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북한의 ‘두 국가론’, 고도의 대남 심리전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여정의 대남 비난 담화에서의 ‘두 국가론’

지난 7월 2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여정(당중앙위 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를 실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첫 대남 담화였는데, 비난 일색이었다. 그 내용을 보면, 출범 후 50여 일 동안 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쭉 지켜본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이 나열한 ‘대조선 확성기방송중단’, ‘삐라살포 중지’, ‘개별적 한국인들의 조선관광 허용’ 등 새로운 정부는 나름 북한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김여정도 ‘성의 있는 노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동족 흉내’를 피운다(낸다)고 하며 평가절하했다.

김여정의 담화 내용의 요지는 한국은 절대로 화해와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주적관’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두 국가론’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말이다. 담화 제목도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이다. ‘북남’이 아닌 ‘조한’이라고 발언한 것이 눈에 띈다. ‘조한관계’라는 용어는 작년 5월에 이어 두 번째 나왔다. 북한의 국가명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줄인 ‘조선’과 남한의 국가명인 대한민국을 줄인 ‘한국’을 결합한 용어이다. ‘조미관계’, ‘조중관계’처럼 두 국가론에 더욱 부합되는 용어라 할 수 있다. 김여정은 담화문에서 아래와 같이 ‘두 국가론’을 명확하게 짚었다.

“<민주>를 표방하든,<보수>의 탈을 썼든 한국은 절대로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

“조선반도(한반도)에 국가 대 국가 간 관계가 영구고착된 현실과 더불어…”

두 국가론이자 명백한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임을 다시금 드러냈다. ‘조한관계’는 남북한이 적대적인 상황임을 드러내는 분명한 입장에서 사용된 용어로 보인다. 아래와 같이 말이다.

“한국에 대한 우리 국가의 대적 인식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으며 조한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역사의 시계 초침은 되돌릴 수 없다”

김여정이 보낸 두 가지 시그널, 대남 심리전

한국을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면서도 김여정은 이재명 정부에게 두 가지 시그널을 보냈다. 하나는 통일부 폐지이고, 다른 하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다. 다른 것들은 아무리 해도 ‘동족 흉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에 대해 ‘여지’를 남긴 것일 수 있지만, 동시에 대남 심리전이 짙게 깔려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계속적으로 ‘괴뢰한국’이라고 부르다가 새 정부를 향해서는 ‘한국’이라고 칭했다. 물론, 지난 정부시기 다른 담화문들에서는 빈번하게 ‘한국’으로 부르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지도자(대통령)를 염두한 차원에서는 ‘괴뢰한국’과 ‘한국’으로 분명한 선을 그었던 북한정권이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사용한 ‘조한관계’는 긍정적 시그널로 평가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더더욱 대남 심리전 성격의 담화로 평가된다. 현재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더불어 여러 가지 문제로 우리 사회 안에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고, 정치권에서, 시민사회 진영에서 이를 부추기는 움직임들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김여정의 담화는 여기에 기름을 부어버린 것이다. 그 담화 후, 새 정부 국무총리의 형이 되는 한 인사는 한술 더 떠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넘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심히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새 정부는 신중을 기하면서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휘말려서는 안 될 것이다.

김여정의 대미 담화문(7.28)은 29일, 조선중앙통신에 실렸는데 여기서는 더욱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만 해준다면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하다고 추파를 던졌다. 뒤집어보면,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어떠한 대화의 창구도 열리지 않는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아무리 트럼프와 김정은의 사적관계가 있을지라도 어렵다고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다.

“나는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조미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대방에 대한 우롱으로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

그런데, 이미 트럼프는 북한의 핵보유 사실을 인정하는 식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보인다. 여기에 대한 새 정부의 대응책은 무엇이 있는가. ‘한미 공조’를 더욱 굳건하게 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김정은의 ‘두 국가론’, 고도의 대남 심리전

북한은 2023년 12월 말 노동당 중앙위 8기 9차 전원회의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 회의를 통해 ‘북남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고 규정했다. 김정은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개최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여 두 국가론을 헌법에 명시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10월 최고인민회의 이후에 노동신문을 비롯한 언론매체들은 두 국가론 관련 수정된 헌법 내용들을 보도하지 않았다. 단지, 10월 17일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16일자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헌법의 요구와…”라고 적시하며 확인해 줬을 뿐이다. 노동신문도 17일자에 이 보도문을 실었다. 이 기사가 북한 헌법에 명시되었다는 유일한 근거이다. 북한은 아직까지 개정 헌법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관례상 일정 시기가 되면 개정 헌법을 공개했던 북한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작년 12월 27일, 북한 헌법 제정 기념일에도 노동신문에서 관련 사설을 비롯해 4편의 기사를 실었는데, 단 한 군데서도 ‘두 국가론’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 지난 1년 반 동안 노동신문은 이 주제로 한 번도 사설(논설, 정론)을 싣지 않았고, 당 조직들 차원에서도 두 국가론에 대한 강습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을 노동신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북한 내부적으로는 쉬쉬하고 있는 사안인 것이다.

북한이 두 국가론을 제시한 이후,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조직은 바로 해외 종북 단체들이었다. 그들은 공동으로 두 국가론에 대한 지지와 더불어 연합전선을 구축하여 선전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성명을 냈었다. 이런 움직임은 남한의 친북 성향 단체들 가운데서도 나타났다. 그 후 몇 달 뒤에 한 진보 유력 정치인의 ‘통일 무용론’ 발언이 큰 쟁점이 되어 모든 것을 빨아드리는 블랙홀이 되어 버렸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문가 그룹은 너무나 빨리 ‘두 국가론’을 받아들였다. 지난 정부 때도 이 문제로 엄청난 소용돌이가 쳤었고, 결국엔 흡수통일 성격을 담은 대북 적대 정책을 추진했다고 몰매를 맞았다. 동시에 통일을 할 필요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북한의 두 국가론 전략이 너무나 잘 먹혀들었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북한의 두 국가론은 대남 심리전 차원의 고도의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지난 정부도 이 대남 심리전에 맥을 못 추었었는데, 이번 김여정의 담화문을 가지고 두 국가론 차원에서 설왕설래하는 것을 보니 이 정부 또한 얼마나 휘둘릴지 자못 걱정된다.

필자는 개정된 북한 헌법을 확인하기 전에는 헌법에 명시되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두 국가론이 헌법화되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에게도 주문한다. 개정된 헌법 관련 조항을 근거로 직접 제시해 주길 바란다. 헌법화되었다는 북한의 주장만 가지고, 그것도 딱 한 번뿐인 관련 기사만을 가지고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가 2023년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30일 열린 5일 차 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대한민국과의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핵무기 선제공격 전략 후 나온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우리는 북한에서 어느 시기에 ‘두 국가론’이 처음 제시되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실, ‘두 국가론’에 대한 언급은 북한보다 남한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2023년 7월 10일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김여정의 대남 담화에서 남한을 ‘대한민국’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두개의 한국’(Two-Korea), ‘적대적 공존’ 전략이라는 해석들이 압도적이었다. 당시 필자는 남한으로 하여금 더 이상 미국의 주구노릇하지 말고 ‘자주적인 국가’로서 나서라는 측면에서 ‘대한민국’이라고 불렀다고 해석한 바 있다. 김여정에 이어 7월 20일 북한군 국방상(강순남)의 담화문에서도 ‘미국과 대한민국’이라고 발언했는데, 그전만 해도 ‘미국의 추종세력’, ‘미국의 주구’라고 남한을 불렀던 북한이었다. 여기서도 ‘대한민국’ 발언이 남한을 미국과 분리된 ‘자주적인 국가’라는 의미를 담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만일, 당시 김여정의 ‘대한민국’ 발언이 주류의 해석처럼 두 국가론에 입각한 것이라면, 김여정이 그의 7월 17일 후속 담화문에 아래와 같이 ‘영토완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국가의 주권과 영토완정을 침해하고 인민의 안녕을 위협하며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그 어떤 행위에도 단호히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영토완정’(나라를 완전히 정리하여 통일함, 남조선해방)과 ‘두 국가론’은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이처럼 ‘두 국가론’의 군불은 사실상 남한에서 먼저 피운 것이다. 북한에게는 호재로 작용될 수 있는 요소였다. 아니나 다를까. 4개월 후, 남한에 대해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를 일부 파기한 책임을 물으며 북한의 국방성 성명서가 노동신문에 실렸는데, 여기서도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매우 빈번하게 사용했다. 남한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며 ‘대한민국’이라고 한 것으로 이전 김여정이 불렀던 ‘대한민국’과는 그 의미에서 상당히 큰 차이가 있었다. 국방성 담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적대시하면서도 ‘대한민국’이라고 불렀다는 점이다.

다시 1개월이 지난 12월 연말에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2024년 전투적 과업을 제시하면서 2024년에 ‘전쟁준비 완성’을 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특히, 핵무기 부문에서 완성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9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14기 9차)에서 ‘국가 핵무력 정책’을 헌법에 명시함으로 핵보유를 ‘영구화’시킨 바 있다. 이 핵무력 정책은 2022년 9월에 처음 발표되었었는데, 북한의 핵 선제공격 조치도 포함되어 있었다. ‘국가 핵무력지휘기구’가 설치되었고 핵무력 지휘통제 지침도 있었는데, 김정은이 선제타격(군사적 공격, 비핵공격포함)에 노출되었다고 판단 시에 임의적으로 핵 타격을 할 수 있는 권한이 핵무력 지휘기구에 주어진 것이다. 북한의 핵 선제공격 전략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

북한의 ‘국가 핵무력 정책’이 2023년 9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화’되었다는 점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 3개월 후에 개최된 당중앙위 전원회의(8기 9차)에서 김정은이 처음으로 남북한을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가’로 결론지으며 ‘남반부의 전 영토를 평정할 준비’를 하라는 과업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 군사적 방법에 ‘핵 선제공격’도 수반된 것이다.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더욱 강도를 높여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했다. 여기서는 미국의 (특등)주구, 식민지 차원이 아니라 미국과 상관없이 섬멸시킬 ‘제1의 적국’임을 천명한 것이다.

그런데, 남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하는 데 있어 북한 내부적으로 큰 걸림돌은 ‘동족’이고 해방(통일)의 대상인 ‘남조선’에 핵 공격을 할 수 있느냐는 여론이었다. 크게 민심이 동요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었던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남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의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찾은 해법이 바로 남북한을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설정하는 것이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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