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철판 기와 인기 많지만 北 주민들 싼 국산 기와 구매

생활난으로 저급 기와 찾는 주민들…"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실정에 철판 기와로 교체할 여유 없어"

북한 양강도 혜산시 국경 지역. /사진=데일리NK

북한에서 살림집 지붕에 덮는 재료로 수입산 철판 기와가 가장 인기가 있지만, 실제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가격이 가장 저렴한 국내산 기와로 전해졌다.

11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에서는 기와가 질에 따라 고급, 중급, 저급 세 가지로 나뉘어 유통되고 있다”면서 “고급, 중급 기와는 수입품이고 저급은 국산품인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중급 수입 기와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저렴한 저급 국산 기와”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고급 수입 기와는 도자기 기와인데 가격이 비싸 구매하려는 사람이 사실상 없고, 그보다 중급 수입 기와인 철판 기와가 충격에 강해 깨질 우려가 없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 인기가 있다. 다만 이 역시 국산 기와보다는 가격이 비싸 실제 판매량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저급인 국산 기와는 수입품에 비해 확실히 질이 떨어지는데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찾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현재 혜산시에서 팔리고 있는 수입 고급(도자기) 기와와 중급(철판) 기와, 국산 저급 기와 가격은 m²당 각각 42위안(한화 약 7800원), 18위안(약 3300원), 11위안(약 2000원)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은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비싼 도자기 기와는 여기(북한) 땅집(단층집)에 사는 주민들의 형편에 맞지 않아 인기가 없고, 철판 기와는 원래도 인기가 좋아 형편이 되는 집들은 대체로 철판 기와를 사서 지붕을 씌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주민 대부분이 생활난을 겪고 있어 철판 기와를 구매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과거에는 그래도 철판 기와 수요가 있어 혜산에서 내륙지방으로 도매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반적으로 철판 기와 수요가 줄어 혜산의 기와 도매업자들이 돈벌이가 안 돼 업을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특히 4월은 겨우내 깨진 기와를 여름 장마에 대비해 새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라며 “이전에는 국산 기와보다 튼튼한 철판 기와를 사서 교체하려는 사람이 꽤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실정에 있어 철판 기와로 교체할 생각도, 여유도 없다”고 했다.

한편, 최근 새로 건설되는 농촌 살림집들의 지붕을 덮는데도 국산 기와가 쓰이고 있어 국산 기와 수요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새로 짓는 농촌 살림집 지붕에 씌울 기와도 주민 세외부담으로 해결하고 있다”며 “농촌 살림집 건설이 국가적 정책으로 진행되는 것이어도 건설에 필요한 자재는 도나 시·군에서 자체로 보장하게 돼 있기 때문에 기와도 결국에는 주민들의 세외부담으로 해결해야 하는 자재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 집 기와가 깨져도 돈이 없어 교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새로 건설되는 농촌 살림집들에 씌울 기와를 마련한다고 주민들의 주머니를 터니 불만이 거셀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으니 사람들의 속이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