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지방 기업 제품의 질, 시장과 소비자가 답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압록강종합식료공장이 최근 수십 종의 새 식료품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부 제품이 ‘2월2일제품’으로 등록됐고 전국과학기술축전에서 새 기술제품개발상을 수상했다며 자체 기술력 강화와 생산공정 개선을 통한 제품 개발 성과를 선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당국이 지방 산업공장들의 제품 질을 높이기 위해 규격 갱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 당위원회 조직비서가 도 인민위원회 지방공업관리국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지방 기업 제품의 질이 떨어지고 시장 수요가 줄어드는 원인을 ‘촌티 나는 규격’에서 찾았다고 한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제품에는 일정한 규격이 있다. 국가규격을 중심으로 제품의 크기, 모양, 성능, 포장 방식 등이 관리되며, 중앙과 지방의 품질감독기관 및 지방공업 관련 부서가 이를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제품 규격은 기업이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국의 관리와 통제 아래 놓여 있는 셈이다. 규격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지적한다면 그 책임을 지방 기업에만 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경직된 규격 제도를 유지해 온 노동당과 내각의 책임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제품의 질을 높여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품질’에 대한 개념부터 바뀌어야 한다. 규격이 새로워졌다고 해서 곧바로 좋은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이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주민들은 여전히 질이 낮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 시장의 반응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지난 3월 데일리NK 보도에 따르면, 북한 식료공장에서 생산된 과자와 사탕류 제품은 포장이 이전보다 화려해지고 세련돼졌지만, 정작 맛과 내용물의 품질은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포장만 화려, 맛은 기대 이하…공장 생산 식료품에 주민들 ‘실망’)

일부 주민들은 비싼 값을 주고 중앙급 식료공장 제품을 샀으나 내용물이 부서져 있거나 맛이 기대 이하였다고 불만을 나타냈고, “결국 포장값”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는 겉모양이나 규격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고, 실제 맛과 가격, 내용물의 질이 함께 개선돼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현실과 맞지 않는 규격은 생산 비용만 높이고 기업의 부담을 키울 수도 있다. 북한 당국이 품질관리를 단순히 ‘규격에 맞는가’의 문제로만 본다면 이는 전통적이고 낡은 품질관리 방식에 머무는 것이다. 오늘날 시장에서 인정받는 품질은 단순한 규격 적합성이 아니라 소비자의 명시적·묵시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규격을 만족했다고 해서 반드시 고품질 제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

품질의 핵심은 ‘규격 적합성’에서 ‘고객 요구의 충족’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무리 정해진 기준에 맞게 만들었더라도 그 기준 자체가 주민들이 원하는 것과 동떨어져 있다면 시장에서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제품의 질을 판단하는 최종 기준은 당국의 문서가 아니라 시장의 반응과 소비자의 선택이다.

품질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제품의 기능, 디자인, 편의성, 내구성 등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시장점유율을 넓히거나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해 판매 수익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 흔히 ‘설계품질’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설비와 기술, 원자재, 인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결함이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불량품을 줄이고, 재작업과 폐기 처분을 줄이며, 소비자 불만을 낮추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제조품질’ 또는 ‘적합품질’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부분이 개선되면 기업의 생산 비용도 낮아지고 소비자 신뢰도 높아진다.

기업이 실제로 제품의 품질을 높이려면 장비, 시설, 기술, 인력 등 제조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시장과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 수준을 설계 도면과 생산 기준에 구체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의 크기, 모양, 강도, 성능, 포장 방식 등도 현장 기업이 시장 수요에 맞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재원과 의사결정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

북한 노동당이 진정으로 시장과 주민의 수요에 맞는 제품 생산을 원한다면 기업을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강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는 아무리 당국이 훌륭하다고 평가하더라도 고객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주민이 찾고, 시장이 인정하고, 기업이 스스로 개선할 수 있어야 진정한 품질 향상이 가능하다.

결국 지방 기업 제품의 질 제고는 규격 갱신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규격을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이 시장을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일이다. 소비자의 요구를 읽고, 제품을 개선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구조가 마련될 때 지방 기업의 경쟁력도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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