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우리는-함경남도 편] 안면 인식 장치와 주민 통제

[북한 비화] 주민들 생활난 허덕이는데 막대한 자금 들여 기술 개발·장치 도입…현재는 무용지물

2019년 6월 중국의 한 역사 내. 기차를 타기 전 짐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지난 2021년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커다란 시련을 겪고 있을 때 북한도 예외는 아니었다. 북한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주민 이동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전면적인 조치를 취했고, 이동 제한으로 갑자기 경제 활동이 ‘올스톱’된 주민들은 힘겨운 생활에 허덕였다.

북한은 이 시기 기술적인 대책을 모색했다. 그중 하나가 혁명의 수도 평양시와 전국 대도시 주요 기차역들에 안면 인식 시스템이 적용된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함경남도는 중앙의 지시에 따라 2021년 4월 어느 한 역 개찰구에 안면 인식 장치를 처음 설치했다. 이를 통해 기차에 탑승하기 위해 개찰구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식별하고 신분을 확인했다.

함경남도 안전국은 이를 “화학공업의 중심지인 함경남도에서 전염병을 빌미로 적들의 준동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국가에서 막대한 자금을 내어 설치하게 해준 특수 장치”라고 선전했다.

함경남도는 내적으로 안면 인식 장치 도입·설치는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해진 시점에 감염 확산의 위험을 줄이면서도 주민들의 이동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매우 적절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안면 인식 장치의 성공적인 운영을 바탕으로 함경남도는 도내 다른 기차역 개찰구들에도 장치를 확대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 개 역, 한 개 개찰구에서만 운영되던 안면 인식 시스템이 도내 여러 역, 여러 개찰구로 확장됐고, 이는 주민들의 이동이 보다 엄격하게 관리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철도 안전원들이 주민들을 한 줄로 서게 하고 개개인의 공민증과 통행증, 기차표 등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한 뒤 개찰구를 통과시켰던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검사, 확인 절차가 이뤄졌다.

그러나 함경남도의 한 주민은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민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려는 국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최신 기술이 적용된 장치가 기차역들에 설치됐던 당시를 회고했다. 감염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안면 인식 장치를 설치해 주민들의 이동을 더 강하게 단속, 통제하려는 게 국가의 의도였다는 주장이다.

이 주민은 “그때 사람들은 국가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음에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었다”며 “그리고 그중에는 ‘사람들이 굶어 쓰러져가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통제하는 기술에 돈을 썼다’며 기막혀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경제 활동이 어려워져 생계 위협에 직면하고 생필품과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뒷전이고 이동 통제 등 내부 단속에만 치중하는 국가의 행태에 절망감과 분노를 표하는 주민들도 있었다는 얘기다.

복수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당시 평양시 본역에 설치됐던 3개의 안면 인식 장치는 현재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나 함경남도의 여러 기차역에 설치됐던 장치들은 오작동으로 인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무용지물이 돼 버린 상태다.

이에 현재 함경남도의 기차역들에서는 이전처럼 철도 안전원들이 기차에 탑승하려는 주민 개개인의 공민증과 통행증, 기차표를 하나하나 검사,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안면 인식 시스템, 장치 개발에 들인 돈을 위기 상황 속 위태로워진 주민들의 생명과 삶을 보장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