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 포커스] 미사일 발사·김여정 위협…도발 강도 높이는 북한

북한이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 훈련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에 도발의 계절이 돌아왔다. 9월과 10월 굵직한 내부 행사(정권 수립 기념일, 당 창건 기념일)들을 위해 군사도발로 내부의 결속을 굳건히 다지려는 의도로 생각된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북중 양국의 공고한 관계를 과시하고, 한미 양국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의도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오후 북한 당국은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장거리 순항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9월 13일)한 지 이틀 만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주에 열린 정권 수립 기념일(9.9절) 열병식에서는 전략무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 직후인 11일과 12일 신형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그리고 이틀 후인 15일에는 사거리 800km의 탄도미사일을 2발 발사한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군사도발은 크게 세 가지 배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북한 내부의 결속을 위한 것이다. 9월의 정권 수립 기념일은 73주년으로 정주년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이 열병식을 거행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이 있었다. 그만큼 북한 당국이 열병식을 통해 주민들을 결속시킬 필요성이 절실했다는 얘기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자연재해뿐 아니라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되면서 북한 주민들은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 지 오래다. 식량난, 유류난이 심각해서 해외 원조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정권 차원의 적극적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주민들의 사상 단속에만 열을 올리는 북한 당국에 대해 주민들의 원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이례적인 열병식과 미사일 도발을 통해 주민들에게 군사 강국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내부 동요를 차단시키려 했을 수 있다. 이 같은 의도에 따른 북한 당국의 도발은 다음 달에 있을 당 창건 기념일에도 적용될 수 있다.

둘째, 미국에 대한 경고다. 북한 당국은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14~15일)을 전후로 두 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북중 관계의 공고함을 과시하며 미국의 대중 포위망 구축 노력이 무위(無爲)로 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사료된다.

이 같은 추정은 15일 북한 당국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한 왕이의 언급에서 설득력있게 뒷받침된다. 왕이는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북한을 두둔하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는 듯한 말을 했다. 마치 북-중 간에 사전에 미사일 도발을 논의한 뉘앙스가 물씬 풍긴다. 왕이의 언급이나 북한 당국의 의도는 미국이 대중 압박을 계속하고 북한과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려 할 경우 한국이나 일본을 사정권으로 하는 전략무기들을 동원하겠다는 경고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대한 경고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동조하려는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강경한 군사행동을 감행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통과시킨 ‘국방수권법안(NDAA)’에는 한국과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나는 주한미군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일본, 인도, 독일과 함께 한국을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조항이다. ‘파이브 아이즈’는 1956년에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이 결성한 정보 동맹으로, 각국 첩보기관이 기밀정보를 공유하는 ‘첩보 혈맹’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정부가 미국 국방수권법의 권고 내용에 따라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파이브 아이즈’에 참가한다면, 이는 강력한 한미동맹의 유지를 넘어 미국과의 혈맹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적화통일은 고사하고 북한의 정권안보 자체가 위협받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파이브 아이즈’ 참가를 비롯해서 미국과의 연결 고리를 차단하는 게 중요한 안보 이슈로 떠올랐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북한 당국의 고민은 중국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중국의 ‘윤허’를 받고 감행한 도발일 수 있다.

요컨대 북한 당국의 최근 두 차례 미사일 도발은 내부결속을 위한 필요성과 한미 양국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일치된 이해관계로 감행됐다고 볼 수 있다. 왕이의 방한과는 무관하게 북한 당국이 이전부터 계획했던 미사일 개발 일정(time table)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봐주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도 많다.

북한 당국이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던 지난 15일 한국은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세계에서 7번째다. 북한 당국은 아직 잠수함에서 직접 SLBM을 발사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한국의 이번 쾌거는 북한 당국에 SLBM 발사 시험이라는 추가 도발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SLBM 참관 시 발언을 비난하며 남북관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로 한국에 대한 비대칭 전력의 우위를 과시하기 위해 SLBM 도발을 계획하고 있을지 모른다.

미국 정부는 북한 당국의 순항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해 아직까지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SLBM 발사 실험을 강행하는 경우는 얘기가 한참 달라질 수 있다. SLBM 도발은 명백히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미국 안보에도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순항미사일 -> 탄도미사일 -> SLBM으로 위협의 강도를 높여가는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정책은 관여에서 압박으로 변할 수 있다. 더구나 북한 당국이 중국과의 밀착을 과시하며 중국을 뒷배 삼아 도발의 유희를 즐기려 하는 경우, 대중(對中) 압박을 강화하는 미국 정부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대북 관여’라는 대북 기조를 재고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는 또다시 긴장과 불안으로 충만하게 되고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바이든식의 ‘화염과 분노’가 등장할 수 있다. 과거 클린턴 대통령 당시의 대북 공격 계획이 새로운 버전으로 재연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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