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주 생산은 곡물 낭비라며 단속 강화…“대책 없이 단속만” 반발

보릿고개 시기 곡물로 술 만드는 행위 집중 단속…"국가가 배급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불만 거세

북한 양강도 혜산시 국경 지역. /사진=데일리NK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곡물을 이용한 밀주 생산 단속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보릿고개’ 시기에 곡물로 술을 만드는 행위가 식량난을 가중시킨다고 보고 단속 수위를 높인 것인데, 밀주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은 “대책도 없이 단속만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2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 안전부가 식량 사정이 어려운 시기에 곡물을 이용한 밀주 생산이 주민들의 식량난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이유로 밀주 생산과 유통 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매년 5~6월은 주민들이 가장 큰 식량난을 겪는 시기다. 전년도에 수확한 곡물이 대부분 소진되나 햇곡식은 나오기 전이어서 시장의 곡물 가격이 치솟아 일반 주민들의 식량 구매 부담이 한층 높아진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이 시기 곡물을 이용한 밀주 생산을 곡물 낭비 행위이자 주민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비사회주의 행위로 규정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 안전부는 이달 2일부터 밀주 생산과 유통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밀주를 생산하는 것으로 파악된 주민들의 집에 불시에 들이쳐 생산된 술과 원료, 제조 기구를 몰수하는 한편, 유통망까지 추적해 관련자들을 체포하는 등 전방위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식량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사람이 먹어야 할 곡물이 밀주 제조에 사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단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고, 일부 주민들은 국가가 식량을 보장해 주지도 않으면서 자체로 살아가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이들을 단속할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밀주 생산과 판매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가 식량을 충분히 공급하거나 배급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단속만 강화하는 것은 생계를 위협하는 조치라는 불만이다.

소식통은 “술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 속에서는 술장사를 한두 해 해온 것도 아니고 먹고 살아가는 수단인데, 국가가 배급을 주거나 다른 생계 수단을 마련해 주는 것도 아니면서 단속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느냐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런 주민들은 “술이라도 만들어 팔아야 먹고 살지 않겠느냐”, “배운 게 술을 만들어 파는 것뿐인데 이것마저 못 하게 하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라고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술을 만드는 일은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수익도 낮아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들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실제로 술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 10명 중 9명은 형편이 어려워 모주에 강냉이(옥수수) 가루를 섞어 끼니를 해결하기도 하는데, 안전원들도 이런 사정을 알아 술이나 원료, 기구를 몰수했다가도 경고만 하고 다시 돌려주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술장사는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생계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단속만으로는 밀주 행위를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식통은 “단속하면 그때만 조심할 뿐 결국에는 다시 술을 만들어 판다”며 “가족의 생계가 달린 문제인 만큼 이들이 먹고살 수 있는 다른 대책 없이 단속만 강화해서는 쉽게 뿌리 뽑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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