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염수 구비 및 무료 제공’ 지시…매대 봉사원들은 불만

시원한 것만 찾고 공짜라고 몰려들어 싸움 나기도…일선 현장 봉사원들 "말만 좋은 지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월 29일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 수도 시민들이 누구나 즐겨찾는 곳이 있다”며 거리 곳곳에 꾸려진 빙수매대가 북적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평양 모란봉구역의 한 빙수매대. /사진=노동신문·뉴스1

역대급 폭염에 북한 일부 지역 사회급양관리소가 산하 봉사매대(판매대)들에 염수(소금물)를 구비해두고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초 개천시 사회급양관리소는 일부 봉사매대가 더위에 지친 주민들에게 염수를 무료로 제공한 사례를 높이 평가하면서 시내 전역에 있는 봉사매대들이 이를 본받아 염수를 구비해 두고 노인, 임산부, 어린이 등 노약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염수 마련 지시는 무더위에 땀으로 빠져나간 염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해 탈수 증세를 예방하려는 일종의 폭염 대응 조치로 보인다.

이후 사회급양관리소는 7월 중순부터 약 2주간 봉사매대들의 염수 구비 여부와 제공 실태를 파악하는 검열도 진행했다. 각 봉사매대가 실제로 염수를 준비해 두고 있는지, 어떤 주민들에게 얼마나 많이 제공했는지 등을 따져보면서 이를 단위별 평가에 반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선 봉사매대들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의도는 좋으나 매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냉수나 보리차를 판매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무상 제공을 두고서도 뒷말이 무성하다고 한다.

소식통은 “봉사원들 말이, 맹물에 소금만 조금 타 놓은 염수는 맛도 없고 미지근해서 사람들이 잘 마시려 하지 않고 오히려 시원한 것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고 한다”며 “얼음을 써서 시원한 것을 주면 당연히 좋아하긴 하겠지만 얼음 원가가 들기 때문에 무한정 시원하게 만들어줄 수 없는 문제도 있다고 하소연했다”고 말했다.

특히 염수 무상 제공 대상자인 노약자를 제외한 일반 주민들이 공짜로 준다는 소문에 매대에 몰려들어 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종종 있어,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게 봉사원들의 토로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로 봉사원들 속에서는 “공짜 염수를 주라고 하면서 비용 문제는 하나도 보장해 주지 않고 운영 부담은 오롯이 매대에서 떠안으라고 하는 말만 좋은 지시”라는 비판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사회급양관리소에서는 이를 ‘모범적 봉사 정신’으로 내세우며 더 윗급에 성과로 인정받으려 하고 있지만, 정작 매대 봉사원들은 이를 또 하나의 정치적인 과업으로 여기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기록적인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여기저기서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폭염 대응 조치들을 내세우고 있으나 현실은 고려하지 않는 상부의 일방적인 지시와 실질적 지원 부족이 맞물리며 일선 현장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