모두 실무진을 통한 단계적 협상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 이들로 협상이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과감하게 협상 중단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 쟁점 해결이 여의치 않을 경우, 바이든식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가 등장할 개연성도 전혀 배제하지는 못한다. 차기 국방장관 군(群)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 가운데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은 미군이 남중국해에서 중국 전 함대를 3일 안에 궤멸할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을 정도로 강경한 인물이다. 플러노이 전 차관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국방장관으로 낙점될 경우, 김정은을 폭력배로 지칭했던 바이든의 인식과 결부되어 북한 당국의 지속적인 핵개발이나 군사 도발에 강경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 과거 빌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하려 했던 역사적 사실을 상기할 때 이 같은 전망이 과도한 억측은 아닐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가장 차별성을 지닐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북한인권에 관한 접근법이 될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부터 북한 인권을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2018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탈북민 지성호 씨(현 국민의힘 국회의원)를 직접 소개하고 북한 정권의 잔학성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랬던 트럼프는 넉 달 후인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미북정상회담이 열리고 김정은을 만난 후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중단해 버렸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VOA(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정도다. 그 후 국제무대에서도 북한 인권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달라진 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국이 북한 인권에 소극적 태도를 보임에 따라 2014년부터 매년 개최됐던 유엔 안보리 북한인권 토의가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무산됐던 것이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의 북한인권에 대한 인식은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4년에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는 것을 지지했을 뿐 아니라, 북한 당국의 인권 유린 문제에 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해왔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비롯한 다수의 전문가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대통령으로 임명되면 4년 이상 공석인 북한 인권 특사를 임명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사회에 북한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경우 북핵 문제의 해결은 어려워질 수도 있다. 특히 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북한인권 문제의 거론을 거의 금기시하고 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할 때 이 같은 난제는 북한인권 문제의 해결이 북핵 문제의 해결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극적으로 개선되고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될 때에도 북한 당국이 건재할 수 있을까. 김정은 일가와 북한 당국이 유고 사태를 맞게 되면 표류하고 있는 북핵 문제도 자연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핵 문제와 북한인권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과 차기 민주당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이슈화해서 북한 주민들의 자유화를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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