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순녹화물 단속과 사법처리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7대 사법 지침’이 북한 당·정·사법기관들에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국가에서 지난달 28일 불순녹화물 단속 및 사법처리 기준에 관한 7가지 핵심 실행 지침을 내적으로 긴급 하달했다”며 “이는 간부들과 그 자녀들 속에서 나타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을 낮추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지침의 첫 번째 항목은 불순녹화물 시청자의 직계가족이나 친인척 중 국가적 공로자, 군 수뇌부 등 충성 공로가 있는 인물이 있을 경우, 그 성과를 연대적으로 참작해 처벌 수위를 재조정하라는 것이다. 이는 불순녹화물 시청·유포 행위가 적발되더라도 해당 인물의 가정 배경을 고려해 처벌 강도를 낮추라는 의미로 읽힌다.
두 번째 지침은 자본주의 문화에 물들어 의도적으로 체제를 비판하고 불순녹화물을 유포한 ‘주동분자’와 단순 호기심 또는 강요에 의해 시청한 ‘단순 가담자’를 명확히 구분하라는 것이다. 두 범죄 유형을 현저히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사법기관이 무조건적인 사형 집행을 지양하고, 대상자의 사상적 각성 가능성과 직장 및 군대 내 평소 생활 평정서를 정밀 검토한 뒤 최종 형량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사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이뤄진 가운데, 일부 대상자에 한해서는 중형을 피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네 번째에는 군사적 요충지나 군 사령부 내 간부 자녀들을 특정한 지침이 담겼다. 이들의 이탈 현상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에 앞서 사상교양을 통한 ‘사상적 구원’ 조치를 우선 적용하라고 밝힌 것.
또 다섯 번째는 내각과 각 도(道) 인민위원회가 간부 자녀들의 문제 행위 적발 시 사법기관에 이관하기 전 먼저 당위원회에 보고해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다. 이 같은 지침은 간부 자녀 관련 사건을 곧바로 사법처리 하기보다 당 조직 차원에서 관리·통제되는 방식으로 처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북한은 이번 지침이 사법기관의 부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섯 번째 지침에는 사법기관 간부들이 이 지침을 악용해 뇌물을 받고 범죄 사실을 묵인하거나 ‘단순 시청자’로 사건을 조작하는 행위를 집중 감시·단속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이번 지침을 최고지도자의 ‘배려’와 ‘은덕’을 전당, 전군에 선전해 간부들과 그 자녀들이 충성으로 보답하도록 사상교양 사업을 심화하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처럼 파격적인 7가지 핵심 지침이 하달되자 평양 시내 당·정·사법기관 간부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충격과 함께 숨죽인 논쟁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이번 지침이 단순히 불순녹화물 시청·유포 문제로 적발된 간부 가족을 구제하기 위한 차원을 넘어선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군부 핵심 인사들의 충성심을 유지하고 내부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소식통은 “이번 지침은 겉으로는 법적 처리 기준을 세분화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간부 가족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같은 죄를 저질러도 출신과 배경에 따라 처벌이 달라진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2020년 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한국 드라마·영화·음악 등 외부 영상물 유입과 시청 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강경 처벌 일변도에서 벗어나 내부 계층별 관리 방식으로 대응 기조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앞서 소식통을 인용해 김광혁 공군사령관의 조카가 한국 영상물 등 외부 콘텐츠를 시청·유포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형 집행 직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호 지시가 하달돼 특별사면 형식으로 감형됐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軍 고위 간부 조카, 1호 지시로 목숨 건져…형평성·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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